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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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부정행위로 ‘산재보험 의료기관 지정’ 취소가 확정된 강원도 사북연세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진폐환자의 자살로 지역사회가 떠들썩하다. 소식을 종합하면 이렇다.
경찰조사 결과 사북연세병원의 일부 직원이 돈을 받고 진폐 등급을 조작해 보험급여 등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 영월지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업무상 재해와 관련된 사항을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진단하거나 증명하여 보험급여가 지급된 경우는 지정 취소한다.”는 규정에 따라 청문절차를 거쳐 사북연세병원의 산재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하였다.
이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진폐환자 진 모씨가 지난 15일 목숨을 끊은 것. 진 씨는 병원을 옮기는 문제 때문에 불안해했다고 한다. 진 씨의 자살 이후 병원에 입원한 진폐환자들은 진료권을 주장하며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지역의 진폐 유관기관도 선처를 요구 중이라고 한다.
최근 산재 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된 사북연세병원에 입원한 진폐환자들이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제대로 된 진폐요양 관리체계 논의해야
사건의 대략 내용은 고령의 진폐환자를 생각하면 병원에 과한 처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면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진폐환자의 권리 제한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부정행위에 내려진 당연한 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등급조작에 의사와 진폐 브로커가 개입해 발생한 문제를 적법하게 처리한 일인데 일부 부도덕한 관계자들이 진폐환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입원환자들의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입원환자들이 옮겨야 할 태백·정선·영월의 병원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다만 지역경제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염려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진폐 브로커 사건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며 “산재 의료기관 지정 취소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따로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산업의학전문의) 소장도 “산재노동자의 도덕성을 떨어뜨리는 사북연세병원과 같은 일은 지정취소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근로복지공단 결정에 힘을 실었다. 임 소장은 “근로복지공단은 입원환자에게 (사북연세병원 지정 취소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설득과 함께 편안한 전원을 보장하고 이번 일로 지원이 끊길 것이라는 등의 거짓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 모씨의 자살은 진폐환자의 요양관리 체계를 제대로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현재 지역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한 병원 구제 움직임을 경계했다.
요양인정을 못받은 재가진폐환자들은 생계비조차 부족하다.
사진은 2007년 11월 7일 태백에서 열린 재가진폐환자들의 거리집회 모습이다. ⓒ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