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고인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라

2012.04.04 15:29

조회 수:13962

여수 엘지석유화학에서 지난 2004년 8월 25일에 폭발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또 한명이 화상을 입어 서울로 이송되었다. 여수시내에서도 폭발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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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가 있었고, 회사에서는 밸브조작실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에 흘렸다. 언론은 이것을 그대로 방송함으로써 고인의 명예를 치명적으로 더럽혔다.


오늘, 고인이 안치된 전남병원에 다녀왔다. 그리고 사고에 대해 알고 있는 조합원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고가 난 공정은 시스템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 근무자들의 일반적 평가이며, 사고 당일에도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정을 세우고 촉매를 교체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사고의 원인이 밸브를 잘못 조작한 것으로는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생각이다. 오히려 조합원들은 안전에 대해 확신이 없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최근 벤젠, 톨루엔, 자일렌, 1,3-부타디엔의 가격이 좋아 무리한 운전을 했다는 점, 그리고 팀별 경쟁이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예고된 사고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너무나 적은 인원으로 공정을 운전하다보니 사고의 상황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대처도 미흡했다고 한다.


사망한 노동자는 평소에도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솔선수범하였으며, 존경받는 선배이자 동료였다. 엘지석유화학 노동조합에서는 즉각 성명을 내어 고인의 명예를 더럽힌 회사의 행위에 경고를 하였고, 사죄를 요구하였다.



고 주승우 조합원은 자신의 업무를 "어제 병앓이한 그 기계를 못잊어 밤새도록 간호하는 나이팅게일 같은 그들. 새벽에도 들썩이는 기계들의 폭동을 몸으로 마음으로 가라앉혀주는 그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사고 역시 문제가 있는 공장시스템에 나이팅게일 같은 간호를 하려다 발생한 것일 뿐이다. 엘지석유화학은 즉각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정확한 사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사고의 원인이 불완전한 시스템과 무리한 생산정책에 있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야간 근무자들


故 주 승우님



살벌한 광기를 뿜어내는 수은등 빛,

실핏줄이 터진 듯한 붉은 아르곤 빛,

다만, 

그들의 눈빛은 백열등같이 따사롭다.


스콜이 쏟아지는 쟝글숲

바나나 잎줄기같은 파이프밑에 몸을 가리고

언제 업습할 줄 모르는 무서운 것들을

그들은 낮보다도 더 지키고 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겨울비가 내리는 밤,

수직으로 된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보면

세상잡사로 고민한다는 것은 사치임을 알 것이다.


모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삶의 문화가 다르게 보일지라도

해뜸같은 희망은 유난히도 많은 그들,

그들의 불구덕같은 가슴엔

식구와 조국이 적잖케 용해되어 있어

낮에는 자고 밤에는 일을해도

눈물을 흘릴만큼 식어 있지는 않다.


어제, 병앓이한 그 기계를 못잊어

밤 새도록 간호하는 나이팅게일같은 그들,

새벽에도 들썩이는 기계들의 폭동을

몸으로 마음으로 가라앉혀 주는 그들.


그들의 눈빛은 백열등같이 따사롭기만하다.

(고 주승우 일상 시모음 1집 "인생이라는 자전거를타고")





[덧붙이는 글]

엘지석유화학 폭발사고에 대한 여수공투본 

< 성명서 >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 보장하라!!!


지난 8월 25일 17시경 엘지석유화학 BD/BTX KLP 공정에서 촉매교체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근무자였던 주승우 조합원이 사망하고

윤병식 조합원이 2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여수산단 내 사업장들의 폭발사고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무엇이 우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


1. 안전하다는 말 못 믿겠다. 자신없으면 거짓말 하지 말라 !!!

사고가 난 공정은 작년 7월 가동된 신규공정이고, 사고가 발생된 촉매교체작업은

지침에 따라 수행되었다. 그러나 폭발사고는 발생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누구도 사고가 발생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회사측에서는

여수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얘기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회사측도 시스템 상의 결함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해 왔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무엇이 폭발을

일으켰는지 조차 파악되고 있지 못한 것, 이것이 바로 여수산단의 안전시스템의

현실이다. 

이제 더 이상 안전을 말로서 주장하지 말라 ! 

전문가들은 새로이 도입되는 신규공정들은 과거보다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 겸허한 태도가 없이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말만 하는 태도는 언제든 이번 폭발사고와 같은 것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엘지석유화학만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여수산단의 모든 사업장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자신없으면 거짓말이라도 하지 말라 ! 

여수산단의 모든 회사는 보다 겸허하게 위험을 인정하고, 노동조합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2. 노동자들의 부주의로 사고원인을 치부하는 회사측은 각성하라 !!!

사고 직후 언론에서는 밸브 오조작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당연히 회사측에서

언론에 말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고의 원인은 모른다. 회사는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노동자 잘못으로 몰고 간 것이다. 언제나 회사측은 노동자의

부주의에서 모든 폭발사고의 원인이 있다고 발표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전

업무내용과 정황, 그리고 신규공정으로 명확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노동자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고 경위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채 밝혀지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노동자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회사측의 의도는 무엇인가 !

회사측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에게 아픔을 전가하는 여론호도 행위를

중단하고 철저히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3. 설비는 계속 증설 ! 인원은 계속 감축 ! 사고 안나면 이상한 일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예견된 측면이 있다. 회사측은 몇 년간 설비를 증설하면서도

인원을 줄였고,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만을 추구해 왔다.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사람이 하면 어떻게 되는가! 노동자들은 이러다 사고나면 끝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빌어왔다. 하지만 사고는 났고, 이번 사고

이후에도 사고의 과정을 정확히 이해한 사람이 아무도 없고, 현장에서는 사고

이후 적절한 대처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오직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안전시스템은 충분한 인력과 사람에 의한 감시, 필요한 작업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측은 시스템의 안전성을 과신하지 말고,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필요한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4. 사업주는 재발방지를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마련하라 !!!

우리는 엘지석유화학의 폭발사고와 조합원 사망에 대하여 엘지석유화학, 그리고

모든 여수산단 사업장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불완전한 시스템에 대한 과신을 버리고 겸허하게 노동조합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제시하라 !

둘째, 불완전한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의 손길이 현장 곳곳에서 사고를

막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정상인력을 확보하라 ! 



우리는 더 이상 무고한 노동자들의 죽음을 바로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고 주승우 조합원의 명복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며 화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윤병식 조합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2004년 8월 27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광주전남지부(준) 여수공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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