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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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동자들이 절을 하며 건설노동자의 무탈한 2011년을 빌고 있다. ⓒ 이현정, 일과건강
소한 한파와 여의도 칼바람이 부는 2011년 1월 7일. GS건설이 공사를 주관하는 국제금융센터 공사현장 1번 출구 앞에 커다란 돼지머리를 시작으로 고사상이 차려졌다.
‘2011년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가 열린 이날은 3년 전인 2008년, 이천 냉동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나 40명의 건설노동자가 산재사망한 날이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형식에 지나지 않는 안전교육, 무리한 공정진행으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면서 “건설노동자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건설노동자의 안전권 건강권 쟁취를 위해”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를 기획했다. 기원제가 열리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건설현장은 지난 해 4월부터 최근까지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체감온도 영하10도를 밑도는 날씨에도 하루 일당을 포기한 건설노동자 2백여명이 기원제 현장에는 모여 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현장’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보여줬다. 제사 진행을 맡은 백석근 연맹 위원장은 “오늘의 기원제가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고 현장을 개선하는” 시작으로 만들자며 “집에서 나온 그대로의 모습으로 퇴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업주가 건설현장의 안전보건을 책임지도록” 싸우겠다며 기원제 취지를 전했다.
▲ 돼지머리 입과 코, 귀에 건설노동자의 기원을 담은 봉투가 가득 꽂혔다. ⓒ 이현정, 일과건강
건설노동자의 산재사망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는 ‘소·돼지’와 비교되기도 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지금 전국에서 구제역으로 소·돼지가 죽으니까 난리가 나 원 포인트 국회가 제안되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건설노동자는 1년에 7백명씩 죽어나가는데 국회에서 원 포인트 하자는 얘길 들어봤냐?”며 건설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정치권에 쓴 소리를 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 역시 MB정권이 항상 국격을 얘기하는데, “노동기본권과 안전하게 일할 여건이 잘 보장된 나라가 ‘격’이 있는 국가”라며 정권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인 정혜경 부위원장도 심각한 안전보건 문제를 푸는 노동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캠페인뿐인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면서 “ 여러분이 소원종이에 적은 염원이 바로 민주노총의 안전보건 사업이 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노동자들은 안전기원제를 시작으로 ∇산재사망 기업주 처벌 강화 ∇건설현장 작업환경 개선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완전 적용을 위한 구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사진들은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 모습이다.
ⓒ 이현정, 일과건강
▲ 한 노동자가 소원을 적은 종이를 새끼줄에 달고 있다(사진 위). 이렇게 매달린 소지는 부정을 없애고 소원을 비는 뜻을 담고 불살라진다. ⓒ 이현정, 일과건강
▲ 풍물패의 악기소리로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 시작을 알렸다. ⓒ 이현정, 일과건강
▲ 안전기원제 모습. 춥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한파였지만 포항, 울산, 광양 등 거리를 마다않고 건설노동자가 참여했다. ⓒ 이현정, 일과건강
▲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홍희덕 의원은 위원회 안에서 건설노동자의 작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 이현정, 일과건강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소·돼지를 위해 원포인트 국회를 열면서도 하루 2명씩 죽는 건설노동자를 위해 국회는 무엇을 하냐며 입법부인 국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 이현정, 일과건강
▲ 건설연맹 백석근 위원장이 다 읽은 축문을 태우고 있다. 축문에는 열악한 건설노동자의 노동환경을 2011년에 ‘확’ 바꿀 수 있도록 힘을 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었다. ⓒ 이현정, 일과건강
"하루 2명씩 죽는데, 우리가 소·돼지보다 못합니까?" |
건설산업연맹 지난 7일 국제금융센터 앞서 '제1회 안전기원제' 열어 "구제역으로 국회가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하고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그런데 건설노동자가 하루에 2명씩 죽어 나가는데도 우리 사회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소·돼지는 억울하게 죽으면 안 되고, 건설노동자는 억울하게 죽어도 되는 겁니까?" |
ⓒ 이현정, 일과건강
▲ 홍희덕 의원과 민주노총 정혜경 부위원장(사진 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이 건설노동자의 안전권과 건강권 확보 기원을 담아 제주를 올리고 돼지머리에 봉투를 넣고 있다. ⓒ 이현정, 일과건강
▲ 기원제에 참석한 한 여성노동자가 노동가수 박준 노래에 맞춰 힘있게 팔뚝질을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 이현정, 일과건강
▲ 추위도 건설현장의 모든 불안전 귀신도 떠나보내자며 함성을 지르는 노동자들. ⓒ 이현정, 일과건강
▲ (왼쪽부터) 플랜트노조, 건설기업노련, 건설노조 위원장은 올 한 해 건설노동자의 안전권과 건강권 쟁취를 위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현정, 일과건강
▲ 건설노동자의 소원을 담은 소지를 불태우고. ‘소지’는 부정(不淨)을 없애고 소원을 비는 뜻으로 얇은 종이를 불살라서 공중으로 올리는 일이나 그 종이를 뜻한다. ⓒ 이현정, 일과건강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렀다 |
조기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