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15 노동자 건강권 포럼 참가 후기> 글: 신수연(녹색연합 활동가) 2012년 구미불산 누출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다가, 주변 공장 노동자들은 사고 다음 날에도 출근해야했다는 기사를 읽고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수 천 마리의 가축피해에 1만 명의 주민들이 검진을 받았던 엄청난 대형 사고였는데, 그 와중에도 출근해서 일해야 했던 주변 공장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지난 연말, 「일과건강」 웹사이트에서 ‘2015 노동자 건강권 포럼’에 대한 공지를 보고 참가 신청을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알고 싶다는 욕구에 있었습니다. 구미불산 사고 이후에도 수원, 청주, 여수 등 곳곳에서 화학물질의 누출·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가습기 살균제로 영유아 포함 140여명이 사망했던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는데, 그동안 달라진 게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듣고 싶었습니다. 노동자 건강권 포럼에는 100여명 이상이 참가했는데, 소개를 들어보니 전국 곳곳에서 오셨더군요. ‘일본 과로사 방지법 소개’ 특별 세션 진행을 위해 참가한 일본 분들도 여럿이었는데 현지에서 노동자 건강권 포럼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타무라 아키히코(규슈 사회의학 연구소장)의 인사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업무에 있어 자신의 건강과 관련한 정확한 지식을 가져야 하고, 의사들도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노동자의 작업 환경 및 작업 과정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더군요. 전체 세션이었던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현장(공장), 지역(마을), 가정(집)에서의 알권리 3대 운동’은 현장 노동자와 산단 지역 주민들, 생활 속 소비자들의 알권리 운동의 흐름과 현실에 대해 파악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장에서 학교에서, 산단 지역 주민과 소비자 등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협력하여 다양한 형태로 알권리 운동을 만들고 제도를 변화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알려져 있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의 운동 사례를 통해서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 노동자들의 ‘알권리’를 압도하는 현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럼에도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꿋꿋이 노동자 알권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와 기업이 이를 보장하도록 여론을 만드는 노력들이 느껴져 든든했습니다. pvc 없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의 경우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완구, 학용품, 학습준비물 276개에 대해 XRF(휴대용 형광분석기)로 분석해 보니 43%인 118개만 안전하다는 결과에 경악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여러 운동이 확산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도 정보공개청구결과 등을 통한 우리동네 위험지도 앱 제작,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 표준안 등 여러 활동과 현 제도의 변화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포럼의 여러 세션을 통해 현실의 작은 변화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네트워크하고 조사하고 알리고 바꾸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정보, 바쁜 일상, 숱한 사건 사고 속에서 체감되는 삶의 피로도는 점점 높아지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진짜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위험 사고 가능성이 있는 공장은 없는지, 내가 작업하는 환경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학용품에 pvc가 함유되어 있지는 않은지는 알려고 노력해야겠지요. 노동자 건강권 포럼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유용한 정보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