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대로 판단해 달라”

2012.04.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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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불승인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장을 접수하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유가족과 소송단. ⓒ 교육센터 이현정





2010년 1월 11일 11시 11분.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과 현재 투병 중인 피해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소송단’은 1월 11일 서울중앙지법 2층 로비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행정소송 의미를 밝혔다. 행정소송 제기자는 사망자 이숙영·황민웅·황유미 3명의 유족과 치료 중인 김옥이·박지연·송창호 씨. 이들은 산재신청에서 불승인을 받아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여기에서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자 재심사 청구 대신 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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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행정소송의 의미를 밝히는 소송단장인 박영만 변호사. ⓒ 교육센터 이현정




보호받지 못해 발병한 질병, 국가가 보상해야

소송단 대표 박영만 변호사(법률사무소 의연)는 “피해자들의 병은 업무상 질병이 가장 크게 의심된다”며 “유해물질과 환경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해 발병한 노동자의 질병을 국가가 나서 보상하라는 행정소송”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쟁점은 ‘발암물질 노출’과 이것의 ‘업무와 관련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9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반도체 공정은 벤젠, 전리 방사선,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 노출이 가능한 곳이라며 “같은 환경에서 집단으로 백혈병이 발병한 것은 업무환경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피해자 대표로 나온 故황유미 노동자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딸의 백혈병 발병 정황을 이야기하며 “회사에서는 절대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했지만 정작 근로복지공단에 자료를 제출할 때는 거짓 자료를 올렸다”고 얘기했다. 황상기 씨는 “삼성에 노조가 없어 삼성 노동자는 회사에서 버림받았고 정부에서도 버림받았다”며 “법원에서 제대로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故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 역시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삼성에게 회유당한 피해자도 있다”면서 “피해자들을 위해 이제는 법정에서 싸우겠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삼성의 허물을 벗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보도자료에서 “연일 최고의 매출 실적을 자랑하는 삼성 반도체의 그늘 속에 가려진 삼성노동자들이 처음으로 ‘집단 직업병’을 제기하는 소송”이라며 “깨끗한 산업 이미지로 포장된 반도체·전자산업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정의 벤젠, 있나? 없나?
유가족 정애정 씨가 기자설명회에서 행정소송을 거는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 교육센터 이현정

지난 해 10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 삼성반도체 주장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뒤집는 보고서 결과가 폭로되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삼성전자·하이닉스·앰코테크놀로지 등 3개 반도체 제조사 공장 6곳의 ‘산업안전 위험성 평가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한 것.


보고서에는 삼성전자의 ‘포토 레지스터’라는 반도체 공정 사용물질 6건과 하이닉스의 포토 레지스터 4건 가운데 1건에서 벤젠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문제제기로 반도체 공장 역학조사에 나섰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벤젠 무검출’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였다.


당시 반올림은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내용을 보고 공단의 부실한 역학조사를 비판했고 해당 업체는 확정된 결과와 분석이 아니라며 삼성반도체 백혈병과의 연계성을 부정했다.


벤젠은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된 1급 발암물질이다. 호흡기는 물론 피부로도 흡수되며 극소량이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조혈기계암을 일으키는 위험한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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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반도체 백혈병 소송단 기자설명회 모습. ⓒ 교육센터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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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법원 민원실의 소장 처리 모습. ⓒ 교육센터 이현정



포장은 근로복지공단, 내용은 삼성반도체

삼성반도체 백혈병 소송단의 소송상대는 근로복지공단이지만 사실상 삼성반도체의 업무상 질병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으로 실제 피고는 삼성반도체라고 볼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취하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에 보기 드문 취재진이 몰린 것도 법원이 삼성을 상대로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소송단 참가자도 삼성반도체 쪽에서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것을 전제하고 ‘이기는 소송’ 준비를 5개월여 동안 내실있게 해왔다고 전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소송단에는 박영만 변호사(소송단 단장, 산업의학전문의, 법률사무소 의연)·박숙란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권동희 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김민호 노무사(노무법인 참터)·이종란 노무사(반올림)가 참여한다. 




결과까지 최소 3년, 지치지 않고 간다
식사자리에서 소송이 잘 되도록 더욱 함께 하자는 의미의 말을 전하는 황상기 씨. ⓒ 교육센터 이현정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뒤 피해자 유가족과 소송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점심을 하며 소회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황상기 씨는 “오늘 소장 접수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처음에는 억울한 심정을 알리는 차원이었다. 이제는 다른 피해자가 없도록 (소송이) 잘 되도록 하자”며 2년이 넘는 딸의 산재인정 싸움의 심정을 표현했다. 정애정 씨도 “(행정소송이) 최소 3년은 걸린다고 하더라.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자”며 지치지 않고 함께 할 뜻을 전했다.


소송단 소속 변호사·노무사 역시 어려운 소송이라는 점은 알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소송이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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