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력부족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나'

현장사례 발표 및 건강권단체 제언 종합 기자간담회



지난 11월 21일 (월) 오전 11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현장 인력부족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나' 현장사례 발표 및 건강권단체 제언 종합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일과건강 등 안전보건단체와 공공운수노조가 공동주최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콜센터 노동자 인력부족과 노동자들의 건강'을 주제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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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업무를 하면서도 방광염, 우울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공공기관이 민간에 위탁한 콜센터에서 시민들에게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임금수준은 최저이다. 그런데 이들은 오래 일하지 못한다. 2년, 3년 주기로 공공기관이 도급업체 계약을 다시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몸이 망가져 오래 일할 수도 없다. 심각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잠깐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목표 콜 수를 채워야 한다. 무엇보다 원청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원청은 이 노동자들에게 적시에 달라진 제도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콜센터 노동자들은 시민들에게 욕 폭탄을 맞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얘기만 하는데 뭐가 힘드냐는 질문을 한다.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콜센터 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을 가장 심각하게 겪는 집단이다. 그 이유는 콜센터 노동과정에 있다. 우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지 않으면 고객은 얼굴을 마주할 때보다 더 폭력성을 띠게 된다. 익면성(匿面性)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을 띠고 댓글을 달 때 포악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한계가 찾아온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말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이루어진다. 눈빛, 손동작, 몸의 태도, 얼굴 전체가 모두 의사소통 기관이다. 그런데 오로지 목소리 하나에 의존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업무는 노동자에게나 고객에게나 모두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게 된다. 


이렇게 노동을 하게 되면 급격한 소진이 발생한다. 그래서 짬짬이 쉬어야 한다.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하늘도 한 번 올려다 보고, 심호흡도 하고. 그러나 그럴 틈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기하고 있는 전화를 쳐내야 하고 팀장의 ‘후처리, 후처리!’ 압박을 받아야 하고 목표 콜 수를 채워야 한다. 나는 공공기관에 전화했을 때 한 번에 통화된 적이 없다. 서너 차례 전화를 해야 그때야 통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고객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좁고 환기시설이 없어 집단감염이 일어나기 딱 좋은 콜센터에서 노동자들은 이렇게 일하고 있다. 


국가의 얼굴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하는 시간 내내 통제를 받고 결국 병을 얻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직업병 발원지가 콜센터라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공공기관들은 그간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던 콜센터를 아웃소싱 했다면 원청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원청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이 하는 일은 고작 도급비용을 깎는 것이다. 도급비용을 깎게 되면, 적절한 인력을 산정해주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뿐이다. 또한 고객들은 마냥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을 뿐이다.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당면 과제는 어느 정부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였다. 그런데 공공부문에서조차 이런 인력부족을 만들어 내는 것은 뭔가 기괴하고 모순적이다. 지금 당장, 콜센터 노동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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