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 발족식 및 기념 토론회 마치고. 행사를 마무리하고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거리상 이유로 먼저 떠난 분들이 함께 하지 못했다. ⓒ 이현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 정보센터와 발암물질 감시네트워크가 4월 9일 활동시작을 알렸다.
1급 발암물질 석면과 관련한 정부의 늑장 대응이 지적되는 가운데 열린 발암물질정보센터 개소 및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 발족은 노동계 시민단체 전문가로부터 ‘의미 있는’ 출발로 평가되었다. 각계 축하 인사와 발족선언문 낭독 및 상징의식을 가진 발족식에 이어 기념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주발제 중인 곽현석 실장. 곽 실장은 발암물질과 직업성 암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이현정
# 국내 직업성 암 사망규모 1만명 추정
토론회 주발제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 곽현석 기획실장이 맡았다. 곽현석 실장은 “국내외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발암물질의 직업적 노출은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발생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그렇지만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를 파악하는 노력은 국내와 외국이 큰 차이점을 가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즉, 외국은 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산업별 발암물질별 노출노동자수를 추정하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작업환경측정 결과나 일부 실태조사로 파악된 노출노동자수를 단순 합산한다는 것. 곽 실장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책 의지를 갖고 발암물질과 직업성 암을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연구자의 사명감으로 조사가 된다.”며 정부의 의지부족을 비판했다.
그는 또 “2007년 1월, 미국산업의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전 세계 직업적 사망원인의 우선순위를 분석한 결과 1순위가 암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암 발생 및 사망현황 통계에서 직업성 암 사망을 별도 집계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해외 연구에 비춰보면 국내 직업성 암 사망규모는 1만 명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곽현석 실장은 “이제 발암물질과 직업성 암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며 발암물질 감시를 위해 실천 활동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노동자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올바른 정보 생산과 소통이다. 둘째는 자발적 감시와 중요발암물질사용 금지 및 대체를 위한 연대활동. 마지막으로 생산된 정보를 근거로 사회에 발암물질 인식을 높여 정부와 기업에게 대책을 요구하는 운동 전개이다.
▲ 여수건설노조 김행곤 부위원장. 발암물질정보센터/감시네트워크 발족을 축하하러 멀리 여수에서 자리하셨다. ⓒ 이현정
# 외국사례 베껴오니 정책에 일관성 없어
발제가 마무리 된 뒤 각 분야 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발암물질목록작성전문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백도명 교수는 발암물질 개념과 관리에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발암물질 개념을 잘 정리하지 못했다.”며 그 이유를 발암물질 전체를 아우르는 고민 없이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베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특히 “일부 전문가들이 발암물질과 관련하여 표현하는 피할 수 없음, 허용기준, 적절수준이라는 것은 사실판단이 아니라 가치판단”이라며 “발암 작용에는 역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어떠한 가치판단으로 발암물질을 관리해야 할 지 알려준다.”고 주장했다.
*역치 : 어떤 일이 일어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 발암작용에 역치가 없다는 것은 원인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암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발암물질로부터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날_1 | |||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노동당을 대표한 참가자 및 관계자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정리하여 소개한다. ○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 ○ 한국노총 백헌기 사무총장 ○ 민주노총 배강욱 부위원장 | |||
▲ 발암물질벽. 노동현장에는 이렇게 많은 발암물질들이 있지만 국내 발암물질 규정은 최대 56종에 불과하다. ⓒ 이현정
# 노동부 고시 기준에 따라 발암물질 수 달라
다음 토론자로는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센터 원종식 과장이 나섰다. 산업위생전문가인 원 과장은 발암물질 목록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부가 고시한 발암물질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부고시 제2008-26호(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 노출기준)는 56종이지만 제2009-3호(작업환경측정 및 정도관리규정)는 22종이다. 그는 또 “발암물질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사이에 노동자가 계속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며 정보 공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점에서 발암물질정보센터를 통한 정보공유를 활발하게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토론에 참여했다. 두 노총은 관계자는 발암물질 정책은 물론 안전보건 정책 자체에서 노동자가 배제되는 현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김은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현장 노동자의 산재예방사업 참여권 보장과 더불어 직업성 질병 산재승인방식 변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조기홍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직업성 암 협약에 조속하게 비준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노동계 역시 노동현장에서 감시체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암신고 엽서 소개김용규 학술간사가 암 신고 엽서 내용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이현정
# 암 신고 엽서 쓰세요
환경분야를 대표하여 토론자로 나선 ‘나를 만나는 숲 연구소’ 한광용 연구실장은 발암물질정보센터와 감시네트워크가 현장을 기반으로 과학성과 전문성을 가진 활동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정보센터와 감시네트워크는 국립암센터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방법이 있다면 국립암센터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독일은 직업 교육을 할 때 직업성 암 교육이 필수”라며 한국사회도 독일 같은 풍토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토론자인 가톨릭의대 김용규 교수는 “발암물질목록작성전문위원회 학술간사로서 국내외 암 정보가 정말 제대로 된 것인지 부터 확인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암 신고 엽서’를 소개했다. 암 신고엽서는 노동자에게 암이 발생했을 때 동료나 본인이 ∇근무부서와 작업 ∇과거 작업 경력 ∇의심 유해요인 등을 써서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로 보내는 참여방법 중 하나이다. 그는 이런 정보가 쌓이고 또 분석하면 현장의 발암물질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은 개인이 건강관리를 못 해서 생활습관이 나빠서가 아니라 직업적 노출에서 발병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전환운동이 시작되었다. 발암물질정보센터/감시네트워크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보내준 각계의 격려와 축하를 과정과 결과에서 이어가도록 활동할 것이다.
발암물질로부터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날_2 | |||
○ 노동건강연대 주영수 대표 ○ 녹색병원 양길승 원장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 | |||
[덧붙이는 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발암물질정보센터 개소 및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 발족식에 부산 여수 거제 등 거리를 마다않고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동지에게 실천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