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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결과는 아주 간단하다.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버스 · 택시 운전노동자 정신건강 실태 발표 및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가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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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이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이현정





좁은 공간에서 월 2백시간 이상 노동


버스 · 택시 운전노동자 정신건강 실태 연구 사업을 맡은 김 교수는 “월 평균 200시간 이상의 긴 근무시간과 좁은 공간 · 고정된 자세 · 잦은 사고경험 · 진동 · 교대근무 · 불규칙한 식사 등의 열악한 근무조건이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형렬 교수 발표에 따르면 사고를 경험한 택시노동자의 34% 버스노동자의 28.4%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조사대상 택시노동자의 35.2% 버스노동자 25.2%에서 우울증이 의심되었다.


김 교수는 “1인1차제 · 장시간 운행 · 승객과의 갈등 경험 · 최근 1년간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경험 등이 운전 노동자의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면서 “승객과의 갈등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는 택시노동자의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이 버스노동자 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근로기준법의 근무시간 규정 예외조항 삭제 ∇업무 중 사고의 산재처리 ∇승객과의 갈등 문제 대응법 교육 ∇정신건강 조기진단을 위한 건강진단 체계 도입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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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찾은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들이 소회의실을 꽉 채웠다. 이들은 자리를 끝까지 하며 의견도 활발히 전개했다. ⓒ 이현정





공익 생각한다면 근로시간 제한이 옳아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공중의 편의를 이유로 운수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1주에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특례규정을 두어 일반택시운송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피로누적이 교통사고 발생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생명과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한다”면서 “택시운전자 건강 확보와 장시간 근로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이들도 사용자와 합의한 경우에 한하여 1주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 원칙으로, 이를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반드시 해당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고 1주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운수업 · 의료 위생업 · 통신업 등 17개 업종은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을 이유로 사용자가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만 거치면 1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시간 초과가 허용된다.

노무법인 참터 유성규 공인노무사는 “운수업은 다수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업종이므로 공익을 위해 오히려 운수업의 근로시간은 제한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유 노무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점으로 ‘휴게시간 보장’을 얘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주도록 했으나 운수업에서는 이것조차 사용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서 “휴게시간을 제대로 부여하지 못할 정도로 노동력이 부족하다면 공익과 공중의 편의를 위해 고용인원을 늘리는 것이 상식이지 휴게시간을 자유로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더불어 개별 노동자 의사와 무관하게 노동자 대표 1명의 결정으로 12시간을 넘는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규정도 여러 가지 법률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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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택시 운전노동자가 일어나 노동조건 개선 의견을 냈다. 그는 형식적인 건강검진 대신 정말 필요한 검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현정



완전공영제 전액관리제로 노동조건 개선해야

세 번째 토론자로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이 나섰다. 이상윤 국장은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이나 교통안전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 내용을 제시했다. 그는 “이미 도로교통법 제45조(과로한 때의 운전금지) 제56조(고용주등의 의무)에서 과로한 때의 운전을 금지하였고 교통안전법 제24조(교통수단의 안전운행 등의 확보)는 운전자의 적정한 근무조건을 위해 국가가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규정했다”며 “다만, 과로의 기준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국가가 적극 나서지 않는 현실에서 사실상 사문화 된 법률”이라고 말했다. 이상윤 국장은 정신건강 조기진단을 위한 건강진단 체계 도입은 시범사업을 한 뒤 효과가 검증되었을 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펼쳤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실장은 “휴식없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버스 ·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열악한 노동조건이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정호희 실장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버스는 준공영제 확대나 완전공영제로 택시는 전액관리제를 전면 시행하고 장시간 근무의 원인이 되는 각종 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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