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여성부장 정민정, 일과건강 2008년 6월호 기획특집
5월 22일 8시 50분 현장 선전전을 진행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노원점으로 모였다. 이미 많은 분들이 출근하고 계셨다. 백화점 오픈 시작은 10시 30분인데 왜 이렇게 일찍들 오시는지 선전전을 하기 위해 모인 우리가 늦게 온 것이 되어 버렸다.
부랴부랴 몸 벽보를 두르고 현수막을 설치하고. 바쁘다 바빠~~
그래도 이곳은 선전전 하기 좋은 조건이다. 서비스연맹 산하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을 통해 회사의 협조를 얻을 수 있어 별다른 마찰 없이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지금 필요한 건 뭐? 존중과 의자!
“서비스노동자를 존중합시다!!”
사실 이런 요구는 회사와 노동조합이 대립되는 구호가 절대 아니다.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일터. 직원들이 고객으로부터 존중받는 일터는 노동자들이 더욱 신나게 일하는 조건을 조성하기에 기업의 입장에서 절대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자기 직원을 존중해 달라는데 어느 회사가 싫어하겠는가?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합시다!! 주1회 정기 휴점제를 실시합시다!!”
위와 같은 요구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서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각종 질병을 호소한다. 서 있기 어려워 결국은 회사를 사직하게 된다. 이직률이 높을수록, 퇴사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직원의 직무 만족도와 애사심 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아무튼 오늘의 선전전은 노동조합과 백화점의 협조 아래에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되었다. 선전물을 받아가는 백화점 노동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맞아요!! 의자가 반드시 필요해요.” “우리도 앉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1회는 가족이 모두 모여 밥을 먹고 싶어요.” “의자를 놓아야 한다는 내용이 정말 법에도 있나요? 그런데 우리는 왜 몰랐을까요?” “의자!! 파이팅!!” “근무 마치면 다리가 퉁퉁 부어요. ㅠ.ㅠ 너무 힘들어요.”
이런 백화점 노동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을 입어 우리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또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하여 선전전을 진행한다.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은 2006년 12월부터 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사업을 기획해 왔다. 다양한 서비스 업종의 여러 가지 문제 속에서 우선 일차적으로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에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자문단을 구성하여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문제 종류를 파악하고 해외 유통 서비스 여성노동자 건강을 위한 사업과 사례를 조사하였다.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는 2008년 발표 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이 조사보고서에서도 유통 서비스업 종사 여성근로자의 건강은 상당히 나쁜 상태로 감정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상당히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 질병을 상세히 살펴본 결과 산부인과 질환․위장질환․요통 및 디스크질환․근육질환․비뇨기질환․호흡기계통질환․무릎 및 관절질환․정신 스트레스 질환의 발병률은 50%를 넘었다.
이렇듯 유통 현장에서는 매우 다양하며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업장 차원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유통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서비스업종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하기에 비록 지금은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에 국한하여 사업을 추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체 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 및 감정노동의 사회적 인식 확대를 중요하게 제기하고,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이끌어내며, 서비스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스스로 주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2008년에는 작더라도 소중한 성과들을 거두는 것이 필요하며 현행 법 상으로도 정해진 권리이지만, 지금껏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찾아먹지 못했던 권리를 중심으로 ‘권리실현’을 현장에서 이루어내는 것을 목표로 정하였다. 그리하여 법에 정해진 권리인 “의자를 놓고 앉을 수 있는 권리” 실현을 올해 당면 과제로 선정하여 활동을 추진하였다.
# 고객․회사․노동자 인식 변화가 캠페인 성공 열쇠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하기 위한 이 사업은 노동조합 활동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회사 관리자들에게 비공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은 “의자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객들이 보기에 거슬릴 수 있다. 고객이 문제제기를 하면 회사는 더 이상 의자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느냐 마느냐에 있어 고객 즉 시민들의 역할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연맹은 각계 시민사회단체들과 유통매장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함께 이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마트에서 앉아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보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우리 고객들이 유통노동자들이 때때로 앉아서 근무하는 모습을 볼 때 거부감이 아니라 당연하고 일상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며, 사업주도 이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연맹은 6월 30일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산업보건대회에 맞추어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단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유통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 제공을 요구할 것이다. 캠페인단 발족 이후 월 1회 이상의 정기적인 유통매장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며, 의자를 제공하는 사업장에는 서비스 노동자를 존중하는 기업이라는 내용으로 현판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서비스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중받고 그들이 진정으로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일터는 만들고자 하는 이번 캠페인에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하길 바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에는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는 존중입니다. 서비스여성노동자에게도 때때로 앉아서 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