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펀딩, '당신의 빈자리, 기억할께요' -
2012.04.13 11:40 Edit

나를 잊지 마세요.” “당신의 빈 자리, 기억할게요.”
1. 노동자는 누구입니까?
소중한 생명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입니다. 한 가정의 엄마, 아빠입니다. 한 가족의 아들 딸 입니다. 노동자는 소중한 생명을 가진 사람이며, 아이들의 엄마 아빠이며, 부모님의 아들딸 입니다.
혹자는 생산의 주역이라고 합니다. 누구는 산업역군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면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립니다. 한 해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는 하루 평균 8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습니다.
한 해에 2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죽어나가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망한 노동자들의 소위 ‘목숨 값’은 얼마일까요? 사람의 생명을 값으로 셈해서는 안 되지만 이 수치야말로 한국사회에서 노동자가 어느 수준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서는 40명의 노동자가 불더미 속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벌금은 고작 2천만원이었습니다.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겨우 50만원이란 얘기입니다.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40명의 노동자를 기억하는 곳은 없습니다.
한국타이어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1년 6개월 사이에 돌연사, 폐암, 작업 중 안전사고 등으로 노동자 15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노동자 7명의 돌연사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1394건 위반, 산재은폐 183건이 적발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노동자들의 건강악화와 돌연사에 기업도 책임이 있다며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던 2008년 1심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였습니다. 법 위반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 노동부의 특별감독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에게 책임을 묻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2005년 10월 GS건설이 맡았던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건물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돼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붕괴원인은 안전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결에서 하청업체였던 삼성물산은 산안법 위반혐의에 무죄를, GS건설은 벌금 7백만원만 선고받았습니다.
이렇게, 현실에서의 산재사망 처벌은 너무나 관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촛불 시위에 나갔다가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시민에게 수백 만 원의 벌금을 선고하면서 작업현장의 안전보건에 책임을 다하지 않아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기업과 사업주에게는 유독, 무한하게 관대한 나라입니다. 산업의 역군이고 생산의 주역이라는 노동자는 그저 활자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노동자’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들의 목숨은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것쯤은 당연하게 감수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영국은 2008년 4월 6일부터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살인법은 산재사망사고를 단순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해 사업주와 기업에게 산재사망의 책임을 더욱 엄격하게 묻는 제도입니다. 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면 벌금의 상한선이 없습니다. 사고의 원인에 고의성이 있으면 기업 1년 매출액의 10% 이상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벌금 외에도 범죄 사실이 지역이나 국가의 언론을 통해 알려집니다. 호주, 캐나다도 비슷한 의미를 담은 법을 제정했습니다. 미국도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10년 9월 환영철강의 용광로 추락 산재사망은 10만원짜리 안전 펜스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일을 시킨 기업과 사업주에게 과연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5백만원, 사업주에게 5백만원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기업과 사업주가 항소를 한다면 이조차 깎일 수 있습니다. 산재사망이 일어난 사업장, 산재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노동자 생명은 10만원 하는 안전 펜스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2. 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1993년 태국에서의 일입니다.
태국에는 미국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주인공, 바트 심슨 인형을 생산하는 공장, 케이더(Kader)가 있습니다. 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중 174명은 여성노동자였습니다. 공장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노동자가 인형을 훔쳐 가는 것을 방지한다며 공장 문을 밖에서 잠갔기 때문입니다. 인형 하나로 벌어들일 수익이 노동자의 생명보다 높은 가치였던 것입니다.
1996년 4월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Committee on Sustainable Development)’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국제자유노련의 각국 노조 대표자들은 당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뜻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국제자유노련은 각 회원 조직에게도 이날의 행사 진행을 요청했고, 약 70개 나라에서 촛불을 들어 호응했습니다. 이후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날을 산재사망노동자 공식 추모일로 정하기에 이릅니다.
캐나다, 브라질, 스페인, 대만 등 13개 나라는 국가가 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해 국가차원에서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합니다. 지금은 해마다 4월28일이 되면 세계 110개 이상의 나라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다양한 직접행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28일은 산재사망노동자를 기억하며 촛불만 드는 날은 아닙니다. 사회가 산업재해 문제를 점검하고, 국가와 노사가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해 할 일을 의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근본 원인은 사업주입니다.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재사망의 원인을 죽어 말이 없는 노동자에게 떠넘깁니다. 노동자의 실수라고 얘기합니다. 작업장의 안전과 보건을 책임져야 할 사업주의 90% 이상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는 데도 법과 현실에서 사업주는 큰 잘못이 없다고 합니다.
기업을 관리감독 해야 할 정부도 노동자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정말 노동자가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입니다. 기업과 사업주가 산재사망에 책임을 져야합니다. 정부는 기업의 책임을 강력하게 물어야 합니다. 이 가치가 실현될 때, 우리사회에서 노동자 생명과 건강의 가치는 비로소 자리 잡을 것입니다.
2012년 4월28일, 당신으로부터 산재사망을 향한 분노가 시작되길, 바랍니다.
* 2012 4·28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시민추모위원회가 준비한 행사에 궁금한 점이 있나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누구에게 : 일과건강, 이현정
어떻게 : 블로그 http://428.safedu.org
이메일 = nolza21c@paran.com 트윗 = @nolza21c 전화 = 02-490~20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