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리, 합법 불법 따지지 말고 제공되어야

by 일과건강 posted Mar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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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회관의 김우정 활동가가 노동법을 강의했다. 근로시간, 급여, 퇴직금, 구제 등 이주노동자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 이현정



일요일 오후 23명의 노동자


버마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법과 안전보건을 교육하는 '지역순회 노동법 강의'가 경기도 모처에서 열렸다.


지난 2월 8일(일) 버마국민운동촉진위원회(버마위원회) 주최로 연 이날 교육은 오후 3시부터 6시30분까지 별도의 휴식시간 없이 진행되었다. 버마위원회는 NLD(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버마행동?소수민족 단체?한국 내 지역 모임?버마 이주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교육에는 23명의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고용허가제 기간 중의 사람도 있었지만 다수는 이미 정부로부터 ‘불법’ 꼬리가 달린 이주노동자들이었다.


노동법 강의는 ∇근로시간 ∇급여 ∇퇴직금 ∇구제방법을 중심으로 한 내용이었다. 교육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월 120만 원 정도의 급여에 대개는 초과근로수당을 지급받지 않는 것이 질문과 대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급여명세표를 따로 받지 않았다. 은행계좌 입금확인이 대신한다. 그래서 어떤 항목이 급여에서 제공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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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을 강의하는 소모뚜 씨. 그 자신도 평일에는 일하는 노동자이다. ⓒ 이현정





“와서 교육해 주니 도움 많이 된다.”


안전보건은 소모뚜 씨가 맡았다. 그 자신도 평일에는 일하는 노동자다. 소모뚜 씨는 2008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노동인권회관이 주관한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강사 양성교육’ 수료자이기도 하다.


한국에 1993년에 온 덩풍 씨는 “열심히 일했는데 다치거나 월급을 못 받는 버마 노동자들을 도와주는데, 아는 게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와서 교육을 해주니 도움이 많이 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덩풍 씨는 1994년의 사고로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 한 마디가 없다. 일하다 다친 산업재해였지만 보상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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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강의가 끝난 뒤 질문하는 한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 이현정




제대로 된 강의는 이번이 처음


통역과 안전보건 강의를 한 소모뚜 씨는 버마위원회 지역순회 노동법 강의는 앞으로 안산, 대구지역에서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법 강의에 관심 있는 버마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육 참가생 조수아나 씨는 아스팔트 재료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다닌다. 한국에 온 지 8년 되었다. 노동법 강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몇 년 전, 월급을 못 받아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를 찾아갔을 때였다. 그는 “여기까지 와서 설명해주고 버마 사람이 와서 통역도 해 주니까 너무 고맙다.”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조수아나 씨는 한국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운 다음에 한국과 버마를 오가는 무역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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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체류하는 버마노동자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대한민국은 이 아이에게 차별없는 인권을 제공할 수 있을까? ⓒ 이현정




휴일 반납해도 기꺼운 지식 쌓기


합법이든 불법이든 적어도 이주노동자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안전보건 내용은 제공되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노동으로 지친 한 주일의 피곤함을 씻고 재충전해야 할 일요일에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법과 안전보건 지식을 배우려고 그들은 휴일을 반납했다. 버마 노동자들 얼굴에는 비록 휴일에 제대로 쉴 수는 없었지만 일터에서 필요한 내용을 배워 즐거웠다는 표정이 가득이 했다. 




교육을 마친 뒤 버마 요리를 대접받았다. 오리고기 요리와 마늘과 붉은고추 등을 매콤하게 볶은 것, 국, 밥, 김치. 후식으로 딸기, 배, 껍질을 깐 귤까지. 외지인에게 베푸는 따뜻한 마음은 우리네 인심과 다를바 없었다.(지금은 더 후하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주노동자들이 3D 업종에서 생산을 도맡는 사실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현실에 맞게 법과 제도를 고쳐야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그들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검거하고 내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