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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 앞에서 개최한 반올림 기자회견. 기자회견 맨 오른쪽에 한혜경 씨가 앉았다. ⓒ 이현정
유해물질 유기용제 직접 취급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노동자가 직업성 암에 걸려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병명은 ‘소뇌부 뇌종양’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3월 24일(화)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 앞에서 ‘삼성전자 LCD사업부 퇴직 노동자 한혜경 씨 뇌종양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삼성자본의 빠른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한혜경 씨(30)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전자에 입사, 기흥공장 LCD 생산직으로 일했다. 그는 작업 중에 납 성분의 ‘솔더 크림’을 직접 주걱으로 떠서 올려놓는 일을 하루 종일 반복했다고 한다. 솔더 크림 외에 유기용제인 이소프로필 알콜(IPA), 아세톤, 플럭스(FLUX)도 취급했다는 전언이다. 그가 착용한 보호구는 방진복, 천 마스크, 얇은 비닐장갑이었다. 국소배기장치(후드)가 작업자 가까이에 설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혜경 씨가 일하던 시기는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3조3교대 근무였고 생산물량을 채우기 위해 연장 및 야간노동이 지속되는 근무조건이었다.
▲ 기자회견 장소로 오는 한혜경 씨. 보조도구와 어머니 도움으로 움직일 수 있는 한혜경 씨는 한창 나이인 서른 살이다. ⓒ 이현정
입사 3년 지나자 생리 끊겨
한혜경 씨의 건강이상은 입사 3년 뒤 생리가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소용이 없자 2001년 결국 퇴사하였다. 퇴사 뒤에도 감기를 달고 살았으나 단순 감기로 생각했고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러워졌지만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판단하지 못 했다.
하지만 퇴사 2~3년이 지나자 앞이 잘 안 보이고 균형감각을 잃어 자주 넘어지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증상이 심해져 MRI를 촬영했고 그 결과가 소뇌부 뇌종양 판정이었다.
반올림은 기자회견에서 “술, 담배를 한 적이 없고 가족력에 암이 없었다.”며 “유해환경에 노출되었다면 각종 화학물질과 유해요인이 존재하는 LCD 작업장 뿐.”이라며 한혜경 씨의 질병은 직업성 암이라고 강조했다.
“끝까지 치료받고 싶다”
한혜경 씨는 뇌종양으로 생긴 뇌손상으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주위 도움 없이는 제대로 걷거나 식사를 못 한다. 의사표현도 쉽지 않다. 한혜경 씨를 간병해온 어머니는 “일 때문에 딸이 병에 걸렸다고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 했다.”면서 “예전의 내 딸 모습이 아니라도 반만 돌아와도 좋으니, 산재가 인정되어 끝까지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노조 있었다면 직업병 발생 안했을 수도… | |||
이날 기자회견에 어김없이 자리를 함께 한 분이 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故황유미 노동자 유족 황상기 씨, 故황민웅 노동자 유족 정애정 씨이다. 두 유족은 가족을 삼성반도체에서 잃은 뒤로 삼성반도체 노동현장의 건강권이 형편없음을 알리며 반올림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황상기 정애정 씨 모두 삼성자본에 노동조합이 없어 노동자가 유해환경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동의한다. 황상기 씨는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없어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며 “노조가 있다면 유해물질에 노동자들이 노출되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반도체 삼성전자에서 계속 직업병이 발생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노동자도 비판했다. “옆의 동료가 아파도 모른 척 하는 노동자도 반성해야 한다. 그들도 (내 딸처럼) 병에 걸릴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두 망인을 포함, 삼성에서 일했던 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신청한 상태이다. |
한혜경 씨는 작업 당시 납 성분의 솔더크림, 유기용제인 이소프로 알콜, 플럭스를 취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보호장구로는 방진복, 천 마스크, 얇은 장갑을 착용했다고 합니다. 국소배기장치는 작업자와 떨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후속 기사로 유기용제의 건강영향과 정확한 보호구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올릴 예정입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