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981년에 발표된 한 이론이 직업성 암 예방을 좌절시켰다. 돌과 페토(Doll and Peto)라는 전문가들이 발표한 이 논문은 암에 영향을 주는 주요요인을 흡연이나 식습관과 같은 개인적 원인으로 돌렸으며, 환경적 원인은 아주 낮게 평가하였다. 이 논문은 400회 이상 인용되었으며, 세계의 전문가들은 암을 발생시키는 환경적, 직업적 원인에 대해 눈을 감았다. 부모가 물려준 유전형질과 흡연의 경험 및 비만도는 용접작업이나 아스팔트 포장작업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되었다.
<노동자> 그 덕분에 직업성 암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노출된 물질의 발암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노동현장에서는 수많은 발암물질이 대책 없이 사용되었으며, 그로 인해 발생된 직업성 암은 수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려 죽었을 때에야 인정되었다. 석면은 1890년대부터 위험성이 알려졌으나 100년 후 일부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었고, 아직도 개발도상국은 석면사용을 금지하지 못하고 있다. 벤젠은 혈액암을 일으키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노출기준을 강화하는 데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분명했다. 노동자의 피해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은 다른 문제였을까? 공장의 굴뚝매연과 폐수를 통하여 발암물질은 세상 밖으로 계속 배출되었다.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 안전한 먹거리를 국가가 보장해주지 않았기에, 정수기를 사거나 좋은 동네로 이사하거나 유기농식품을 사먹는 식으로 개인이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갑상선암과 혈액암이 증가하고 있으며, 어린이의 암이 증가하고 있다. 근원적으로 유해물질을 차단하지 않아서 생긴 노동자와 시민의 비극이다.
<정치가> 말라리아나 콜레라는 모든 국가에서 위험하다고 인정하고 있는데, 발암물질은 나라마다 목록이 다르고 노출기준이 다르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1차예방은 보건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다. 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암을 예방하는 것은 국가가 정치적으로 택할 옳은 행동이다. 조기발견은 사망률을 낮추는 소극적 정책에 불과하다. 환경적 직업적 노출이 암을 일으키는 가장 분명하며 제어가능한 원인이다. 발암물질을 대신할 수많은 대체물질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발암물질의 환경적 직업적 노출을 억제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핵심정책방향이다.
<전문가> 우리는 자본의 유혹과 거짓 이론의 속박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발암물질 목록을 만들고 발암물질 등급을 제정하여 노동자와 시민이 무엇이 발암물질인지 정확히 알도록 할 것이다.
<노동자> 우리는 우리 현장의 발암물질을 찾아내고 시민과 노동자의 연대를 통하여 공장안과 밖의 환경이 안전하도록 감시하고 개선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우리는 부자만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반대하며, 가난한 자와 힘없는 자도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는 세상이 오도록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를 구축할 것이다.
<정치가> 우리는 적극적 암 예방정책이 시민과 노동자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며, 양극화사회의 대안임을 인식하고, 환경적 직업적 발암물질 노출 억제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기능을 확립할 것이다.
<모두> 우리는 대한민국이 발암물질 관리의 불모지가 아니라, 발암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09년 4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