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No, 건설기능인 Yes!

by 일과건강 posted Mar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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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일과건강 2008년 12월호 '현장에서' 꼭지의 하나 입니다. 글의 필자는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국장 김승환] 님이며 사진과 기사를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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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직접, 처음 주최하는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가 지난 달 15일 포항에서 열렸다. ⓒ 건설노조





지난 11월 15일은 건설노동자들에게 남다른 하루가 되었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에서 직접 주최하는 첫 번째 기능경기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첫 번째 기능경기대회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우리 건설노동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 전국에 수많은 노동조합이 있지만 조합원들의 기능을 자랑하는 자리를 만든 것은 건설산업연맹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용직 밑바닥 인생 편견 깨는 노력


그럼 왜 우리는 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하려고 하였는지 지면을 통해서 여러 동지들에게 알리고 싶다. 아니 자랑하고 싶다.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건설기능 인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자 함이다. 즉 사회적으로 ‘노가다’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모든 사회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 사람의 직업이 ‘막 노동자’ 라는 이미지로 비춰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편견 속에서 현장에서는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김씨’ ‘이씨’ 등으로 불려왔고, 수시로 임금체불을 당하였고, 산재로 죽어도 개죽음으로 멸시당하면서 살았다. 사회적으로는 ‘막노동꾼’으로 멸시 당하였고, 정부로부터는 각종 복지혜택에서 배제된 채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살아왔다. 이런 인식은 일용직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낳았고, 스스로 하루살이로 생각하였고, 밑바닥 인생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깨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능경기대회였다.



하지만 기능경기대회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기능경기대회를 하고자 계획했던 아니다. 노동조합 주최 기능경기대회가 가능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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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는 형틀목수, 용접, 배관의 3직종에서 기능을 겨뤘다. ⓒ 건설노조




노동자·노조·관계기관 지원의 삼박자


먼저, 95년경부터 각 지역의 건설노동조합에서 스스로 모여서 기능학교를 개설하여 현장에서 숙련된 분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강사를 자처하였다. 하루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능교육을 위해서 헌신하신 분들과 기능을 배우려는 초보, 비숙련공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여 기능을 연마하기 시작하면서 출발하였다.


두 번째로, 지역 노동조합 집행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자체적으로 기능학교를 개설하여도 재정이 지원되지 않으면 운영과 유지가 힘든 조건이었지만 노동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 기능향상이 현장에서 대우받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세 번째로, 각 지역의 지자체와 노동부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유치하면서 노동부에서 노사공동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예산을 배정하게 노력한 연구소와 학계 등의 도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역노조를 하나로 묶는 산별노조 건설이 새로운 힘이 되었다. 건축현장과 토목현장에서 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건설노조로, 산업설비 플랜트 현장에서 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플랜트건설노조로 소산별 조직으로 묶이면서 기능훈련 사업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조직적 질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07년에 ‘기능훈련 기획회의’ 수준에서 시작해서 08년 건설산업연맹 대의원대회에서 ‘교육훈련 특별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면서 기능훈련을 특화된 사업영역으로 구축한 것이 기능경기대회 개최의 밑거름이 되었다. 

플랜트 노조 소속 3개 지부(포항·울산·전남동부경남서부)와 건설노조 소속 1개 지부(광주전남)가 노사공동훈련프로그램 지원으로 2~3년간 진행하고, 건설노조 소속 1개 지부(서울)는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인적자원개발프로그램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기능학교를 운영하는 점이 기능경기대회 개최의 기반이 되었다.


의지로 극복한 장소와 예산문제


노동조합에서 주최하는 첫 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10차례 이상 회의를 하였다. 먼저 경험해본 사업주 단체와 기능경기대회 심사를 해보신 기능장님들의 조언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단연)에서 16회의 건설기능경기대회를 치룬 경험이 있기에 문의하였고, 건단연 주최 기능경기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시거나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전국기능경기대회 등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기능장님들 도움이 컸다.


건설기능경기대회 개최는 건설산업연맹 교육훈련특별위원회 9월 회의에서 기능학교 선전물을 만들자는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선전물보다는 기능경기대회라는 기획사업을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기획안을 만들어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리기로하면서 시작되었다. 논의과정에서 우리가 실제로 주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하지만 각 지부에서 필요한 예산을 부담하겠다고 하였고, 담당자들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려웠던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장소 섭외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배정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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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에서 기량을 뽐내는 건설 기능인들 표정이 진지하다. ⓒ 건설노조





기획안을 검토하면서 예산문제는 각 지부와 연맹 등에서 갹출하는 방안과 외부에서 지원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면서 최소예산으로 노동조합에서 처음으로 개최하였다는 데 의미를 두자고 정리하였다. 건설노조와 플랜트 노조, 건설산업연맹 등에서 자체부담하고 각 사업주 단체에서 후원받고, 연맹 내의 건설사무노조로부터 협찬을 받으면서 일정한 예산을 확보하였다.



장소 문제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운영하는 충북음성에 있는 전문건설기술교육원에서 건단연 주최 건설기능경기대회가 열렸기에 그곳을 이용하는 방안과 수도권 건설공제조합에서 운영하는 인천 소재 건설기술연구원 등을 섭외하였다. 마침 음성 전문건설기술교육원에서 장소를 대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답사를 하였으나 플랜트 직종의 기능대회를 개최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결국 플랜트노조 포항지부 기능학교를 경기대회 장소로 확정하였다. 수도권 조합원 입장에서는 매우 먼 거리라 참가자 섭외에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장소가 확정된 뒤에는 출전선수 모집, 심사위원 위촉, 경기대회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 등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여기에서 새로운 고민거리가 발생하였다. 형틀목수, 용접, 배관 3직종을 기능경기대회 종목으로 선정하였는데 형틀목수는 야외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경기 당일 날씨 걱정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천막12동을 비가오지 않더라도 무조건 설치하자고 결론 내리면서 야외경기 대책을 세웠다.



이로써 기능경기대회의 전반적인 준비를 마무리하였다. 선수들이 준비를 열심히 해서 자신들의 기량을 내는 것만 남게 되었다. 기능경기대회 당일 선수들은 그동안 준비한 기량을 발휘하였는데 관람하러 온 사업주들이 모두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욱 열심히 심각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경기당일 비도 오지 않고, 다친 선수도 없이 참가한 선수 모두가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돌아간 것도 첫 경기대회를 잘 마칠 수 있게 된 조건이 되었다.


실력 갖춘 기능인 상시고용 구조 필요


제1회 건설기능경기대회 경기종목은 원래 4개 직종이었으나 1개 직종은 참가자가 적어서 폐기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차기 기능경기대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였다.


이번 경기대회의 주최 측의 가장 핵심적인 의도는 건설산업연맹 즉 노동조합 주체로 진행한 전국최초의 기능경기대회 개최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대외적으로 건설노동자들이 노가다가 아닌 기능인으로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었다. 따라서 선전과 홍보와 대외적인 부분에 많이 치중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후 건설산업연맹의 기능경기대회는 내부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기능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과 기능도와 자격, 경력에 따라서 임금이 합리적으로 책정되는 효과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건설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기능 인력의 80% 정도가 임시 일용직 형태이다. 이것을 상용직 구조로 전환시키려면 현장성에 기반한 체계적인 기능인력 육성과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건설업체에서 기능도가 입증된 노동자를 상시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능인력을 상시로 많이 고용한 건설업체가 적정한 공사금액으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건설업 구조를 장기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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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 자격증과 경력을 갖춘 건설기능인력을 키워 전망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 sbsafety.tistory.com





정당한 대우로 건설인 고령화 해소해야

현재 건설업의 문제점은 현장성을 갖춘 기능교육을 하는 기관과 학원이 드물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국가자격증을 소지하더라도 현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건설현장에 막 진입하는 노동자들이 체계적인 기능교육을 이수하고 싶어도 당장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학원등록은 엄두도 못 내는 노동자가 부지기수이다. 이런 현실에서 현장성과 체계적인 이론교육을 함께 이수할 수 있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증과 경력을 갖추어 제대로 된 임금과 대우를 받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건설노동자들은 인맥으로 건설현장에 들어오고, 현장에서 온갖 서러운 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기능을 익혀온 것이 대다수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기능은 곧 자신의 밥벌이이기 때문에 기능을 함부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현장의 정서이다.

특히 건설노동자들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청년층이 건설현장에 진입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장성을 갖춘 기능 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것을 위해서도 현장성이 높은 기능교육과 체계적인 이론교육이 절실하다. 건설산업연맹 교육훈련특별위원회는 이런 현장 상황을 감안하여 지속적인 기능향상교육을 진행하고, 체계적인 기능교육으로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장기적인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는 방안을 만들 것이다.

기능인력에 무관심한 사업주 태도 바꿔야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사업주들이 기능인력에 관심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수주를 받아야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능인력을 상시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임시, 일용직 형태의 노동자가 다수이다. 사업주들은 기능도가 높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계속 고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교육에 관심은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각종 기능교육기관에게 지원을 해 주고 있으나 건설업종 과목은 개설하지 않는다. 배우고자하는 수요자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없는 이유는 건설현장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임금수준 등이 타 산업에 비해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기능교육을 스스로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출발한 기능학교이다. 건설업 사용자들은 건설기능노동자들을 단지 소모품정도로 생각한다. 공사 있을 때 데려다 쓰고, 공사가 끝나면 마음대로 버리는 소모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건설사업주들은 공사를 맡아서 관리를 잘해서 빨리 마치는데 만 관심이 있다. 이것이 곧 자신들의 이윤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기능인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업주는 매우 드물다.

이런 이유로 건설기능경기대회의 개최는 전국 최초 노동조합 주최라는 의미와 함께 건설노동자의 권익향상이라는 원대한 의미가 숨어있다. 사업주 단체에서 하는 기능경기대회와 노동조합에서 주최하는 기능경기대회가 건설노동자들의 기능향상과 인간다운 삶과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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