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문제, 노동운동 가치전환 속에서 사회화 시켜야

by 일과건강 posted Ma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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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범 교육실장, wioeh@paran.com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센터소장 임상혁(imkooro@paran.com)


최근 한 기업체 노동자들의 집단 사망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우리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한 해에 7명의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이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는 고민하고 답을 내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심장질환의 위험요인은 아래 <표1>과 같다. 이들 중 심장질환의 직업적 위험요인은 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량 등 이른바 ‘과로’라는 작업특성적 요인이 가장 큰 문제이다.

 

 

<표1. 심장질환 위험요인>

직업적 위험요인

비직업적 위험요인

작업환경적 요인

작업특성적 요인

이황화탄소

질산염

메틸렌클로라이드

일산화탄소

미세분진

고열

업무/조직 고유 특성에 의한 직무스트레스

(예: 과중한 업무량, 고용불안정 등)

장기간 교대제근무

장시간 노동

좌식작업으로 인한 운동부족

고혈압

당뇨

비만

연령(남 55세 이상)

흡연

고지혈증

가족력

 

 

앞서 예시한 기업체는 대표적 교대근무 사업장이고, 역학조사 결과 6개월 181일 중 4일만 휴무를 갖거나 7일만 휴무한 사례도 있었다. 소위 ‘곱빼기 근무’ 형태도 있다. 야간 교대조를 끝내고 그대로 다시 오전조 근무를 하거나 오전 교대조 근무를 들어오기 전에 전날 야간조 근무를 하는 것이다. 피로 회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무형태이다. 12시간 또는 16시간 연속근무를 하는 경우로 야간근무를 앞 또는 뒤로 연속근무를 한다는 점에서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사망사건은 한 기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문제이다. 한 기업체에서만의 교대노동, 장시간노동, 스트레스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표2. 국가별 1인당 연간 평균노동시간 비교(OECD 보고서)>

 

 

국가

한국

슬로베니아

체코

멕시코

일본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노동시간

2447

1993

1922

1915

1836

1805

1797

1684

1384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가장 노동시간이 긴 국가이며, 교대근무 사업장 역시 전체 사업장에서 높은 비율을 점한다. 한국 전체 사업장 중 대략 35~4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업장에서 교대제를 실시하고, 전체노동자 중 대략 15퍼센트가 교대제근무를 한다, 비슷한 시기 OECD 보고에 의하면 유럽 11개국 평균 교대근무자 비율 8.1%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표3. 노동생산성 증가 추이>

 

 

년도

2000

2001

2002

2003

2004

노동생산성

9.2

10.7

11.8

8.2

11.6

 


<표4. 주요국 제조업 노동생산성>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폴

8.1

4.4

4.7

2.6

2.4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주요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을 비교해 보아도 한국노동자들의 노동생산성은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그리고 증가되는 노동생산성 탓에 과로할 수밖에 없다. 과로 때문에 나타나는 건강 이상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경험한 이후 노동조합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단기실리추구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40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했음에도 실노동시간은 증대하는 상황이다. 자발적 잔업․특근 요구와 노동시간단축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러한 조합원 경향을 무시하지 못해 전반적인 노조 활동방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 임금추구 경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근 몇 년간의 근골격계 투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건강권 문제, 더 나아가 노동의 질과 삶의 질 문제를 강화해 나감으로써 전반적 인식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동안 과로를 없애려는 노력이 노동조합 차원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노력은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부분적 처방이나 임금인상 요구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로 추방’은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운동의 가치 전환을 통해 운동 방향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다. 과로사회 추방은 즉 노동자가 노동자의 건강권, 노동의 질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노동운동이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쉽게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 의제이다.

 

과로사회 추방은 몇몇 진보적 학자가 연구를 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 과제는 단순한 부분 과제가 아니라 노동조합 운동의 전략적인 기획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과학적인 대안과 더불어 조합원의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