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황유미 씨 사망으로 시작된 반도체 노동자 건강권 투쟁

by 일과건강 posted Mar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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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기본부 법률원 노무사 이종란, 일과건강 2008년 3월호





한 공장에서 6명이 백혈병

“내 딸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화학물질 만지다 백혈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故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작년 8월말쯤 멀리 속초에서 삼성을 상대로 투쟁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면서 찾아오셨습니다.

아버님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삼성전자 생산직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그렇듯, 유미씨도 고3 졸업하는 해에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취업을 나가서 기숙사와 회사를 오가는 생활을 계속해 왔습니다. 2003년 10월에 입사하여 처음부터 줄곧 3라인에 배정되어 일하다가 2005년 5월쯤부터 몸에 멍이 자주 들고, 구토, 심한피로감, 어지럼증이 있어 작은 병원에 가보았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2005년 6월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에 갔습니다. 거기서 급성골수성백혈병(M2) 판정을 받았고 이후 항암치료와 골수이식까지 받았으나 결국 2007년 3월 6일 사망했습니다. 가족 중 백혈병에 걸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처음에 회사의 말대로, ‘내 딸이 피가 좋지 않아 걸렸다’고만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입원치료를 하던 아주대병원 같은 병동에 ‘황민웅’이라는 젊은 남자도 삼성반도체에서 설비엔지니어로 일하다가 급성백혈병에 걸려 치료받다가 죽었고, 유미 씨와 함께 3라인 3베이에서 2인 1조로 웨이퍼 세정작업을 하던 동료 이숙영(31)도 똑같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2006년 여름 입원해서 한 달 만에 죽었고, 수소문 하여 알게 된 숫자만 6명 이었습니다. 회사에 산재신청을 이야기했더니 오히려 회사에서는 “당신이 이 큰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으면 이겨봐라”면서 산재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답니다. 그 뒤로는 계속  ‘돈’을 가지고 골탕을 먹였다며 “반도체공장이 아니라 백혈병 공장이다. 노조가 없어 내 딸이 당했다”면서, 또 다른 희생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아버지의 요청사항은 단지 산재신청을 도와달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싸워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상대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모두였습니다. 이 세 가지 중에 단 한 가지도 쉬운 주제가 없었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여기저기 제안서를 뿌렸습니다.

다행히도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단체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맞서 싸우는 단체 활동가들과 경기지역의 여러 단체들,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싸우는 노동안전보건단체 활동가들이 2007년 10월부터 만나 몇 차례의 대책위 사전 준비모임을 가지고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습니다.

17개 단체가 동일한 목표로 활동

대책위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째, 삼성의 산재은폐 시도를 벗기고 진상규명을 통해 백혈병이 산재임을 인정받는다.
둘째, 무노조경영으로 피해받는 삼성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직화에 기여한다.
셋째, 첨단산업・국가적 산업으로 미화되었으나 아직까지 그 피해사례가 제대로 밝혀진바 없는 반도체 산업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노동건강권)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및 대정부를 향한 투쟁을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대책위 주요 활동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7.11.20.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앞)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 항의 면담 및 추가조사 요청서 전달
2007.12.26.  철저한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과천청사 노동부 본부 앞)
2007.12.28.  산업안전공단 항의 면담 및 의견서 전달
2008. 1.14.  민주노총 주최, 삼성피해노동자 증언대회 참가 및 발제
2008. 1.22.  기흥공장 노동자 대상 선전전 
2008. 1.25.  기자 사칭한 삼성반도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접수
2008. 1.31.  피해가족들과 대책위와의 만남. 투병중인 환자 병문안
             (노동부에서 13개 반도체 제조업체 노동자의 건강실태 일제조사 하겠다고 발표)
2008. 2. 4.  대책위, 노동부의 실태조사 실시에 대한 입장 발표
2008. 2.13.  노동부에 공개질의서 보냄
2008. 2.14.  노동부 면담, ‘반올림’ 명함 5천부 발행
2008. 2.22.  노동부 재 면담 및 대책위 10차 회의
2008. 2.27.  산업안전공단 면담
2008. 2.28.  전체 수련회
2008. 3. 6.  삼성본관 앞, 故황유미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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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에 대책위를 처음 소개하는 것이므로, 함께 하고 있는 단체를 모두 소개해보겠습니다.
건강한노동세상, 경기연대(준),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민주노총 경기본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당 경기도당,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삼성일반노조,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상 모두 17개 단체입니다.

대책위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 주소는  “http://cafe.daum.net/samsunglabor”입니다. 대책위 활동 중 제보자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온라인 카페를 많이 홍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사정 먼저 봐주는 노동부

지난 1월 31일 노동부는 반도체 소자를 제조하는 전국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근로자 건강실태 일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노동부의 일제조사를 환영하면서도 조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방법과 진행 과정을 공개하고, 회사 측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경험과 증언이 왜곡 없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사 과정 참여 보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였습니다.

역학조사는 산업안전공단이 실시하고, 노동부가 공단의 역학조사를 지원하는 개괄적인 실태조사를 벌인다는 것인데, 기초가 잘못된 조사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회사 쪽에 면죄부를 주는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대책위는 일제조사를 실시하는 노동부와 두 번의 면담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노동부 담당 팀장은 1차 면담은 회피했고, 2차 면담 때는 회사 이미지 피해도 고려안할 수 없는 요소라 했습니다.

즉, 노동부는 이번 조사의 주요 내용인 원‧하청의 전‧현직 노동자들 현황과 주요 화학물질 취급현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현황, 건강진단 및 작업환경측정 실시현황, 그리고 백혈병 발생 현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 현장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과 유해 가스, 그리고 고용량의 방사선을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위험 요인들 중 단 하나라도 빠지거나 그 위험이 축소되어 보고되지 않도록, 안전 보호 장치들은 과연 제대로 사용하는지를 점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발단이자 주요 대상인 삼성반도체만 하더라도 해당 노동청 감독관은 삼성 직원에게 조사 자료를 작성토록 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애초에 노동부는 이번 조사를 2월 한 달 동안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노동자 수만 하더라도 수만 명에 달하는 13개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 실태조사를 2월 안으로 마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회사 측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존하는 조사방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전·현직 노동자 수와 백혈병 환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백혈병과 같이 발생률이 낮은 질환은 환자들 중 극히 일부만 누락되더라도 실제 발생 위험이 상당한 규모로 축소 은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대책위가 성명서 발표와 면담등을 통해 항의했더니  3~4월까지 조사기간을 연장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지난 2월 27일 2차 성명서를 내어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습니다.  
첫째,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최초로 실시하는 이번 조사 의의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회사 쪽 자료에만 의존하는 주먹구구식 조사를 즉각 시정할 것.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조사, 사전 통보 없는 불시 현장 점검을 포함한 철저한 현장조사를 실시할 것.
셋째, 반도체 자본의 산업재해 은폐와 노동기본권 탄압에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피해 노동자들과 그 가족이 함께 하는 대책위원회 의견을 묵살하고 면담조차 회피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 입니다.

건강권 확보위해 민주노조 건설 절실

대책위 발족시점에 알고 있던 백혈병 발병자수는 6명이었는데, 이후 대책위가 언론에 서서히 소개되면서, 2007년 2월말 현재까지 12명의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삼성은 딱 저희가 밝히 숫자만큼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큰 피해가 있는지 모릅니다. 지금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얼마나 피해자들이 있는지 그 진실을 아는 것입니다. 건강권 피해 내지는 작업환경을 알릴 제보자 찾기가 당면한 큰 과제입니다.

또, 당장 3월 6일 고 황유미 씨의 추모제가 있고, 4월 노동자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에도 의미있는 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반올림’ 활동을 통해 광범위한 국내외 연대를 건설해서 피해노동자와 그 가족뿐만 아니라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건강권, 노동기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활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삼성에 반드시 민주노조가 건설되어 노동자들 스스로 건강권을 쟁취할 수 있도록 삼성의 민주노조 건설 활동을 지원할 것입니다.

대책위의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우리 대책위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대책위의 또 다른 이름은 “반올림” (SHARPs, #)입니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라는 뜻으로, 영문으로는 “Supporters for Health And Right of People in Semiconductor Industry”이고 줄여서 SHARPs(반올림)입니다. 반도체산업의 유해성 등과 관련된 연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 해외사례도 연구하고 함께 연대해야 하는데 이때 “반올림”으로 우리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현재까지는 구상중인 단계이고 이후 반올림 모임이 활성화되어 나중에 별도로 소개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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