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울산, 여수, 대산에 대규모 석유화학 국가산단이 조성되어 115개 정유·석유화학사, 549개 플랜트공정이 가동되고 있다. 포항, 광양, 당진 등에는 쇳물을 녹이는 220개 철강·제철사가 국가산단을 이루고 있다. 또한, 경기, 대전충청지역 화학산업 중심의 지방산단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1만 6천여 개의 화학물질취급사업장이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국가, 지방산단의 설비에 대한 실태파악과 점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단이 1960~70년대부터 조성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래 여수국가산단내 대림산업 폭발사고와 울산국가산단내 삼성SMP 물탱크 폭발사고, 당진 현대제철 아르곤 가스누출 질식사고, 포항 포스코제철소 2고로 폭발사고 등 화학산업단지에서 화재, 폭발, 누출로 인한 중대산업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7월말 이틀사이에 국내외에서 있었던 2건의 화학물질 사고는 노후설비에 대한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내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여수의 해양조선소이고 국외는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 도심 한복판이었다. 이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참사의 공포에 가슴 조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충분한 것이었다.
노후화된 암모니아 가스통, 석유화학공단 노후설비실태는 더 심각
7월 31일 전남 여수시 ‘해양조선소'에서 수리 중이던 참치운반선 암모니아가스통에서 가스가 누출, 1명이 사망하고 2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설비노후가 문제였던 것이다. 일과건강은 작년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 대책활동과정에서 개최한 ‘2013년 주요산단 화재, 폭발, 누출 사고은폐현황 설명회’를 통해 우리나라 석유화학산단 주요설비 노후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사고를 한 지역 조선소에서 가스통 하나가 노후화되어 일어난 사고로 치부하고 마무리되면 안된다.
여수사고 다음날인 8월 1일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 도심에서 1일 석유화학공단 등에 공급하는 프로필렌 공급 관에서 가스 누출, 연쇄폭발 사고가 일어나 최소 24명이 숨지고, 290여 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현지 뉴스전문 채널 TVBS 등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가오슝시 첸전(前鎭)구에 있는 지하 석유화학 물질 공급 관에서 누출 사고가 나 인근 하수도 통로등으로 가스가 퍼지면서 연쇄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석유화학공단 공급관의 이상으로 인한 누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결배관이나 밸브 등의 바스켓 등의 노후화로 심심치 않게 누출이 일어나는 석유화학공단의 사례를 비추어보면 그렇다.
현재 국내에 조성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중에 여수와 울산국가산단은 40년 이상이 된 오래된 설비가 대부분으로 설명회에서 발표된 현장증언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다. OO석유화학단지 A사 노동자 증언에 의하면 가동을 시작한지 오래된 설비 중 특히 배관, 밸브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정비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황산 등 취급물질이 수시로 누출되고 있으며 이를 발견한 현장노동자들이 고무장갑 등을 이용, 임시방편으로 막고 처리반(공무팀)이 올 때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누출사고는 보고되거나 사고통계로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석유화학단지
| 규모(㎢)
| 업체 수
| 작업자 수
| 조성시기
|
울산
| 43.9
| 407
| 27,995
| 1968년부터
|
여수
| 37,711
| 182
| 13,621
| 1970년부터
|
대산
| 8.0
| 13
| 3,420
| 1988년부터
|
<주요 석유화학단지 현황 / 자료 출처: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 2008>
노후설비가 교체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번엔 여기다. 샐지 모르니 조심해라. 설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바꿔주질 않는다.’라는 공무팀 관계자의 하소연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공무팀 관계자는 ‘장비설비 계약시 저가로 구입하니 노후가 빨리되는 것도 문제고 공장 세운지 30~40년인데 정기적으로 공정별로 설비점검하고 교체해야 하는데, 사람도 더 필요하고... 그게 다 돈이예요. 그러니까 안하는 거예요.’라며 앞으로 예고되고 있는 사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와 같은 노후화된 설비는 잦은 정비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공장 가동 시기는 물론이고 수리 과정에서 항상 사고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최근 발생한 2건의 화학물질 누출, 폭발사고는 노후설비에 의한 화학물질 대형참사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 비용절감에 의한 이윤확보에 혈안인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의 대기업들이 노후설비에 대한 개보수공사 주기를 연장하고, 노후설비 교체와 안전설비 확충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노후화된 설비로 365일 돌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석유화학공단이 화약고로 불리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