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02:57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할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특히 상업용으로 쓰실 때는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쳐 사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건강이 자신 주변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수없는 연구, 조사결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한다면 현대를 사는 직장인의 건강문제는 잠자는 시간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내의 노동조건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인이 될 것입니다.
▲ 국회 앞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서비스유통노동자. ⓒ 민간서비스연맹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106조는 유통노동자들의 공동 휴식권과 주휴일을 언급했습니다. 한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에게 동시에 휴일을 부여하여 공동 휴식권을 보장하고, 국공휴일 등 보통의 시민이 쉬는 날에 주휴일을 주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2004년 우리나라에 주5일제(주 40시간)가 도입되었지만 대형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유통노동자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고 그림의 떡입니다. 심지어는 법에서 반드시 쉬도록 한 주휴일도 제때 못 쉬는 일도 발생하니까요.
웅장한 건물과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된 건물 안에서 항상 미소를 지으며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유통노동자는 바깥에서 바라보면 그런대로 해볼 만한 직업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서서 일해 하지정맥류 발병률이 높고, 정신없이 고객을 맞이하느라 생리현상을 제때 해결하지 못해 방광염이 발생하기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항상 웃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감정노동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도 노출되는 등 겉보기와는 완전 다릅니다. 유통매장의 특수한 환경, 즉 밖을 내다볼 수 없는 사방이 막힌 실내공간과 천정, 판매대, 사방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조명 빛은 눈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때때로 시력저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으로 뒤집어 쓴 한국. 산업재해하면 주로 중대 재해가 일어나는 제조업을 우선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제조업 분야인 유통노동자처럼 일상적으로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업종(직종)도 있음을 사회가 새롭게 인식하길 바랍니다.
영업시간 제한은 더불어 사는 문화 만드는 일
지난해 민간서비스연맹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대형유통매장에서 하루 종일 서서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비치하자는 캠페인은 나름대로 성과를 냈습니다. 물론 형식적으로 의자 놓기를 보여준 악덕업체도 늘 존재하지만요. 올해 연맹은 2008년 의자캠페인에 이어 대형유통업체의 연장영업 반대, 영업시간 제한 그리고 주1회 정기휴점제 시행을 위하여 관련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의 올바른 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맹이 주장하는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과 주1회 정기휴점제가 도입된다고 유통노동자의 건강권만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각 부문에서 유효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 만들기란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대 요구 |
부문 |
시행 효과 |
① 영업시간 제한, 규제 또는 적정한 영업시간 도입 (백화점/ 10:30~19:30) (할인점/ 10:00~22:00) + ② 주1회 정기휴점제 시행 |
노동자 |
서비스노동자들의 공동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 등 삶의 질 향상 |
유통기업 |
고유가시대 에너지 절약 효과와 기업의 수익 증대 | |
소비자 (국민) |
휴점 시 시설안전 점검으로 방문객들의 안전을 보장 | |
상인 (자영업자) |
재래시장 및 중소영세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 |
유통산업 |
유통업종 내의 불균형 등 양극화 해소 | |
사회문화 |
과소비문화 조절 및 사회구성원 간의 더불어 사는 인식 고양 | |
국가 |
공정하고 균형있는 유통산업의 발전을 도모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녹색성장 정책에 기여 |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 앞으로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유통노동자를 만나면 그 숨겨진 고충을 헤아려주시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가운 표정을 보내주면 어떨까요? 좀 쑥스러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