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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상식과무기2.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음식 이야기

by 일과건강 posted Apr 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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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2006년 5월호에 이상윤 선생님이 기고한 글입니다.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음식 이야기
작은 개선이 큰 효과, 가능한 변화부터 조금씩 실천해보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상윤(maximae68@dreamwiz.com)
일과건강, 2006년 5월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 먹는 것’은 건강한 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되어져 왔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는 끼니를 굶지 않고 먹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삶의 질’이 거론되는 요즈음에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해졌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과 군것질거리가 많은 요즈음에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한 공중파 방송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양 관련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몇몇 의사와 영양학자를 ‘TV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으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절대적 빈곤층이 적지 않기에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를 논하는 것이 한가해 보일 수 있다. 아직도 주위에 결식 아동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건강을 위한 식습관을 얘기한다는 것이 매우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음식이나 운동 같은 생활습관 요인 교정만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정작 중요한 문제를 가릴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 운동을 해야 함을 잘 알지만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그리고 개인이 생활습관을 바꾸더라도 불건강한 상황에 빠지게 만드는 사회적 맥락이란 게 있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에 칼을 들이대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자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불건강한 상황에 빠뜨리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전제 아래서 노동자들의 식습관을 얘기하려고 한다. 노동자 건강을 위해서는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변화도 필요하지만, 개인적, 미시적 변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조건을 변화시키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도 건강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개인의 생활습관 개선을 강조하며 구조적 문제를 가리려 든다면 문제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인의 생활습관 변화를 말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생활습관 요인들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식습관이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우리 몸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우리 몸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아래 질문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항목이 있다면, 당신은 식습관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당신은 매년 시행하는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주의하라거나 그러한 질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 당신은 매년 시행하는 건강검진에서 ‘식이 조절’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 당신의 직계가족 중에 당뇨, 암, 심장병, 골다공증 등의 병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 당신은 과체중이거나 비만, 혹은 몇 년 동안 계속 체중이 증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식습관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 때문에 식습관을 바꾸기 어려워한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구조적 요인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 스스로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너무나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식습관이라는 것이 오랜 기간 동안 몸에 배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아주 자그마한 개선이라도 의외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것 하나만이라도 바꾸어 보겠다고 생각한다면, 식습관 개선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식생활 개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살펴보자.

• 현재 자신의 식습관 중에 단점이 무엇이고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라.
• 단숨에 많은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식습관을 개선하라. 이러한 개선이 보다 쉽고 더 오래 간다.
• 하루 중에 자신이 먹은 음식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 보라.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과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것이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음식과 영양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면서 온갖 매체에서 갖가지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맞는 것도 많이 있지만, 틀린 것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주의가 필요한 내용을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식생활 개선에 ‘왕도’나 ‘비책’은 없다. 최근 유행하는 단기간 다이어트 방법을 사용한다면 실제로 몇 kg의 체중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훌륭한 건강보조식품은 음식이고, 음식에 갖가지 비타민과 미네랄이 다 들어 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건강보조식품 구매에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을 날리는 행위는 바보짓이다.
•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이 몸에 가장 좋다. 그러므로 음식을 가리지 말고 새로운 음식을 피하지 말라.
• 인터넷이나 홈쇼핑 TV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다 ‘광고’임을 명심하라. 그들이 실제로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 이후 그들의 체중이 다시 늘게 된 사실, 혹은 건강이 더 나빠지게 된 사실 등은 결코 언급되지 않는다.

식생활 개선과 관련하여 특히 주의가 필요한 것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비만이나 고지혈증 문제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이에 지방 섭취를 줄이기 위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고기를 먹을 때에는 튀겨 먹기 보다는 구워 먹으라. 닭을 먹을 때에는 껍질을 벗기고 먹고,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생선을 먹으라.
• 버터, 마아가린, 크림, 샐러드 드레싱 등의 섭취량을 줄여라.
•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을 늘려라.
• 음식을 살 때 거기에 붙어 있는 영양소 분포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라. 
• 콜라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 대신 물이나 설탕 없는 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라.

지금까지 언급한 몇 가지 식습관 개선을 실천에 옮기고 규칙적 운동을 한다고 하여도 체중이 쉽게 빠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체중이 빠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습관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너무 많은 변화를 주려다가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변화부터 조금씩 실천해 보자. 노동자 건강을 좀먹는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큰 싸움도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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