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소 사망재해 진상조사 결과보고
지난 19일 (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안전보건분야 분과장으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구조·고용·인권분야 분과장으로 활동했다.

마침내 김용균 씨 사망사고는 개인의 업무미숙 때문이 아님이 밝혀졌다. 오히려 회사가 시키는 일을 충실히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한국발전기술은 업무지침에 컨베이어벨트가 가동 중일 때도 낙탄 처리작업을 하도록 명시했다. 업무지침에는 이상이 의심되는 현장·기계를 촬영해 보고하는 절차도 뒀다.
사망사고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원하청 구조 때문이다. 원청사들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청업체는 설비에 안전상 문제가 있어도 설비 보유자인 원청회사에 수리할 책임이 있다며 서로 책임을 미뤘다. 노동자들은 이 '책임공백 현상'에서 사고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하청업체들이 노무비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중간착취한 정황도 포착했다. 도급 비용 중 노동자가 받아야 할 노무비 중 실제 지급된 것은 47~61% 뿐, 나머지는 하청업체가 이윤으로 챙겼다. 고 김용균의 월급도 노무비를 정상 지급받았다면 446만원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12만원만 받았다.
하청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사고 위험뿐만이 아니었다. 발전소 노동자들은 석탄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벤젠·일산화탄소 같은 위험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한 발전소에서는 석면과 유사한 1급 발암물질인 결정형유리규산이 기준치의 8~16배가 넘게 검출됐다. 안전보건담당 이사를 두는 등 사업주에게 안전에 대해 책임을 부과하는 안전관리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원·하청 공동의 안전보건활동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용균 씨 죽음 이후 수개월이 흘렀지만, 발전소 현장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 조사위가 활동한 4월부터 최근까지 제보받은 산업재해만 11건이다. 산재 발생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은폐의혹이 있는 사고도 6건이나 됐다. 안전장치 없이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해야 하는 환경도 발전소 곳곳에서 확인됐다.
조사위는 김용균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발전산업 민영화·외주화 철회 등 22가지 권고안을 발표했다. 발전사에 안전보건담당 이사를 두는 등 사업주에게 안전 책임을 부과하는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