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16:52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고맙습니다.
개정 1년을 맞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입법취지에 맞지 않게 ‘산재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노총이 지난 7월 2일(목) 개최한『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악 1년 ‘산재보험제도 문제점 평가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실에 공감하고 산재보험법 개혁 투쟁을 벌이자는 의견을 모았다.
▲ 토론회 전체 모습. 지난 2일 개정 1년을 맞은 산재보험법 문제점 평가와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민주노총 주최로 열렸다. ⓒ 산재노협 김재천
# 민주노총 내 산재법 연구팀 만들자
토론회는 개정된 산재보험법 평가, 현장 및 전문가가 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문제점 발제와 참가한 노동자 사이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토론으로 이뤄졌다. 첫 발제는 민주노총 법률원 권동희 노무사의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평가’였다.
권동희 노무사는 개정된 산재보험법이 “법 취지에 맞는 진정성이 없다.”며 날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전체로 보면 사회보장 기능이 축소되었다고 산재보험법을 평가한 그는 ∇업무상 재해인정기준 법률 명시 ∇뇌심혈관계질환 개정 기준 ∇요양급여 신청절차 ∇진료계획 제출제도 도입 ∇평균임금 증감제도 개정 ∇최고·최저보상기준 금액 산정방법 ∇부분휴업급여제도 도입 ∇재요양 기간 중 휴업급여 지급기준 개정 ∇장해등급재판정제도 도입 ∇장해등급 판정기준 변경 등의 평가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혔다.
권 노무사는 “산재법이 전면 개정되었음에도 당시 민주노총의 공식 해석자료나 비판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하면서도 법리·의료·보험 등 방대한 분야로 이뤄진 산재법을 민주노총이 자세히 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정책 역량 한계를 인정하고 산재법의 장기 개선과제와 근거를 마련하는 면밀한 분석과 토대 마련을 위해 산재법 실무 활동가, 전문가, 법률가 등의 연구팀 운영을 제안하기도 했다.
“앞으로 뇌심혈관계질환 산재인정 더 힘들어 질 것” | |||
권동희 노무사는 시행규칙상 별표로 운영되다 시행령으로 격상된 뇌심혈관계질환 개정 기준 평가에서 10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업무수행성 요건 삭제 ∇고혈압성 뇌증·협심증의 사실상 기왕증 분류 ∇“뚜렷한 생리적 변화, 뚜렷한 영향”으로 정한 기준의 엄격성 ∇정신적 스트레스를 무시한 채 수량적 기준을 제시한 만성과로 기준 등으로 뇌심혈관계 산재인정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뇌심혈관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가능성이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현재 질판위 판정시 인정률을 보더라도 증명되었다.”고 밝혔다. | |||
▲ 금속노조 경남지부 김정철 노동안전보건부장. 김정철 부장은 불승인율이 높아서 노안활동가가 현장개선보다는 산재인정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되었다고 토로했다. ⓒ 산재노협 김재천
# 공단의 경이적인 흑자는 산재노동자 권리 박탈 때문
두 번째 발제는 현장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노동자가 맡았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김정철 노동안전보건부장은 “40년 만의 개정으로 산재인정 폭이 넓어지지 않고 오히려 좁아졌다.”며 실제 “근골질환,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산재 승인율이 개판”고 말했다. 김정철 부장은 “2007년에 근로복지공단이 6천5백억이라는 경이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작년에도 5천억원 흑자를 냈는데, 이는 높아진 근골질환 불승인율과 강제치료 종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남발하는 ‘합리적 불승인’ 탓에 현장 노안활동가들이 작업현장 개선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 산재인정을 받으려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괴감에 빠진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근골격계질환의 산재인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안 노동자는 공상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회사는 오히려 산재신청을 하라는 대신 사고성 재해는 공상처리를 요구하는 배짱을 부리는 웃지 못 할 일이 실제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정철 부장은 “업무상 질병 판단 주체는 노동자”라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관련성만 있으면 산재를 인정하고 공단은 질병이 업무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증을 할 때만 불승인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노동자는 업무와 관련된 질병에 산재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질판위 폐기 투쟁, 산재법 전면 개혁 투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업무상질병판정위원인 가톨릭대 성모병원 김용규 교수. 김용규 교수는 산재인정을 위해 갈수록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제도의 이상한 변화를 꼬집었다. ⓒ 산재노협 김재천
# 질판위 구성 뒤 뇌심질환 불승인율 높아져
마지막 발제는 현재 업무상질병판정위원인 가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전문의 김용규 교수가 맡았다. 김용규 교수는 “1년 동안 재해자가 (자신의 질병을) 소명하러 오거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어 질판위의 공정성이 미흡하다.”라며 질병판정위원으로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질판위 운영에서 “작년 말까지는 2주~1주 전에 위원구성 연락이 왔는데, 최근에는 3개월 여유를 준다.”면서도 “위원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한두 장으로 요약된 한글파일뿐이고 회의석상에서 스캔자료, 동료·사업주·참고인 진술서를 보게 된다.”며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당일에야 보는 불합리성도 밝혔다.
김용규 교수가 제시한 질병판정위원회 설치 후 심의결과 변화를 보면, 뇌심혈관계질환의 불승인율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그는 현재 인정기준 자체가 인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앞으로도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용규 교수는 “산재보험은 (노동자가) 잃어버린 건강을 쉽게 치료받고 보상받는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갈수록 많은 자료를 요구해 (산재를) 인정받으려면 많은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질병판정위원회 설치 후 심의결과 변화
구분 |
2008. 1~6 |
2008. 7~12 |
질판위 심의결정 현환 | |||||||||
계 |
승인 |
불승인 |
불승인율 |
계 |
승인 |
불승인 |
불승인율 |
계 |
승인 |
불승인 |
불승인율 | |
뇌심 |
1645 |
620 |
1025 |
62.3 |
1458 |
378 |
1080 |
74.1 |
1107 |
240 |
867 |
78.3 |
근골 |
1721 |
979 |
742 |
43.1 |
2164 |
1256 |
908 |
42.0 |
1985 |
1210 |
775 |
39.01) |
▲ 토론에서 발언하는 울산산추련의 현미향 사무국장. 지역 참가자들은 질의 및 토론에서 질판위의 문제점을 사례를 들어 알려주었다. ⓒ 산재노협 김재천
# 현장과 소통하면서 사업 추진해야
질의와 토론은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2008년 7월 1일부터 개정,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일부 개선된 점은 있지만, 전반으로 개악임을 확인하는 현장 피해사례를 밝혔다. 특히 시행 1년 만에 산재 불승인 기구로 전락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투쟁을 주문하는 요구도 나왔다. 한편,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의 상근자가 절대 부족한 현실은 인정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장 의견을 충분하게 듣고 수렴해야 한다는 소통의 중요성도 거론되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담아 7월 6일 성명을 내고 산재보험법 및 질병판정위원회 전면 개혁투쟁을 전개하겠고 공식 발표하였다.
<<7월 2일 토론회 자료집 받으러 가기>>
지난 7월 2일 토론회가 열렸음에도 이제야 기사를 올렸습니다. 시점은 늦었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내용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되도록 늦지 않게 기사가 올라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