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마지막 주 첫 월요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약 1년여에 걸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배포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백혈병 발생과 사망위험이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가는 없었다. ▽여성근로자는 비호지킨림프종 표준화 암 등록비는 유의하게 높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액면 그대로 본다면 1년 이상 산재승인 여부를 기다리던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한 내용이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연구원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숫자 놀음으로 삼성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규정하였다.


c_20081230_593_1153.jpg

역학조사 결과에 뜨거운 관심을 보인 언론사들. ⓒ 이현정


이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는 '삼성'이라는 대기업과 연관이 있어선지 공중파 방송과 신문사들의 취재열기가 높았다.


일부 기자들은 역학조사에서 활용한 사업주 제공 인사자료가 사측의 가공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문제가 있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 같다는 지적을 하였다.



c_20081230_593_1154.jpg

반올림 소속의 활동가가 연구원 관계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이현정


역학조사 결과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과 기자들은 보고서의 맹점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질의에 대한 응답은 주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인 박두용 원장이 했다. 그는 "이번 역학조사는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c_20081230_593_1155.jpg
연구원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이 보고서를 찢었다. ⓒ 이현정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인정할 수없음을 공식으로 밝힌 반올림은 단상으로 올라가 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를 찢는 것으로 항의했다. 반올림은 피해자와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공단이 서로 책임회피하는 가운데 1년 이상 산재인정도 없이 고통받고 있다며 앞으로 강경대응할 뜻을 밝혔다.


c_20081230_593_1156.jpg
故황민웅 씨 유족인 아내 정애정 씨가 '숫자 놀음으로 생명을 판단하냐?'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 이현정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던 남편을 잃은 정애정 씨는 사람 목숨을 숫자로 따져 유의하냐 안 하냐 하는 짓을 용납할 수 없다며 오열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직업병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산업안전공단의 직업병 심의위원회 결과를 기다린다며 지금까지 산재인정여부를 미뤄왔다.


c_20081230_593_1157.jpg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이사장실 진입을 시도하는 반올림. ⓒ 이현정

반올림은 앞으로 있을 직업병 판정 재심의위원회에서 반올림이 지적한 보고서가 가진 맹점들도 내용으로 제출할 것 등을 요구하며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였다.


c_20081230_593_1158.jpg
반올림은 복도로 나온 노민기 이사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 ⓒ 이현정

복도에서 반올림과 노민기 이사장의 면담이 시작되었다. 반올림은 앞으로 있을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직업병 재심의에 올라갈 이번 역학조사 보고서와 더불어 반올림이 지적한 보고서가 가진 맹점들도 함께 제출되어야 함과 역학조사 평가위원회 명단과 평가위원 이름이 제외된 요약본 제출도 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