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어둠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by 일과건강 posted Ma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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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 방종운, 일과건강 2007년 10월호



21일 선거가 잡혔다. 

정리해고 투쟁으로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풀리지 않는 일들이 벌써 9월로 접어들었다. 인천지부 사이트에는 선거를 하라고 아우성의 글이 올라온다. 결정을 봐야한다는 생각과 어차피 연장을 한다 해도 사이트에 글이 올라오고 간부들 내부에서 의견이 벌어질 텐데, “노동조합 선거를 하자! 하루를 살아도 똑바로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대쪽같이 사는, 존경하는 선배님인 원풍모방 3대 위원장을 지낸 이무술 선배님이 지하철에서 보았다는 짤막한 글이 좋아 보낸다며 전자편지로 전해 왔다. “규칙과 습관을 깨라!” 이 전자편지를 받으며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항상 후배를 아껴주며 힘내라! 는 이무술 선배님의 말씀.

“순리대로 하세요. 당선은 다시 한 번 책임을 맡긴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떨어지는 것은 이곳에서 내 할 일을 다 했으니 미련을 두지 마세요. 많은 직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름 없는 직책이라도 하나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는 숨은 일꾼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하늘의 뜻입니다. 어느 누가 옳았다고 규정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나타납니다. 내가 잘 살았는지, 그것은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규정입니다. 때때로…, 외로움은 다시 돌아보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말없이 도와주는 동지를 보십시오. 당신도 힘들었지만 좋은 벗을 만나기 그리 쉽진 않으니까요. 살다보면 때로 그리움이라 놈이 올곧은 사람을 생각하게 하지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로서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서도 정리해고와 임금인상, 콜텍과 연대투쟁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해필 이럴 때에…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있었나 보다.” 

지나온 조합 활동 속에 힘들게 하더니 11대 집행부 선거에 반대편 후보로 나오는 것이 옭은 길인가. 꼭 지금 같은 때에 나와야 하는지 생각이 들면서 이것도 내 욕심이 아니길 빌어본다.


앞으로도 노동계가 중심을 잡고 간다는 것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9월 14일 S&T(옛 대우정밀)지회에 갔다. 다른 지회들은 선거운동으로 갈 수 없다. 선거운동을 하면 포지티브 방식보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앞으로 지회가 감정적으로 더 어려워지고 찬바람만 불 것 같아, S&T 자본에게 화풀이하고 올라와 새로운 마음으로, 또 해야 하는 마음으로 부산 끝 기장에 있는 S&T라는 회사에 내려갔다. 부사장 박재석이 그곳에서 또 노조탄압에 선봉장으로 있는 모양이다. 저러면 안 되는데…, 마음이 옛날로 흘러가게 만든다.


85년 대우파업 때 학생출신 운동가로 정말 멋있게 보았다. 연세대를 다녔고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노동자와 함께 살려고 그는 노동운동을 시작하였고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아버지가 대령이었는데, 자식 때문에 옷을 벗었다하여 그는 우리들 사이에 화제였다.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는 사람을 보며 대우자동차 85년 파업에 참가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얼마나 멋있게 보였는지 모른다. 그와 말을 하는 것 마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박재석 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을 하는데 정말 그럴까? 대쪽 같은 사람이라고 민통련 교선부장을 했던 사람, 이해찬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성향의 사람이 출마하면 당선확률이 높지 않다. 그래서 평민당으로 들어가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 후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바꿔 나가겠다.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실세라 그런지 몰라도 자연재해가 났는데 골프를 쳐서 문제가 되었다는 기사가 한번이 아니라 연신 쏟아졌는데, 그는 한나라당이 음해하기 위한 것이고, 나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기사를 보면서 “참! 힘들게 산다! 저런 게 정치인가! 비정규직법, FTA 저렇게 하려고 평생을 뛰어 다니면서 한번 정권을 잡겠다고 한 일인가!” 싶었다. 

또 민중민주․민족민주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민주대연합에 반대하여 민중대연합을 주장하면 탄생한 민중당의 초대 사무처장을 하고 한나라당으로 간 이우재를 보면 “아무리 바뀌어도 저렇게 바뀔 수가 있는가? 정치권으로 들어간 운동권들은 왜 이리 말들을 잘할까? 그래서 먹물들이라고 했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도 힘들고 어려워도 배곯아 가면서 열심히 투쟁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런 생각을 깨는 소리가 콘테이너 뒤편에서 난다. “물러가라!”하는 앙칼진 구호가 들려온다. 정문 쪽에는 콘테이너로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그 위에 경찰관과 회사 관리자인 듯한 놈들이 개품을 잡고 있었다. 사내 아파트가 저 안에 있으며 가족들이 나와서 아빠 고생한다고 구호를 외친다는 S&T 교선부장의 이야기다. 오래 간만에 들은 가족대책위, 참! 신선한 마음이 든다. 아직도 가족대책위처럼 곳곳에서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투쟁하는 모습 속에 희망을 본다. 그래, 너희들이 아무리 탄압해도 권력과 자본에 대항하는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모여 희망의 소리로 만들어 가는 거야. 우리는 맥이 끊이지 않고 계속 진군해 나갈 것이다. 이속에서 희망을 본다.


14~15일에는 이랜드 노숙투쟁이 강행군을 하면서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한다고 해 집회 장소에 가니 장소가 여의도 전철 5번 출구 우체국 앞으로 바뀌었다. 왜 바뀌었는가는 곧 알게 되었다. “20년간 일했는데 코스콤 직원이 아니라고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정규직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하는데, 이들은 직원이 아니라며 발뺌을 하고 12일 오전 파업출정식에 공권력으로 연맹간부 16명을 연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온천지가 비정규직으로 투쟁으로 들끓는다. 원초적으로 아예 우리의 뜻이 담긴 법률이 아니었다면 만들지나 말지! 국회의원이, 행정 관료들이, 사장들이 법의 당사자도, 주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법을 만들어 놓은 줄 모르겠다. 맨 날 대기업 이기주의라고 주장하면서 이 땅에 전체 노동자들이 대기업의 임금. 근로조건 등 대접을 받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가 보다. 현실적으로 사회 대부분에서 임금.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에게 너무 못된 짓을 한다.


집회가 끝나고 장소를 바꿔 상암 경기장 이랜드 매장에 가서 매출제로작전을 위해 투쟁을 벌였다. 맨 처음 입구매장을 봉쇄했는데 점주라고 자칭하면서 덩치 큰 용역깡패가 횡포를 부렸다. 이에 항의하는 사이에 매장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저지하기 위해 차도를 점거하였다. 대세가 기울어져서 그런지 용역들이 기선을 빼앗긴 것 같았다. 전경과 밀리고 밀리지 않으려는 투쟁이 자정을 끝으로 인천으로 내려오면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헌신적으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가? 어둠속에서도 세상은 밝다. 마치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그것은 하나의 노동자라는 생각을 해본다.


금속노조는 9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지부․지회 임원선거를 실시 하지만 장기투쟁 사업장에서는 조합간부가 결의 하에 선거를 치루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간부가 결의되지 못한 지회는 콜트뿐이며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정리해고, 임금인상 투쟁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기업별 시절 전 위원장과 경선이 붙은 상황에 맥이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그래도 연대를 위해 19일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도 뉴코아에 집회에 참여했다. 비가 그렇게 내리는 가운데 그 비를 맞으면 투쟁하는 많은 아름다운 사람을 보며 “그래, 저게 우리들의 힘이지.”라는 생각을 했다. 목이 메여 고맙다고 말을 하는 뉴코아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끝으로 되돌아오며 그래도 사람이 있네, 없네, 되네, 안 되네 말을 하면서도 한 방울의 빗방울이 모여 투쟁을 해나간다. 

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중에 점주를 생각해본다.

점주가 투쟁의 대상이 아님에도 제로투쟁을 진행하면서 점주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박성수에게 돌아갈 화살을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과 싸워야 하는지, 중요한 것은 점주와 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박성수와 싸우면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점주와의 투쟁을 보면 노동현장에서 분열시켜놓고 노-노 싸움이다. 라고 주장하는 듯 노동현장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굵은 빗방울을 맞으면 고난이 있다 해도 저항하는 그대들이 있어 고난은 희망이다. 고난으로 포기하고 편하게 살려고, 노예가 되어 있을지라도. 하지만 세상 앞에 무릎 꿇지 않는, 모든 불의에 저항하는 우리가 있기에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희망인가보다.

노동자도 아닌 저들이 왜 노동자인 우리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가? 그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투쟁이 바로 희망이라는 것이 마음속에 자라고 있다.


우리가 걷는 이길

이 고통은 

고단한 삶일지라도 

서로의 아픈 마음을 

희망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아침은 하얀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는 것이 

진실을 말하려는 것

하늘의 뜻을 담은

아침은

삿된 마음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

아침으로

어두운 것에 있었던 것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