냉매가스 프레온에 의한 질식재해

2012.04.08 21:49

조회 수:64170

오늘(2011. 7. 2) 새벽 고양시 일산에 있는 마트 지하 1층에서 터보냉동기를 점검하던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KBS를 비롯하여 메이저 방송사와 각종 언론사에 비해 오히려 아래 중도일보가 사건에 대하여 가장 자세한 정보를 주고 있으므로 일단 인용한다.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냉매가스인 프레온 가스가 인체에 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작업 공간이 지하여서 공기가 부족해 산소결핍으로 질식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중도일보 201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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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온가스의 관련 국제기구의 공식 명칭(IUPAC name)은 Chlorofluoromethane이다. <그림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Chlorodifluoromethane>




프레온은 냄새도 거의 없고(희미한 에테르 냄새) 색도 없으므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에 누출되면 공기를 급속히 대체해 버린다. 프레온은 다른 가스보다 분명 독성이 낮은 편이지만 사람이 숨쉴 공기를 전부 프레온이 차지해버린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산소가 결핍된 공기에 사람이 갇히는 꼴이 되는데, 만약 급격하게 프레온이 누출되어 산소가 전혀 없는(0%) 공기를 호흡한다면 사전 징후 없이 즉시 의식을 잃게 된다. 우리가 숨을 쉬다가 잠시 숨을 참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산업위생학에서는 프레온 가스에 의한 질식을 단순질식 또는 간접적인 질식이라고 한다. 용접에 사용하는 아르곤 가스, 화학 반응기 치환가스로 쓰는 질소가스 등도 종종 이런 재해의 원인이 된다. 즉 프레온가스는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등과 같이 수십 ppm 이상의 농도에서 가스자체의 독성작용으로 우리 몸의 조직내 산소공급을 차단하는 '화학적질식제'와는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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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차로 냉매가스인 프레온 가스에 의한 질식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 8.17 화성동탄에서 KT 무인기지국 내부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 수리를 하던 노동자가 이 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한 적이 있다. 2008. 6. 1. 울산 냉매가스 제조업체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이러한 위험은 관심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예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레온은 무색이고 냄새가 약하다는 점으로만 본다면 다른 냉매가스의 일종인 암모니아가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암모니아 가스는 아래 표에 보는 바와 같이 프레온가스보다 독성이 강하지만 (노출기준이 프레온 가스보다 훨씬 낮다) 낮은 농도에서(5ppm 이하)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가스 누출이 천천히 일어난다면 일하던 사람들은 피할 수 있다. 프레온가스가 무색 무취라는 특성 뿐만 아니라 '프레온가스는 인체에는 무독하지만 오존층을 훼손'한다는 식의 환경분야의 광고도 이런 위험을 간접적으로 조장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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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매로 쓰이는 암모니아와 프레온가스의 노출기준 비교 <고용노동부 고시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중에서>





이런 전차로 냉매가스인 프레온 가스에 의한 질식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 8.17 화성동탄에서 KT 무인기지국 내부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 수리를 하던 노동자가 이 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한 적이 있다. 2008. 6. 1. 울산 냉매가스 제조업체에서도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이러한 위험은 관심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예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트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게 규정이지만, 사고가 난 지하 기계실은 개방된 곳이어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YTN 2011. 7. 2>


마트 측은 위험을 예지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지는 못할 망정 발뺌부터 했다. 주장 또한 정확한 것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밀폐공간'의 정의를 보면 산소가 18% 이하인 장소의 내부가 해당하므로 가스 누출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산소결핍 상태가 되었다면 '밀폐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탱크나 반응기 내부만 밀폐공간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외국과 국내의 사례가 있고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통해 산소결핍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예지했어야 했고 그에 따라 '밀폐공간'으로 관리하는 것이 옳았다. 이런 경우 밀폐공간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우선 산소농도측정기의 착용 그리고 비상대피기구 등의 비치를 포함하는 일련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 사업주가 프레온가스가 질식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정보만 제공했어도 예방 가능한 재해였다. 산업안전보건법(제41조)에서는 사업주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게시하거나 갖춰두도록 하고 있고 노동자들에게 교육하도록 정하고 있다. 회사관계자의 언급을 보건대 냉동기 수리업체와 마트업체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어딘가에 잘 모셔두기만 했고 자신의 노동자들에게 이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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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온가스 물질안전보건자료로 총 16가지 항목중 3번째 항목에 대한 비교. 왼쪽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물질안전보건자료이고 오른쪽이 인터넷에서 프레온가스 MSDS로 검색하여 찾은 대표적인 물질안전보건자료 중 하나. 국내 자료는 질식위험에 대한 경고가 전혀 없다. 이에 비해 국외자료는 다른 정보는 뒤로 빼고 질식재해 위험부터 선명하게 알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냉매에 250도씨 이상의 고열을 가하면 맹독성 가스인 불화수소(HF)가 발생할 수 있음도 알리고 있다. 국내자료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과정의 위험보다는 성분 자체의 독성에 관한 정보만 제공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물질안전보건자료는 없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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