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누출 (산재)사망사고, 노동자의 부주의가 원인이라니!
정부는 죽어간 5명의 영혼을 욕되게 하지 말라!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산재)사망사건이 연일 빠지지 않고 주요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지역주민 5천여명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두려움에 떨며 외상후스트레스증상을 보이고 있다. 키우던 가축 3천여 마리, 차량 100여대는 물론 우리의 먹거리까지, 피해액은 수백억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언론이 당시 공장주변지역을 전쟁터, 폐허로 비유한 것은 사고의 위험성과 파괴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주요언론에는 사업주의 안전조치 미실시, 정부의 부실한 관리체계와 관리감독 소홀, 구미시의 사고 후 늦장, 황당 대응 등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각계 전문가와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참에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사고 시 대응메뉴얼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의 대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국가적 재앙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사고의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가는 시점인 지난 9일 경찰의 사고조사결과 발표는 찬물을 붓는 격이 되었다. 국가의 발표내용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고조사결과였다 .
경찰이 구미 산재사망사고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작업자 과실이 부른 사고’ 라며 노동자의 부주의로 인한 ‘단순실수’를 주요원인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 큰 재앙을 노동자 개인의 잘못으로 덮어버리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런 식의 사고분석으로 빠져나가려 하는가!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여수석유화학산단을 비롯한 국가산단의 각종 화재,폭발,누출사고 소식을 접한 바 있다.
그때마다 노동부와 경찰은 공중파를 통해 ‘작업자 부주의, 조작실수’로 원인을 몰아가려 혈안이 되곤 했었다.
이번만은 그런 식의 접근은 아닐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열흘이 넘게 지역주민의 건강과 생명의 위험성을 언급할 뿐 죽어간 5명의 노동자와 직접노출된 주변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또한, 명확한 산업재해 사망사고임에도 사고명칭에서 조차 사고성격이 감춰지고 있는 현실은 그저 헛웃음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다.
헌데 열흘이 넘는 조사결과내용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것인가?
정부와 경찰당국은 이를 알아야 한다. 산업재해 예방의 원칙이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한 것은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사고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사업주 의무조항이라는 사실이다.
정부와 경찰당국은 이제라도 죽어간 노동자와 유가족에게 깊이 사죄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안전작업절차를 무시하는게 관행이었다면 그 관행을 깨기 위한 정부와 사업주의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치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인력이 없다, 재정이 없다’고 하소연만 하면 어쪄자는 것인가? 전국의 화학공단 규모를 알고 있지 않은가! 너도나도 관리가 엉망이라 제2, 제3의 휴브 글로벌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한다.
가장 먼저 ‘전국의 불산취급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전면적 실태조사를 통해 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취급노동자들에 대한 교육,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는 절차를 밝아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해서 불산 이외의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의 관리, 감독체계를 점검하고 고쳐할 법제도가 있으면 고치고 새롭게 필요성이 제기된 것들은 만들어가는 과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국가로서의 존엄을 지켜주길 바란다.
할 일을 방기한 채 죽어간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치졸한 행위를 당장 중지하고 다섯 죽음과 유가족 앞에 사죄하고 근본적 대책마련을 위한 길에 하루빨리 나서길 간절히 요구한다.
2012. 10. 11
일과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