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알권리

출장보고서⑶ 한국사회 알권리 운동에 제안한다

by 관리자 posted Jan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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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보고서⑶ 한국사회 알권리 운동에 제안한다

글 : 김신범(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1. 정보공개냐 비밀보호냐? 
마치 비밀의 보호를 주장하면, 기업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반대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정보를 공개하자는 주장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 공개 안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정보가 공개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다툰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정보의 공개대상을 몇 개 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공개를 안해도 되는 정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의 비밀이 될 수 있는 대상을 정하면, 나머지 정보들은 공개라는 뜻이다. 공개가 원칙일 때는 오히려 기업의 비밀이 뭔지를 정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게 바로 미국의 지역사회알권리법(EPCRA)과 우리나라 화학물질관리법의 가장 큰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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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미국 지역사회알권리법 Tier II 작성 서식 일부]

미국 지역사회알권리법을 보면, 기업의 비밀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화학물질의 정체’에 대한 것 뿐이다. 정체란 이름과 고유번호를 말한다. 고유번호는 카스번호 같은 것이다. 나머지는 비밀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사업주들이 사업장의 화학물질 정보를 제출하는 양식 중에 Tier II 정보(‘티어 투’ 정보 라고 읽는다)가 있다. 여기에는 ‘기업비밀(trade secret)'을 표시하는 체크박스가 유일하게 화학물질 명과 고유번호에만 달려있다. 위의 그림 좌측편을 보면 <Chemical Description> 맨 밑 오른쪽에 <Trade Secret> 체크박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업주가 기업비밀이라고 이 체크박스에 표시하려면, 사전에 미국환경부에 기업비밀 신청서를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비밀이 될 수 있는 요건에는 ’경쟁사에서 왜 이 정보를 알면 안되는지, 내가 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등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사업주는 함부로 기업비밀을 주장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비공개가 하나 더 있다. 비공개는 ’화학물질의 구체적인 저장위치‘이다. 그림 맨 오른쪽을 보면 <Storage Location>에 <Confidential>이라는 체크박스가 있다. 이것은 테러 등의 위협 때문에 비공개 요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Tier II 보고 양식에서 기업비밀과 비공개는 딱 이 두가지 뿐이다. 나머진 자동 공개라는 얘기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법은 거꾸로 기업의 비밀이 될 수 없는 것을 정하고 있다.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제21조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 자료를 명시하고 있다. 1호 화학물질 명칭이란 제품의 명칭으로서 세부 성분명이 아니다. 상당히 많은 정보들이 의무공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정보가 없다.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량이다. 
 
1. 화학물질의 상용 명칭 또는 상품명에 관한 자료
2. 화학물질의 용도에 관한 자료
3. 화학물질의 취급 시 주의사항이나 폐기방법 등 안전사용에 관한 자료
4. 화학물질의 사고발생 시 대응방법에 관한 자료
5. 화학물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에 관한 자료
6.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요약 자료
7.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관한 요약 자료
8. 화학물질의 환경 배출량에 관한 자료

9. 그 밖에 사람의 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가 필요하다고 환경부장관이 인정하여 고시하는 자료

[표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제21조에서 정한 영업비밀이 될 수 없는 정보들]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 이전에 시행되고 있었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그래서 사업장의 화학물질 유통량조사를 해 놓고서도, 기업이 비공개를 요청하기 때문에 정부의 조사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물론, 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유통량조사가 화학물질통계조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환경부로부터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 제출되었다. 하지만, 시행령 제21조는 바뀌지 않았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있던 내용이 하나도 바뀌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다. 기업들은 이 조항을 들어서 취급량은 기업비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저항이 만만치 않다. 

물론, 우리는 싸울 것이고, 미국에서도 당연히 공개되는 취급량 정보를 반드시 공개하게 이끌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한 우리의 논리를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첫째,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다. 둘째, 그러니 기업의 비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지정해야지, 비밀이 될 수 없는 정보를 지정해서는 안된다. 셋째, 기업의 비밀이 될 수 있는 정보는 미국과 동일한 기준이어야 한다. 즉, 화학물질 이름과 고유번호는 기업비밀 대상이고 구체적 저장위치는 비공개 요청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이외의 정보는 기업의 비밀 또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정보의 공개 범위를 얘기할 것이 아니라, 기업비밀의 보호 범위를 의논해야 하자는 얘기이다. 

2. 안보를 빌미로 한 공격에 대비하자
기업의 비밀을 화학물질의 이름과 고유번호로만 국한하자는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다. 예를 들어보자. 산업계는 취급량 정보가 알려지면 전문적으로 그 정보를 이용해서 기업의 화학물질 사용실태를 역추적하는 사람들에게 비밀 정보들이 누설된다고 주장하며 취급량 정보가 비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특정 물질의 취급량’이 알려질 경우 큰 타격이 된다는 주장이므로, 그 ‘특정물질’의 이름과 카스번호에 대해 기업의 비밀을 신청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무슨 물질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게 되므로 취급량이 공개되어도 기업에게 타격이 될 수 없다. 미국에서 화학물질의 이름과 카스번호에만 기업의 비밀을 적용하는 이유는, 이 정보만 비밀로 해주면 모든 정보가 비밀인 셈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대신, 해당 물질을 기업비밀로 주장하려면 그 근거를 입증해야 하므로 쉽지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들은 취급량 정보를 어떻게 하면 공개하지 않도록 하거나 공개를 최소화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고,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형국을 만들기 위하여 억지논리를 펴면서 버티는 중인 것이다. 

산업계로부터 우리가 받게 될 진짜 공격은 안보 논리이다. 미국에서도 9.11테러 이전부터 산업계는 안보논리를 들어서 기업의 비밀 범위를 확대하려고 하였다. 예를 들어 보고기준량을 더 높게 함으로써, 보고대상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출량보고와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기업의 로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보다 더 공격을 받는 정보가 있다. <위험관리계획(Risk Management Plan, RMP)>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지역사회알권리법이 알권리를 충족시키기는 하였으나 기업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제하는 데에는 약하다고 보고, 환경부가 1990년 청정공기법(Clean Air Act)를 개정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화학물질의 사고시 사업장 외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도록 하고 그러한 사고가 미연에 방지되도록 위험관리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환경부에게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 법률의 세부 내용은 1993년에 만들어졌고, 1996년부터 시행되었다. 환경부에 인터넷으로 전산보고된 내용은 그대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산업계는 즉각 안보논리를 동원하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사고의 영향을 평가한 내용이 그대로 공개될 경우 테러를 일으키려는 자들이 이 정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은 실제로 테러가 일어나는 나라이므로, 이 주장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환경부는 위험관리 보고서(RMP 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인터넷을 볼 수 없고, 지역별로 정해진 열람실에서 열람하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미국 환경부는 테러 위협이란, 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전산양식으로 정보를 취합하여 쉽게 가공할 수 있는 것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개별적인 확인과 열람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었고, 인터넷 공개만 제한하는 것으로 하였다. 

원래 환경부는 위험관리 보고서를 인터넷으로 공개함으로써, 전국 어느 곳에 있는 누구라도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려 하였다. 그 이유는 관내의 사업장과 유사한 공정을 가진 사업장이 타 지역에서 위험관리를 하는 내용을 참고하여, 관내 사업장의 관리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동종 기업인데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게 우리 동네 기업이 경영되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주민들이 문제제기 할 수 있게 틀을 만든 것이다. 물론, 현재도 이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많이 번거로워졌다. 어디에 내 비교대상 사업장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확인이 되었더라도 정보를 구하려면 열람실에 직접 가서 노트를 해와야 한다. 

우리의 경우, 안보논리는 매우 적극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가 기업비밀의 논리를 펴기에는 국내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알권리 운동이 전개되면서 비밀에 대한 개념이 잡혀가고 있어서, 잘못된 논리는 잘 통하지 않게 되고 있다. 그러니, 겁박을 주려는 것이다. 안보논리를 통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미국의 상황을 잘 살펴보고 우리의 논리를 치밀하게 구성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안보위협이 크게 제기되었으나, 정보가 공개되던 것이 비밀로 바뀐 사례는 없다. 테러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보란 구체적 저장위치가 드러나는 정보이며, 그 이외의 정보는 안보위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관점도 수립되었다. 뿐만 아니라, 안보의 위협이 되도록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니, 어떻게든 고독성물질 고위험물질이 줄어들 수 있게 알권리를 강화하고 화학물질 대체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적극 제기되고 있다. 안보의 위협은 사업장에서 과다하게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인 것이니 그것을 줄이는 것이 궁극적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논리가 정립되어야 한다. 기업의 화학물질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어떻게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겠는지 우리의 그림이 더 구체적이고 실질화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주장이 안보의 위협이라는 억지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3. 알권리는 소중하다. 그러나 알권리만으로는 안된다 
자, 이제 잠깐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한다. 화학물질관리법이 과거에 비해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알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업의 비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진짜 비밀들 외에는 모두 공개되도록 애쓸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러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우리의 알권리 노력이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알권리란 아는 능력에 기반한다. 정보가 있다고 하여 다 손에 넣는 것이 아니며, 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며, 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정보처리 능력이 없는 지역에서는 알권리가 실제로는 활용되지 않을 것이고, 부유하고 정보처리 능력도 큰 지역에서는 알권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결국, 능력있는 지역에는 유해사업장이 발을 못붙일 것이고, 능력없는 지역으로 유해사업장이 몰리게 될 것이다. 알권리가 불평등하게 실현될 경우 환경정의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를테면 이런 지적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인터넷 접근 수준은 지역의 경제수준에 따라 매우 다르다.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경제수준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EPCRA는 부유한 지역사회가 LULUs(Locally Unwanted Land Uses)에 반대할 수 있는 힘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대신에 가난한 지역사회가 그 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되는 문제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Durham-Hammer, 2004)”

알권리와 불평등의 문제를 함께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쪽의 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화학물질 알권리 운동은 지역에서 풀뿌리 단체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단체나 안전보건단체의 운동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이러한 관계가 잘 형성될 리는 없다. 하지만, 지역의 자치를 고민하거나 복지를 고민하거나 하는 사람과 단체들은 자신의 지역 내 화학물질의 문제에 대해 점점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어떻게 만날 것인지,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한 기획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지역의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알아서 정보를 생산하게 할 경우 불평등이 더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국적인 정보를 모두 취합하고 가공하는 정보센터 같은 곳이 하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알권리의 네트워크가 좀 더 단단하게 결성되어야 한다. 여러 지역의 상황이 비교되어야 하고, 문제 있는 지역에 대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부의 정책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에 따라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두려고 한다. 당장 2월 6일에 환경부에서 정보공개 범위와 관련한 연구용역에 대해 공청회가 개최된다. 정부가 이렇게 움직이는데 손놓고 있다가 나중에 뭐라고 하면 그 땐 늦는다. 하루빨리 노동자/주민/소비자들이 원하는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정부와 기업과 국민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바를 드러내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4. 정리하며
자, 이것으로 5일간의 미국 출장 기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겨우 5일 다녀오고 나서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그만큼 크게 느꼈고 달라지려고 한다. 

미국을 다녀오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을 어떤 식으로든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발암물질국민행동,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와 함께 알권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수요공부모임을 만들어낸 이유이다. 평균 3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데, 꽤 알차게 공부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셔서 고맙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는 알권리에 대한 낡은 감수성을 깨는 것과 함께 우리의 요구가 무엇인지 함께 정립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정부와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알맹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화학물질 알권리에 대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두 개가 이미 작성되었다. 유럽의 기업비밀을 라벨과 물질안전보건자료를 통해 분석했고, 우리나라의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경고표지 제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비판적으로 기업비밀을 고찰하였다. 현재는 미국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 도입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진행되고 있고, 미국 지역사회알권리법의 교훈과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또 다른 이슈페이퍼가 마련되고 있다. 이 자료들은 시민사회와 노동자들을 위해 작성되는 것으로, 우리 내부의 관점을 정립하고 토론을 이끌어나가는 기본 교재가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한가지 보고할 일이 생겼다. 최근 화학물질관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회의에도 한 번 나가보았다. 역시, 산업계는 기업비밀에 대해 민감했고, 훨씬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전에는 정부 위원회에 들어가면, 수세적이고 방어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지고 싶다. 우선, 지금껏 공부해온 것을 통해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알권리의 판을 바꿔낼 수 있게 최선을 다 해볼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 함께 하는 시민사회단체에게 회의를 사전에 공지하고 의논하며, 회의결과를 보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꽤 꼼꼼히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아니라 우리로 참여하는 것이 내게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우리의 지혜가 모일 수 있게 노력해야 할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30년을 향한 노동자/주민/소비자의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 로드맵’을 우리 손으로 작성해내는 것, 그리고 이것을 모두의 요구로 만들어내는 것, 거기에서 본격적으로 출발하고자 한다.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