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투쟁 3. 보건의료노조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실무교육을 마치고(2004)
보건의료노조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실무교육을 마치고
정상은, 보건의료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꿈틀, 2004년 9월호
올해 산별중앙투쟁과 지부별 교섭을 진행하면서 늦어진 임단투와 여름휴가 중이라는 악 조건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실무교육’에 현장간부들이 50명이 넘게 꾸역꾸역 교육에 참석하였다. 아직 담당자가 정해지지 않은 곳이 많아 노조 지부장이나 부지부장, 사무장등 전임하고 있는 간부들이 많이 참석한 교육이었다.
병원사업장에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병원사업장에서의 근골격계질환은 이미 실태조사결과에서, 다른 나라 사례에서 그 심각성이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 산하 127개 사업장 조사결과는 14개 사업장이 진행되었고, 41개 사업장이 진행 중, 72개 사업장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진행특징은 노사가 함께 조사를 한 곳은 거의 없었으며, 노사공동으로 진행하였다고 한 경우에도 노조에서 전 과정에 결합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동의를 해 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하려고 교육이나 진행방식을 노사가 합의하여 진행하자고 요구하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모두 노사갈등을 겪고 있으며 실질적인 진전이 안되고 있다. 물론 전 직원 교육이나 전체 노동과정에 대한 조사가 안되었음은 물론이다.
내용에 있어서도 유해요인조사는 작업환경, 작업조건, 증상조사를 실시해야함에도 그 내용을 제대로 진행한 곳은 한곳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특히 노동부 고시에 명시된 11개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한해서만 형식적인 조사를 하려고 하니 병원노동자들의 다양한 노동형태와 가변적인 원인등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업무를 조사할 엄두도 못내는 것이었다. 그러니 더군다나 휴게시간이나 노동강도의 문제는 어떻게 손을 댈 것인가.
왜 그럴까?
우선, 병원사업장이 그동안 환자를 돌보는 업무를 하면서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보건”이라는 용어자체가 낯설고 노사간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가동되는 곳이 거의 없고, 안전보건위원회를 분기별로 개최하여도 결론도 없이 형식적으로 분기별회의라는 요건만 채우려는 현실이 있다.
대부분 병원급 이상에서 근무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스스로 내가 아픈 사실 자체를 그냥 넘기고 있다. 경북대병원에서 집단산재인정투쟁을 하면서도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환자라고 하려면 최소한 입원하고, 수술하고, 움직이지 못하고...등등이 그동안 보아왔던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나는 쓰러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므로 환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병원노동자 건강권”
이제는 드러내자! 그리고 해결하자!
교육은 스스로 할 수 있고, 조합원들 손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전문적인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눈으로 찾아내고 해결책에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점에 치중하였다.
따라서 교육내용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별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위해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으로서 노동강도와 작업조건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하였다. 사례로서 병원에서 문제가 되는 환자(중량물?)를 다루는데 문제점, 병원에서의 환자를 운반하는 보조사례등이 제시되어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특히 노동조합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특히 현장의 문제는 현장조합원이 제일 잘 아는데 문제를 찾아내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실천단‘에 조합원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와 노조에서 주요한 사업으로 잡고, 임단협하듯이 현장의 문제와 요구를 모아 사용자에게 요구하고 투쟁해야한다는 원칙을 사례교육과 토론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하였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병원현장에서의 구체적인 근골격계질환 사례를 담은 비디오 “기계가 아니다, 아프다고 외쳐라”라는 영상교욱자료는 열악한 현실에 대해 숙연하게 하였고, 병원에서의 산재인정투쟁 또한 우리가 적극 전개해야하는 과제로 다가갈 수 있었다.
병원사업장에서 근골격계질환은 어느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니고 정도도 심각하다. 다만 병원노동자들이 오히려 병원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해결해 왔으며, 이직률이 높은 편이어서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뿐이다.
경북대병원에서 사측에서 조사한 증상설문조사를 보면 의사를 제외한 1200명 직원중 821명을 질환증상자라고 진단을 받으라고 하고 있다. 이는 2/3가 넘는 숫자가 통증이 있다는 기막힌 현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드러나고 유해요인이 확인된다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임단투보다도 더욱 자본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작업조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동강도, 현장통제로 인한 골병에 이르는 원인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