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이천일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

by 일과건강 posted Ma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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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11월호




서울 금천구 가산동 550-9. 이곳은 회사의 부당해고와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2천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하이텍알씨디 코리아 노동조합(금속노조 서울지부, 이하 하이텍 지회)’이 있는 곳이다. 이 주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빨간 바탕에 먹으로 쓴 ‘노조탄압공장’이라는 글자가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아래는 “이 공장의 진정한 주인은 하이텍 노동자”라고 쓰여 있고 경비실의 창문에는 ‘임대 반대’ ‘생존권 쟁취’ ‘고용안정’이 적혀 있다.

2002년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의 일방적 교섭 불참으로 시작된 하이텍 투쟁은 2005년 산재승인투쟁 2007년 구로공장 폐쇄 반대 투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대 단위 동지들이 함께 하는 투쟁이었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투쟁이다. 하이텍 지회는 지난 10월 11일 투쟁 2천일을 맞아 그동안 함께 한 연대동지들과 함께 ‘하이텍 투쟁 2000일 투쟁 문화제’를 공장 앞뜰에서 열었다.
김혜진 지회장은 이날 문화제 시작에서 “심난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 수순으로 진행하는 구로공장 법인분리를 투쟁으로 막아내 노동자의 일터인 구로공장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현재 구로공장에는 생산라인만 돌아가고 있다. 회사 측은 2005년 12월 노동조합이 자리를 비운 사이 관리사무와 연구소를 충청북도 오창으로 이전한 상태로 하이텍 지회는 오창과 구로를 오가며 투쟁 중이다.

이날 투쟁 문화제에는 코오롱, 시그네틱스 등 장기투쟁 사업장을 비롯해 이랜드․뉴코아, 한우물, 테트락팩 등 투쟁 중인 노동자들과 안전보건단체, 지민주, 노래공장 등 문화일꾼들이 모여 흔들림 없이 투쟁을 전개해 온 하이텍과 2천일의 소감을 나누었다. 하이텍 공대위 소속 동지들은 각설이 타령을 개사해 부르기도 했고 10년을 연대해 온 이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나와 하이텍 지회에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특히 투쟁 사업장의 몸짓패들이 연합으로 공연을 벌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하이텍 지회는 2005년, 회사의 CCTV 감시와 조합원 왕따 라인, 강제 배치전환, 부당해고 등으로 조합원 전원이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이를 산재 신청하였다가 불승인되자 산재승인 쟁취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그 해 초여름에 시작한 공단 앞 농성이 167일 동안 진행되었고, 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 특공대가 동원되기도 했으며 노동자 건강권 쟁취 순회 투쟁단을 결성해 전국을 돌며 공단의 폭력행정을 알리고 감시와 차별에서 온 정신 직업병의 산재인정요구를 촉구하는 등 다양한 투쟁과 연대로 2005년 한 해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불꽃이었다.

하이텍 지회 투쟁의 정당성은 지노위, 중노위, 행정법원의 부당해고자 전원 복직 판결과 손해배상 기각, 사측이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기각, 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 권고 등과 지난 9월 12일 고등법원의 부당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판결 등으로 입증되었다. 오직 회사만이 노조 와해를 위해 일방적 단협 해지, 구로공장 폐쇄, 법원의 판결 불이행 등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행히 10월 말, 회사는 해고된 5명의 노동자를 원직복직 시킨다는 ‘복직명령서’를 노조에 보냈다. 하지만 현재 구로 공장 법인분리를 추진하는 회사는 구로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고 부당해고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등 노조와의 진정한 화해와는 거리가 먼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 
정은주 부지회장은 회사가 노조와의 갈등을 끝낼 마음이 있었다면 “해고되었던 조합원들을 오창 하이텍으로 복직 명령을 냈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복직 이전과 현재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회사가 구로 문제를 오창 하이텍과 별개의 문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노조의 판단을 전했다.

2천일 투쟁 문화제 날에 김혜진 지회장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하이텍 투쟁 연대동지들에게 “또 다시 2천일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이텍알씨디 코리아 자본은 무선조정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매해 40억 흑자를 내는 곳이다. 이 흑자는 분명 노동자들의 노동이 창출한 이윤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와해를 위해서라면 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곳이다. 하이텍 투쟁이 승리할 그 언제일 날은 ‘정의’가 아직 이 땅에서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날이 될 것이다. 




산재노협 김재천 상근활동가 : 2천일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옛날 그대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앞으로도 계속 이동지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하겠다. 그리고 동지들 힘 잃지 마시고 옆에 여러 동지 많이 있으니까 함께 열심히 투쟁했으면 좋겠다.


하이텍 지회장 김혜진 : 우리랑 연대했던 이대 졸업생 동지들, 10년 째 연대하고 있는데, 그 동지들이 와서 그게 굉장히 감동적이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우리가 이렇게 2천일 동안 투쟁해왔던 게 정말, 우리만의 힘으로 온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기간 동안에 많은 동지들이 함께 했다. 공단 앞에서 투쟁할 때는 62명 연행되고, 4명 연행되고, 오창 공장 앞에서 투쟁할 때도 13명 연행되고, 그 중에 세 번이나 우리 투쟁하면서 구속된 동지들도 생겨나면서 이렇게 왔던 기간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우리 투쟁도 우리도 힘들게 투쟁하고 조합원도 끈질기게 싸우기 때문에 이 싸움 계속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만큼 함께 했던 동지들이 있어서 여지껏 왔다, 아주 새삼스럽게 절실하게 느끼는 자리였다. 더 많이 힘이 될 것 같고, 앞으로 2천일 더 투쟁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억지로 길게 가져갈 생각이 아니라 승리하는 순간까지 투쟁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한노보연 공유정옥 소장 : 눈물 나는 날이다. 좋아서 눈물 나기도 하고, 짠해서… 다 그런 마음일 것 같다. 공대위에서 2천일을 맞이하여 각 단위별로 오늘의 소감을 담아서 인터넷에 올렸다. 2천일 동안 하이텍 자본이 어떤 자본인지를 조합원들이 확인해 오면서 세상에 자본주의가 어떤 세상인지를 확인해 온 것도 있고 거기에 맞선 노동자의 저력을 확인해 온 2천일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단결과 연대가 노동자의 답이다, 이런 거를 금속산별이나 민주노총 다 가슴에 새겨야 될… 조그맣지만 정말 소중한 동지들이다. 그런 동지들의 2천일  투쟁이니까  다음 번 문화제는 승리 문화제가 되게 하려면 진짜 승리가 뭔지, 이런 거는, 제가 보기에 하이텍 이 동지들도 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금속이 바로 서고 민주노조 운동이 바로 서는 것을 진짜 승리라고 믿는 동지들이기 때문에 민주노조 운동의 희망을 만듭시다, 이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는 날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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