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진단, 게 뭐꼬?

2012.04.08 19:23

조회 수:14362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할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특히 상업용으로 쓸 때는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이 추진하는 ‘발암물질 추방사업’의 첫 단추 끼우기가 마무리됐다. 지난 6월 11일 세영테크를 마지막으로 발암물질 현장 진단사업 첫 번째 지역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장조사가 끝난 것.


세영테크는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캠샤프트를 제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사업장이이다. 금속 주물을 들여와서 깎아서 밀링, 선반, 측정까지 맡는다. 세영테크지회 김현철 노안부장은 “소음과 분진이 심하다. 한 여름에는 기계에서 나는 열 때문에 (노동자가) 많이 힘들어 한다”고 작업환경을 설명했다. 특히 “절삭유를 사용하는 공정의 국소배기장치가 사업장 안으로 된 문제는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지부의 발암물질 진단사업 마지막 현장조사 과정을 사진과 인터뷰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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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1. ⓒ 일과건강 이현정





진단사업은 교육으로 시작된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노동현장에서 사용하는 발암물질 실태와 직업성 암 실태, 국내외 관련 정책 비교로 문제 심각성을 알린다. 교육은 노동자를 미리 만나는 과정이다. 선진국에 비해 발암물질 인정 수도 적고 그러다보니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는 산재 건수도 매우 적다는 사실이 노동자에게 전달된다.


일터에서 사용하는 물질을 선택할 수 없는 노동자는 무방비로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할까? 그렇지 않다. 캐나다에 좋은 사례가 있다. 캐나다 자동차노조는 발암물질을 대체하고 노출기준도 법이 정한 것보다 낮추는 성과를 냈다. 텐마크는 국가가 나서서 발암물질 대체 사례를 알린다. 결국 노동자든 국가나 기업이든, 발암물질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느냐 없냐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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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2. ⓒ 일과건강 이현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 곽현석 기획실장이 세영테크에서 실시한 발암물질 현장 인식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용하는 유기용제 사진 옆에 발암물질로 의심되면 스티커를 붙이는 조사에서 노동자 다수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연구소는 미리 확보한 MSDS를 분석해 세영테크에 어떤 종류의 발암물질이 쓰이는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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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 일과건강 이현정



교육이 끝나면 연구소·충남지부 발암물질 조사단과 지회장을 포함한 세영테크지회 확대간부들이 인사 나누는 자리를 가진다. 조사단은 세영테크의 발암물질 실태와 점검사항을 보고하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체물질을 제안할 것이라고 노조에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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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순서 점검 ⓒ 일과건강 이현정



현장조사를 어디부터 시작하고 순회할 것인지 사업장 공정별 배치도를 보고 결정한다. 지회 노안부장과 함께 위험한 공정,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공정을 중심으로 순회할 곳을 정한다. 이렇게 오전 일정이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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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순회 1 ⓒ 일과건강 이현정




식사 뒤, 발암물질 조사단은 분석된 MSDS 자료와 공정별 사용물질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확보한 자료와 현장 상황이 일치하는지 살핀 다음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작업장에서 만난 노동자에게는 사용하는 유기용제에 맞는 보호구를 쓰는 지, MSDS는 있는 지 확인한다. 김현철 노안부장 말처럼 귀에다 대로 얘기해야 할 정도로 소음이 심한 공정, 금속가공유 미스트가 작업장 내부로 배출되는 공정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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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순회 2 ⓒ 일과건강 이현정




발암물질 체크리스트에는 노동자 이야기와 현장 확인을 거친 내용들이 채워진다. 체크리스트에는 ∇(발암물질)노출 노동자 수 ∇공정별 노출위험 ∇제품의 용도, 사용량 ∇노동자들의 발암물질 인식 여부 등이 꼼꼼하게 기록된다. 

조합원 인터뷰 Ⅰ. 윤민호(34세·6년 근무)

“시간 걸리더라도 교체했으면” 

- 오늘 발암물질 교육을 받았다. 
“현장에서 쓰는 게 거의 발암물질이지만, 암과는 잘 연결하지 않는다. 입사 때부터 안 좋다는 생각은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발암물질을 교체하면 좋겠다.”

- 기존의 안전교육은 어땠나? 
“사측에서도 안전교육은 하지만 현장과 밀착된 내용은 없었다.”

- 사용하는 물질이 발암물질인지 유해물질인지 어떻게 아나?
“오래 일하다 보니까 안다. 선배나 동료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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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일과건강 이현정



발암물질 진단사업에는 또 다른 팀이 있다. 진단사업 전체를 영상에 담고 기록하는 ‘다큐팀’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파업을 영상에 담았던 태준식 감독이 이끄는 팀은 현장 노동자를 인터뷰 한다. 그들의 사소한 일상부터 직업성 암 관심 여부도 질문거리다. 사진은 선반 공정에서 8년을 일한 한 노동자의 인터뷰 모습이다. 소음이 심해 인터뷰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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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료채취 ⓒ 일과건강 이현정


발암성이 의심되는 유기용제는 현장에서 바로 시료를 채취한다. 채취된 시료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분석하여 발암성 여부를 확인한다. 벤젠, 석면, 다행방향족탄화수소(윤활유, 절삭유 등), 1-3부타디엔이 중심이며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 발암물질목록1.0을 기준으로 발암성 여부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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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 확인 ⓒ 일과건강 이현정


체크리스트의 기본은 정확성. 현장 노동자에게 관련 내용을 재차 점검한다. 진단사업 중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 곽현석 기획실장이 현장 노동자에게 기입된 정보가 제대로인지 확인하고 있다. 


조합원 인터뷰 Ⅱ 전상옥(42세·세척공정 3년)

사측도 현장 한번 들어와 봐야  

- 하루 일과를 얘기한다면? 
“5시 반에 일어나 밥하고 애들 챙기고 청소하고 출근할 준비한다. 7시30분에 집에서 나온다. 8시30분부터 오후 5시나 7시 반까지 일한다. 교대근무는 하지 않는다. 집에 가면 아침에 했던 일이 반복된다. 보통 12시 넘어 잔다.”

- 작업상 장갑이 필요할 것 같은데 끼지 않고 일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하다 불편해서 지금은 그냥 맨손으로 한다.”

- 일하면서 생긴 증상이 있는지?
“머리가 자주 아프고 가래도 자주 끓는다. 주위 동료도 비슷한 증세가 있다. 일과 관련 있다고 가끔은 생각하는데… 암은 어느 순간 오는 것이라 무섭긴 한데 아직은 관심 없다. 대신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

- 오늘 교육 받은 느낌은 어땠나? 
“자주 이런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한 달에 한 번 말고 두 번 정도는 해주면 좋겠다. 사측에서도 노동자 입장을 알 수 있도록 현장을 보면 좋겠다. 일하는 곳이 공기가 안 좋고 힘들다. 발암물질을 없애는 등 작업환경을 바꿔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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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삭유 미스트 ⓒ 일과건강 이현정


절삭유 미스트가 작업장 밖으로 그대로 나오는 라인. 작업장 문을 닫고 일하는 겨울이면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미스트 탓에 노동자 건강에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배기장치가 적절하지 않은 절삭유 사용 공정은 이후 평가 자리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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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S 없는 유기용제 ⓒ 일과건강 이현정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이지만 관련 MSDS는 보이지 않았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에게 MSDS 게시 및 비취는 최소한의 알권리 보장이다. 발암물질 진단사업에서는 이런 점도 놓치지 않고 이후 보고서에 반영된다. 


인터뷰 Ⅲ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진상 노안부장
▲김진상 부장.

“충분하게 교육하고 현장 들어가자.”


- 금속노조 발암물질 진단사업에서 충남지부가 제일 먼저 시작하게 된 배경은? 
“충남지역에는 자동차 부품 납품사가 많이 집중돼 있다. 이들 업체는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업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회의에서 충남이 가장 먼저 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 오늘이 진단사업 마지막이다. 중간평가를 한다면?
“지부에서 노안부장을 하면서 노동안전을 처음 접해봤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도 몰랐던 발암물질이 인체에 어떻게 나쁘다고 알고 나니까 상당히 위기의식이 생기더라. 나 스스로. 개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어려웠던 점은 처음에 조합원 교육을 많이 하고 나서 조합원을 만났어야 했는데 사전 홍보, 교육이 부족했지 않았나 싶다.”

- 조합원 교육, 홍보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두 달 전부터 노안회의에서 진단사업 의의를 나눈다. 노안부장이 각 지회로 들어가 발암물질 진단사업을 알리고   이런 사업을 한다는 홍보를 하고 소책자를 발행해 조합원 교육에 활용한다. 교육과 동시에 관련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포스터, 현수막을 각 사업장에 설치해 진단사업 실시를 알렸다.”

- 암에는 관심이 많은데 발암물질에는 아직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조합원 교육을 지켜봤는데, 조합원들이 발암물질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를 하니까 조합원이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 용어도 어렵고. 무엇보다 당장 암에 걸리지 않고 아프지 않으니까 인식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퇴직 후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절실하게 하지만 ‘지금은 젊으니까’ ‘내가 걸릴까? 걸리지 않겠지’ 하는 마음이 강한 것 같다.”

- 이후 진단사업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본조가 일정이 바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참여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본조 차원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면 좋겠다. 사전에 조합원하고 많은 대화와 교육을 배치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진단사업 당일에는 홍보, 선전을 하고 사전에 교육을 한 다음 현장에 들어가야 조합원들 부담감도 적고 그 사람들이 왜 들어 왔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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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진단사업 흐름도 ⓒ 곽현석, 발암물질 정보센터





사업장 넘어 지역으로 사회로

금속노조는 올 초 열린 26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6기 1년차 특별사업으로 ‘금속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발암물질추방 투쟁’을 결의했다. 그 구체 실천 중 하나가 발암물질 진단사업이다. 발암물질 진단사업은 단순하게 현장에 어떤 발암물질이 있는지 찾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발견된 발암물질은 정확한 정보화 작업을 거쳐 웹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조사대상 사업장은 대체물질, 개선방안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한 마디로, 노동자가 일하기에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지금까지 사용한 발암물질 기록을 지회와 금속노조에서 남겨 몇 년 뒤에 발생할지 모르는 직업성 암의 산재신청 근거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자기 작업장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금속노조는 사업장을 뛰어넘는 직업성 암 환자 찾기 캠페인, 보상문제 해결, 나아가 건강권과 관련된 법 제도 개선까지 중장기 목표로 세웠다. 노동조합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노동자가 발암물질 없는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때까지 이러한 연대를 계속할 것이다. 

§ 발암물질 진단사업 문의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 정보센터 : (02)490~2093, 곽현석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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