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질환

[정보] 현장&투쟁 9. ‘(2006)

by 일과건강 posted Apr 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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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투쟁 9. ‘요양, 재활, 작업복귀를 위한 토론회’(2006)

 
‘요양, 재활, 작업복귀를 위한 토론회’가 준 상념들
끈질기게 제기하는 문제, 해결은 언제쯤?

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6년 7/8월호

사람은 태어나서 교육이란 과정을 거치며 ‘삶의 목표’를 가지게 된다.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멋진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거나 교수, 의사, 판검사, 정치인, 혹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사회저명인사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질 수 있다. 멋진 몸매를 갖고 싶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사람이 많듯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 역시 얼마나 다양할 것인가!
나는 한 때 한 공영방송의 의학다큐멘터리였던 ‘영상기록 병원24시’라는 프로를 꼭꼭 챙겨본 적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프로를 보면서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왜 저렇게 고치기 힘든 병은 꼭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의문을 가졌다. 프로그램을 보는 한 시간 동안은 어떤 부귀영화보다 건강한 몸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당장 내일부터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음주 횟수도 줄이고 무엇보다 사지 멀쩡한 내 몸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지만. 그만큼 건강은 잃었을 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6월 20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에서 ‘요양, 재활, 작업복귀를 위한 토론회-제대로 치료하고 건강하게 복귀하기’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는 것이 당연지사 최고지만 노동현장이란 것이 어디 노동자 마음 같은가 말이다. 또, 다쳤다면 제대로 치료하고 건강한 몸으로 현장에 복귀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치지만 세상은 이치대로만 가지 않는다. 아파도 참고 일하거나 눈에 크게 띌만한 상해가 아니면 산업재해 축에도 못 낀다. 사고성 재해가 아닌 직업성 재해는 승인받기까지 들이는 노력에 지쳐 나자빠질 정도다. 
이날 토론회는 요양 및 재활복귀 실태에서 ▷직업성 정신질환 요양 실태(정홍준,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직업성 근골격계질환 요양 실태(양선배,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국내 작업복귀 프로그램 실태 및 문제점(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실천방향에서 ▷제대로 된 요양, 재활, 작업복귀 프로그램 도입방안(김형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제도개선을 위한 실천방향(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5개 주제가 발제되고 금속연맹 박세민 노동안전국장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윤간우 산업의학의사가 지정토론을 했다.
노동자 스스로가 밝혀지는 것을 꺼리기도 하는 직업성 정신질환이 산재로 승인되기 어렵고, 근골격계질환 요양투쟁으로 산재 인정을 받아도 물리치료 정도가 치료의 전부인데다 동료, 회사, 근로복지공단과 병원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제대로 치료조차 안 된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제기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유정옥 소장은 ▷단위 사업장 내 재활프로그램 공개적 평가와 공동 대응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바꾸기 ▷치료 후 돌아갈 만한 현장 만들기 ▷근로복지공단 바로 세우기 등을 실천방안으로 제시하고 “현장 노동자들을 실질적인 요구와 실천 주체로 조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세민 국장은 “현장 투쟁을 복원하고 재조직 하여 노동조합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산재치료 권리 쟁취를 위해 일상적이고 지속적 투쟁을 전개하고 사업장 내 제도는 산재노동자 참여와 노조 주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대로 된 치료와 안정적 작업복귀, 동일재해 방지를 위해 부서별 대책활동을 수립, 실천하고 산재노동자 모임 구성 및 체계적 운영, 근로복지공단 대응과 산재보험 제도개혁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토론회 내용은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들 이었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산재로 인정받는 절차도 까다롭고 힘들며, 받아도 제대로 치료되지 않고, 치료 후 돌아갈 현장은 변한 것이 없고…. 그래서 고민과 질문은 오히려 이렇게 끈질기게 제기하는 문제인데 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것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데 있는 것 같다. 토론자들은 현장의 힘이 복원되어야 하고 일상 활동의 노동안전보건 틀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산재노동자들을 조직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돌아보니 이런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원진교육센터에서 발행하는 꿈틀 2003년 12월호는 근골격계 환자의 원활한 재활과 현장 복귀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내용을 정리해 실었는데, 당시 좌담회에 참석한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 담당 간부, 단체, 전문가들도 이날 열린 토론 내용과 대동소이한 고민들이 녹아 있었고 해결 방안들이 논의되었다. 자본의 시각을 그대로 갖다 붙인 나이롱 환자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환자들은 치료에 불만이 없는가? 정신적으로 어떤 고통을 받고 있나? 개선 없는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그럼 3년 전과 지금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인가? 왜 없겠는가?
자본은 국가권력과 쿵짝이 맞아 노동조합과 산재노동자들의 도덕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몰아붙였고 IMF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몸 성할 때 최대한 벌어두자는 인식을 갖게 해 파편화시켰으며 네 몸은 네가 알아서 지키라는 웰빙 바람은 ‘노동자 건강’마저도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만들고 있다. 노동조합과 노동안전보건운동 단체들 대응은 위와 같은 공격을 무력화 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은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노동조합을 바꾸고 노동자들 스스로 요구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꼭짓점을 향하는 것은 아닐까?

토론회가 끝나고 서울로 오면서 몇 가지 의문을 정리해봤다. 
“전체토론에서 의견을 말한 사람 중 노동조합, 노동자는 단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단체, 활동가, 전문가였다. 왜 그럴까? 현장 의견이 중요한데 왜 말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해 온 투쟁방식만이 길이었을까? 목표가 같다면 다양한 투쟁방법이 필요한 건 아닐까? 다양한 방법이 없는 걸까? 해 봤는데 안됐던 것일까?”
“노동안전보건 운동단체나 각 부문별 전문가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이 주체로 서는 데 주저하게 했을까?”
“노동조합이 노동자가 생산활동을 하는 현장을 복원시키는 것처럼 또한 중요한 것은 노동안전보건운동이 해온 활동관습이나 투쟁방식에서 반성할 지점은 없는 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노동자 건강권을 삶의 중심에 놓고 일해 온 지 1년 2개월이 지난, 스스로 왕초보를 벗어나지 못한 내가 주체적으로 풀어야 할 것들도 있고 토론과 현장을 만나면서 채워야 할 것도 있다. 처음 얘기했던 ‘영상기록 병원24시’ 얘기로 돌아가고자 한다. 병은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생기진 않는다. 다만 부자들은 그런 프로에 나올 필요도 없이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을 뿐이다. 국가는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걸린 병을 치료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산재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다친 노동자를 제대로, 충분하게 치료하고 정교하게 짜인 재활시스템을 만들어 사회에 복귀 시켜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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