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교육센터 교육실장 김신범(wioeh@hanmail.net)
지금 여수에서는 역학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의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에게 폐암과 백혈병이 계속 발생한 데 따른 정부의 조치이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에서는 과거와 다른 역학조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척 애를 써왔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역학조사가 가능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원진연구소와 화학섬유연맹 여수공투본 노동자사업단에서 유해물질조사사업을 진행하여 단기간 고노출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이미 밝혀낸 바 있다. 그 연구를 주도한 원진연구소의 최상준 박사가 이번 역학조사에서도 노출실태 조사를 디자인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방법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하면, 지금 여수산단의 화학장치산업 노동조합들이 한 걸음 더 나가려는 의지를 가져야만 다른 역학조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본다. 당장에 사업주들이 방해를 하려고하면 역학조사는 아무런 결과도 내올 수 없는 상황이다. 유해물질이 없는 곳에서 측정을 시킬 수도 있고, 측정 당일 작업을 줄일 수도 있으며, 더 위험한 작업은 아예 작업을 없앨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들의 견제와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여수산단의 상황은 약간 부정적이다. 이번 역학조사의 의의와 현장에서의 역할에 여수산단 화학사업장의 정규직 조합원들은 거의 공유를 못하는 상황이다. 여수건설노조의 경우도 조직 자체는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는 있으나, 조합원들에게까지 공유되고 있지는 못하다. 현장 노동자들의 감시 속에서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이끌어내는 힘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이 문제가 어찌 여수산단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울산, 대산 등 석유화학사업장이 있는 모든 동네의 문제이다. 여수의 역학조사 결과는 이후 우리나라 전체의 화학사업장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5일에 토론회 벤젠과 1-3부타디엔 단시간 노출기준 제정에 다른 작업환경측정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는 화학섬유연맹 여수공투본 주최로 열렸지만, 울산에 있는 SK와 대산의 엘지화학과 현대오일뱅크 노동조합도 참여하여 전국적 토론회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단시간 노출기준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기술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 위험한 작업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들이 구체적으로 강의되었다.
강의를 맡은 최상준 박사는 측정기관에서 단기간 노출을 제대로 평가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노동조합이 판단할 수 있는 세부적 내용까지 알려주어 실무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한편,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작업환경 측정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안이 이루어졌고 관련된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석유화학장치산업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규직 노동자들 뿐 아니라 비정규 건설노동자들까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내는 일에 노동조합들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단기간 노출기준을 만들어낸 여수공투본 동지 여러분! 한 걸음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