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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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투쟁 노동자의 공장 파업은 끝났지만 노동자와 가족의 심리는 여전히 파업 한 가운데 있어 이들을 위한 시급한 심리 및 경제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14일(월)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투쟁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사회적 치유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기자회견 첫 발표자로 나선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정신건강 실태조사 경과 및 결과>에서 “쌍용자동차 파업참여 노동자는 지난 80여 일간 지속된 파업에서 극심한 공포와 분노, 절망과 체념을 경험”하였다며 그 결과 드러난 현재의 심리 상태를 발표했다.
▲ 기자회견 모습. 쌍용자동차 노동자 심리·경제 상태가 파업 당시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이현정
비교대상 없을 정도로 나빠진 우울증상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42.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을 보였다. 이 수치는 인명사고를 자주 경험하는 열차 기관사(6.5%)보다 6~7배 높은 수치이다. 우울증 역시 심각하였다. 정상 수준의 우울증상을 보인 비율은 7.0%에 불과했고 중등도 우울증상이 30.1%, 고도 우울증상이 무려 41.0%였다. 이는 우울증 비교대상이었던 미군사격장 주변 주민 노동조합 상근자 해직 공무원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표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 비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
쌍용자동차 노동자 |
서비스 노동자 |
기관사 |
있음 |
42.8% |
6.7% |
6.5% |
<표2. 우울증상 비교>
우울증 증상결과 |
쌍용차 2차 |
쌍용차 1차 |
미군사격장 주민 |
노조 상근자 |
해직 공무원 |
중등도 우울증상 |
30.1% |
21.1% |
18.7% |
18.1% |
22.4% |
고도 우울증상 |
41.0% |
33.8% |
7.8% |
5.6% |
6.1% |
임상혁 소장은 특히 “심리 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이 파업 기간 중에는 54.9%였으나 파업이후인 현재 71.1%로 증가한 점에 주목”해 달라며 “고도 우울은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탈진증후군 역시 응답자 대다수가 정서 및 육체 피로를 묻는 모든 항목에서 ‘항상 거의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심각했다. 탈진증후군은 어떤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붓다가 어느 순간 일로부터 자신이 소외당하면서 겪는 무기력증 자기혐오 등의 심리적 행동적 증상이다. 임상혁 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은 극도의 긴장과 업무환경 급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쌍용자동차 파업투쟁 참여 노동자의 정신건강에는 ∇채무 증가 ∇회사의 회유와 협박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동료와 이웃과의 관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혁 소장은 발표 마무리에서 “언론사가 이들의 이야기를 탑으로 혹은 머리기사로 다루고 노동자를 심층취재 해 사회가 쌍용자동차 문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해 문제의 심각성을 재차 확인시켰다.
▲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투쟁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이들의 치유를 위해 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 이현정
▲ 현 상황 증언하는 김갑수 부장. 그는 비해고자와 파업참여노동자
모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 이현정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 주는 프로그램 가동
노동건강연대 권용식 전문위원은 집단 치유 프로그램인 <쌍용자동차 노동자·가족 지원 프로그램>이 지난 12일부터 가동되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지원프로그램은 파업참여 노동자와 가족의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으로 스트레스 이완과 감소·집단상담·웃음치료·미술치료·연극치료 등을 실시”할 것이라며 “대상자에 따라 전문적인 심리 상담과 정신과 진료 지원도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지원 프로그램에는 노동안전보건단체 인권단체 정당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지원단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김갑수 부장은 “경찰조사 진행,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등의 현실 문제에다 노동자들이 아직은 대중장소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심리상태라 프로그램 참여자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심리적 위험상태가 높은 사람이 많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 참가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파업 때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위해 ∇생계와 채무 관계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대책 및 비용마련 ∇경찰당국의 회유와 협박, 강압수사 중지 ∇272억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노동건강연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가족대책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동 주최하였다.
[덧붙이는 글]
기사를 게재 뒤 미디어 충청에서 17시09분자로 "쌍용차 파업참가자 자살시도, 한달만에 2명"이라는 기사를 확인했다. 해고통지, 경찰수사, 생계문제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선택한 자살시도였다고 한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어디에서 또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시급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