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안전보건 강사단 양성, 앞으로 쭈~욱 간다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마트 안전보건 강사단 양성사업이 11월에 마무리 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마트산업노동조합이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일과건강이 전국에 걸친 20회 강사단 양성 프로그램을 맡았다. 10개 권역별로 많게는 약 30명에서 적게는 약 10명 정도 ‘자임 한’ 활동가들이 프로그램에 들어왔다. 그래서 매우 열성적이다. 바쁜 일과시간을 빼서 강의를 듣고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업장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찾고 다시 자신의 목소리로 동료에게 안전보건을 얘기하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강의를 끝내고 빨리 버스나 기차에 올라야 할 테지만 강사단의 질문은 끝을 모른다. “이거 산재 되나요?”, “회사에서 안전보호구 돌려쓰라는데 맞나요?”, “무거운 거 너무 많이 드는데 회사에는 사람이 없어 도와달라고 할 수가 없어요. 이거 법 위반 아닌가요?”, “면허증이 없어도 사업장 안에서 지게차 몰 수 있다는데 맞나요?” 등등.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많이 목도한다. 중세기사들이나 둘렀을 법한 철사슬로 된 안전장갑을 제공하는 사례가 있지 않나, 개인보호구를 돌려쓰라고 하질 않나... 그러나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은 집에 가서 샤워하고 거울을 보는데 온 몸이 맞은 것처럼 멍투성이인 자신의 모습이 너무 속상했다는 얘기다. 눈물이 핑 돈다.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중년이다. 은퇴할 때까지 이 일을 하려면 몸관리를 잘 해야 하지만 근골격계질환을 겪지 않아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창궐하다. 계속 인력을 줄이는 탓에 미친 듯이 계산대에 올라온 물건을 잡아당겨 포스로 찍어댄다. 손님들은 왜 빨리 계산 안 하느냐고 소리치고... 상품을 빨리 적재해야 하므로 L카(상품 나르는 거대한 장비)에는 산만큼이나 물건을 실어야 해서 전방도 안 보인다. 특히 어깨높이 이상의 위치에 음료수며 세제를 올리려면 허리, 어깨, 목이 거의 활처럼 휘어져야 한다. 여차하면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마트에 가서 1시간 정도 내외의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은(나를 포함해서) 겉보기에 이 여성 노동자들이 힘들게 일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렇게 일하면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환자그룹에 등록하게 된다. 그래도 강사단은 즐거워한다. 자신의 업무를 즐기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퇴직연령 때까지 일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기업은 더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무시하고 거짓말 하며 회사측 노조를 만들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 강사단은 현장을 돌면서 법제도 위반사항을 적시할 것이다. 불안전한 노동을 습관처럼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방식을 알려줄 것이며 적절한 보호구의 보급을 독려할 것이다. 그리고 퇴직연령 때까지 제대로 일하려면 안전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교육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활동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왜냐하면 강사단들과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