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 느껴지지 않아 더 위험한 유해물질 ‘석면’

by 일과건강 posted Ma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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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교육센터 이현정(nolza21c@paran.com), 일과건강 2007년 9월호




2007년 1월. 진보인사나 단체들의 기자회견 장소로 애용되던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죽음의 섬유’라고 불리는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내용의 『열악한 지하철 지하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시 기자회견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서울 지하철 환경감독관이 조사한 30개 역사 중 21개 역사에서 치명적 발암물질인 석면이 발견되었고 이중 18개 역사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승강장이나 대합실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2001년부터 서울 지하철의 석면 위험성을 경고해온 노동조합과 연구기관, 시민단체는 이날 전면적인 지하철 지하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지하철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는 물론 지하상점을 생계터전으로 삼아 온 상점노동자들의 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서울시와 노동부는 부랴부랴 석면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올 7월, 부산의 옛 석면공장 터 주변 시민들 중 석면질환인 중피종에 걸린 사례가 MBC 뉴스보도로 이어졌다. 직접 석면을 다루거나 취급한 노동자도 아닌 시민이 공장 주변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석면질환에 걸린 사실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리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런 석면문제를 집중조명하면서 석면이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일정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부산의 석면공장 주변 시민의 석면질환 문제를 계기로 노동․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사안별 문제별 대응이 아니라 석면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대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보였다. 8월 2일에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석면피해 역학조사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고, 8월 8일 노동조합과 안전보건단체 및 전문가들의 내부 토론회에 이어 8월 9일에는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직접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서는 부산환경연합이 찾아낸 8곳의 석면공장 가운데 현재도 공장을 가동하는 동양아스베스트와 과거 국내 최대 석면방적 공장이었던 연수구 연산동에 있던 제일화학 공장터 방문과 석면추방전국네트워크 워크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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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도착한 부산역에서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만나 현재도 ‘가동 중’이라는 동양아스베스트를 방문했다. 공장 관계자는 “수요도 없는데다 노동부 규제로 10억 원을 빌려 비석면 제품을 개발했다.”며 “현재는 공정을 바꾸려고 공장 라인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역 일반시민 석면질환 노출이라는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서인지 공장 관계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특히 자리에 함께 한 부산MBC 촬영기자에게는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기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방송에 나가면 ‘별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25년을 일했어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다.”는 공장 관계자는 “비석면 원료는 (석면보다) 원료 값이 100배는 차이가 난다.”며 당장 나타나지 않는 석면질환보다는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로서의 걱정이 더 앞서 보였다. 

이젠 생산 대신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석면포를 보여 준 또 다른 노동자는 “옛날에는 일본과 독일에 수출도 했다. 정부에서 허가를 내줄 때는 좋다고 해놓고…”라며 모든 책임을 공장에 떠넘기는 듯하는 석면대응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99년에 공장 기계를 중국에 넘긴 후 생산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악화를 구축하는 기계라도 그저 생산만 한다면 지구상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 씁쓰레함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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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공장 정문





문제가 된 국내 최대 석면방적공장 제일화학(1969년~1992년) 공장터 바로 옆에는 불과 1미터를 조금 넘는 위치에 연산초등학교가 자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잠재적 피해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교로 제일화학 공장과 8년 정도 같이 있었다.”며 “졸업생은 물론 반경 1.5km 이내에 거주했던 교사들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면의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했던 그 시절, 여름이면 창문을 열고 수업했을 터이니 바로 옆에서 날리는 석면가루를 함께 호흡했을 모습이 떠오르자 ‘끔찍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실제 부산지역 석면공장 인근 주민 발암피해 조사에서 석면질환 확진자 14명 중 11명의 주민이 제일화학 공장에서 2km 이내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석면공장 주변에 살기만 했어도 이 정도이니, 보호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일한 노동자 피해는 더 클 것이란 예측은 너무도 당연했다.

이어진 석면추방전국네트워크 워크샵에서 첫 발표를 맡은 강동묵 교수(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는 「부산지역 환경성 석면노출과 악성중피종 발생의 관련성」에서 “지금의 자료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시민 알권리를 위해 정밀한 역학조사 실시는 물론 고위험집단은 집중관리하고 보상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워크샵은 석면관리의 외국사례와 석면추방운동의 세계동향, 정부의 석면관리대책 평가 등 현재 시점에서의 석면대책 정도와 앞으로 규모가 증가할 석면피해문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논의되었다. 석면추방네트워크는 오는 9월 석면대토론회를 조직하여 석면이 문제를 인식하는 몇몇 전문가나 석면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문제임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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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 일반 시민들에게는 큰 이슈로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석면공장이나 석면 탄광에서 일했던 노동자에게 걸릴만한 질환정도로 생각하며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초가지붕 대신 얹어진 슬레이트, 학교 천정의 하얀 보드 등 각종 건축자재에 쓰였던 석면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석면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른다. 잠복기가 길면 20년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어 위험의 정도가 덜 느껴지는 석면이기에 ‘오히려’ 더 위험한 ‘유해물질’이다. 
이미 가까운 일본은 물론 유럽, 미국 등은 석면이 사회문제화 되어 해마다 피해자가 늘어나고 석면추방을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여 석면 피해 규모를 줄이기에 안간힘이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는 모든 석면 및 석면함유 제품의 수입․제조․사용이 금지되는 종합대책을 마련, 시행을 앞두었다. 하지만 그 대책이라는 것이 깊은 고민과 장기 안목에서 나왔다기보다는 터진 사건에 대응하는 식이었기에 보완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직업성으로 국민에게는 환경성으로 다가올 석면문제, 정확한 실태조사와 보상대책 그리고 석면대체재 개발로 하루라도 빨리 ‘석면 free’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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