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4일에 금속노조 100인이하사업장, 지역지회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전국수련회에서 김신범 교육실장이 제안한 내용입니다.
[ 리드문 및 편집자주 수정 ]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바꿔나가자
그간 8개 지부의 현장 동지들과 토론을 하면서 어느 정도 개선과제를 도출할 수 있었다. 핵심적 개선과제는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안활동시간확보와 실질적 활동보장, 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체계 및 지원체계 구축, 그리고 가능한 수준의 공동사업을 통한 안전보건서비스 질 개선 등이다.
일단, 활동보장과 관련하여서는 현실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2008년 금속노조 산별중앙협약에서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담당자들의 활동시간이 공식적으로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2008 금속노조 중앙교섭 중에서 |
【산업재해 예방】 회사는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건강 및 생명을 보호하고, 가치 있는 노동자의 삶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실시한다. (중략) 2) 노측 안전보건 담당자 1인(명예산업안전감독관 또는 노동안전부장)에 대하여 인정하는 월별 유급 재해예방활동은 100인 이하 16시간, 200인 이하 20시간, 300인 이하 24시간, 500인 미만 30시간, 500인 이상 사업장은 34시간으로 한다.(신설) |
이제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안담당자에게는 월 16시간의 활동시간이 확보되었다. 이 활동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 건강권의 확보수준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관행대로라면 바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금속노조의 모든 소규모 지회에서 중앙교섭에서 확보한 16시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의심된다. 각 지회의 임원들에게 16시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시키고, 임원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16시간의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다. 16시간의 활동을 따냈지만, 구체적으로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월 16시간, 즉 월 2일, 그러니까 1년 24일의 활동이 보장된 셈이다. 24일 중에서 역량강화 교육은 며칠, 지역노안담당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며칠(월 1회 4시간을 지역 노안담당자 회의로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안전점검은 며칠, 작업환경측정과 건강검진 준비는 며칠 등 구체적으로 24일을 잘 쓰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실질적 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안전점검의 경험이 많은 대규모 사업장 노안활동가들이 100인 이하 지회에 가서 직접 현장안점점검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직접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 같은 생생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지역 공동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공동검진이나 공동측정, 공동교육 등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잡아서 추진해야 한다. 작은 사업장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함께 진단해보고, 그 속에서 측정사업이나 검진사업을 공동으로 배치하거나, 조합원에 대한 교육을 공동기획하여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8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최소한 100인 이하 사업장들에서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추진하여 기본 정보를 확보하고, 사업장을 순회점검하여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을 진단한 후, 공동 측정요구안이나 공동 검진요구안, 공동 교육요구안 같은 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함께 사업을 하는 과정 자체가 노안활동가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서로 의지하며 배우는 과정이 될 것은 분명하다.
세 번째로, 이제는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안활동에 대한 지원체계 구축을 고민해볼 때이다. 영국의 경우 수십년간 노안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은 그간의 경험을 살려서 지역순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작은 사업장에게 실질적인 활동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험 많은 노안활동가들이 지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지역활동을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처럼 전문노안활동가 과정을 만들어 인증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2009년에 당장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금속노조가 노안활동가 인력풀을 넓혀나가고 노안활동가들이 오랜 기간동안 활동할 수 있는 비전과 활동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소중한 시도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교육센터는 영국의 전문활동가 과정 등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활동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고민할 것이다.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 수만 있다면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공동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은 1월부터 시작하여 12월까지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임의적으로 작성해본 것이다. 한달 16시간이므로 8시간씩 한달에 이틀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1년 24일, 월 2일 활동시간 활용법 |
첫번째 활동시간: 지회/분회 간부들과 함께 하는 지역/전국 워크샵 두번째 활동시간 : 노안활동 강화를 위한 기초교육 세번째 활동시간 : 공동사업의 준비 네번째 활동시간 : 교육 다섯번째 활동시간 : "지역의 고수에게 배운다 1" 여섯번째 활동시간 : 우리 사업장의 안전진단 직접 해보기, 공동조사 설문지 수거와 조합원 면담 일곱번째 활동시간 : "지역의 고수에게 배운다 2" 여덟번째 활동시간 : 우리 사업장의 안전진단 직접 해보기, 조합원 면담 아홉번째 활동시간 : 안전진단 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도출 열번째 활동시간 : 현장안전진단과 조합원 면담 등 현장순회를 통한 문제 정리 및 회사에 대한 개선요구 정립 열한번째 활동시간 : 노동조합의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자 열두번째 활동시간 : 현장순회 및 실무 열세번째 활동시간 : 지역내 100인 이하 사업장 순회하면서 회의, 공동 안전점검 실시 (중간생략) 스무번째 활동시간 : 현장순회 및 실무 스물한번째 활동시간 : 지역공동사업 마무리와 평가 스물두번째 활동시간 : 100인 이하 사업장 노안활동에 대한 평가와 대책마련 전국 워크샵 스물세번째 활동시간 : 현장순회 및 실무 스물네번째 활동시간 : 현장순회 및 실무 |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월 2일을 통째로 확보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서 월 1회 밖에 안되거나, 시간을 반나절씩 쪼개서 사용해야 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내에서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안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가능한 곳 중심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첫해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안활동의 경험이 쌓이면, 다음해에는 다른 지회/분회에 지원해줄 수 있는 활동가들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오늘 우리의 활동이 어제 하던 것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100인 이하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발견한 문제는 그간 몰랐던 것이 아니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오늘 우리가 그러한 문제에 대해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냐 아니냐 하는 선택만이 남은 상황이다. 100인 이하 사업장 동지들과 지난 몇 달간 함께 나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가봅시다.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할 일을 알게되었다면 한 번 해봅시다. 그리고 나서 안되면 무엇이 안되었는지, 잘 되었으면 무엇이 잘되었는지 평가해보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