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위생학의 생명력은 노동현장에서 얻어진다

by 일과건강 posted Ma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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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gganna@hanmail.net), 일과건강 2007년 3월호




2007년 한국산업위생학회 동계 학술대회가 07년 2월 8일부터 9일까지 인제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산업위생학?” 아마  『일과 건강』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의학회”, “미생물학회”, 그리고 “물리학회”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학문에서 만든 학회에 비해 생소한 이름일 거라고 생각된다. “위생학”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아마도 깨끗하게 살아보자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터이고 앞에 산업이라는 말이 선행하였으니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학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크게 틀리지 않다. 산업현장을 깨끗하게 혹은 위생적으로 만들어보자는 학문으로 이해되어도 틀리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 『일과 건강』의 매니아스런 애독자라면 “산업”이라는 말에 아토피스런 반응을 강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노동위생학” 혹은 “노동 보건학”으로 명해도 소스라치게 놀라 자빠질 문제는 없겠지만 나름의 역사를 갖는 학문명을 개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저 우리가 그렇게 이해하고 별칭으로 호명하더라도 이의 제기할 사람은 없다.


산업위생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쉽게 접근하자면, 우리 현장에서 1년에 2회씩 작업환경 측정과 분석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많은 분들이 작업환경 측정을 담당하며 각사의 환경안전팀에서 보건 업무 등을 담당하는 분들도 계시다. 산업안전공단에도 산업위생 전문가가 대거 포진하고 있으며 당연한 것이지만 대학교 등의 교수진 등이 산업위생학을 업으로 삼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진 학회가 “산업위생학회”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각설하고, 매년 2회씩 그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어 놓는 자리가 학술대회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주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물론 그 모든 내용들이 보배스럽다거나 금과옥조 같은 혹은 주옥같은 논리로 채워지지는 않지만 나름 진지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올해 동계학회에서 주로 다룬 주제들은 “건축물의 석면 제거기법 및 고형시료 중 석면분석/정도관리” “실내 환경에 대한 평가” “진동” “실험실 안전” “농작업 환경평가” 그리고 “환기 및 보호구”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 일부 내용을 요약 및 편집, 그리하여 간단히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번 동계학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주제는 아마도 “건축물의 석면 제거기법 및 고형시료 중 석면분석/정도관리” 가 아니었나 싶다. 학회 참가 인원의 대략 1/3 정도가 해당 발표장을 바글바글 채웠으니 말이다. 현장 노동자들이(특히, 건설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석면 등에 노출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새로운 시장의 발굴에 들뜬 분위기인지, 새로운 화두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인지, 혹은 학문적 열정과 그에 걸맞는 관심이 있어서인지는 두고 지켜봐야 할 거 같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석면의 원재료와 석면 함유제품의 제조, 수입, 사용, 양도 및 제공이 금지된다고 한다. 그와 같은 통계를 따르는지 석면원료의 수입량은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잡히고 있으나 반대로 석면 함유제품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늘어가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한다. 석면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건축자재(약 82%)인데 작년 기준 건축물 해체시 해체 건축물에 석면이 함유되었다고 보고한 건은 5건에 그쳤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해체되는 건축물에 석면이 함유되었는지를 허위로 보고하여도 그와 같은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한다. 

즉, 해체 건축물에 석면이 들어있는지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무방비로 먼지 풀풀 날리는 환경에서 건축물을 해체해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하니 무말랭이처럼 오금이 바싹 저려온다. 다시 말해, 건설현장 등의 노동자들에게 석면 노출 위험을 확실히 줄여줄만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다행히 2008년 12월까지 석면의 전면 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석면 건축물 해체․제거 작업시 사전조사 의무를 신설․보강하고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 규정을 구체화할 계획을 가졌다고 한다.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석면 해체와 관련된 것이다. 미국 환경청에서 규정하는 작업 절차를 따른다고 소개한 모 석면 건축물 해체 업체에서 소개한 바로는 작업장의 출입단계에서부터 3~5중의 안전장치를 설비하고 해체 작업 전․중․후에 석면의 공기 중 노출을 확인하여 작업 여건의 개선 및 계속 여부를 확인한다고 한다. 

일예로 1인의 작업자가 하루 동안 소비하는 개인보호구의(석면 노출 예방에 적합한 보호의, 호흡마스크 등) 가격만 약 8만원에 이른다고 하니 엄중한 안전절차의 현장 적용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노동안전보건 환경에서 석면 노출로부터 보호받아야할 현장노동자의 건강권이 만만치 않은 관리 비용을 우뚝하게 앞지를 수 있을까? 

앞으로 적용될 석면함유물질의 해체 작업 등에서의 관리 규정들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현실 적용이 되어가는지 두고 보고 꼭 지켜가야 하겠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주제는 실험실 안전에 관한 건이다.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기관에 실험실 안전문제를 관리하는 조직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안전의식도 아직 부족한 형편인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화의 장 역시 거의 없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었다. 

정기점검이나 보호구 지급은 대부분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정기점검은 전기, 소방, 가스, 일반관리상태(육안), 폐기물/폐액처리 등으로 나머지 시약관리 등과 인간공학적인 부분 등은 거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보호구 지급은 유기용제 취급시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방진마스크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고, 현장의 농도 수준 확인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니 문제의 심각성이 대략 짐작되는 부분이다.

또한 50% 이상의 기관에서 실험실 안전에 관한 교육이나 훈련 등을 실행하고 있으나 실험실 종사자들이 실제로 몸소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다고 한다. 더불어 실험실 안전에 대한 예산 책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별도로 책정하는 것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장치산업은 대부분 유기용제나 산류 등을 취급하는 화학실험실이나 연구동 등을 갖추고 있으며 많은 제조업 사업장에서도 폐수 처리 및 관리 등을 위한 별도의 설비 및 분석실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혹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검토해보면 다른 직군에서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의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경우를 볼 수 있으나 실험실 세팅과 관리는 전혀 검토되지 않는 경우 역시 빈번하다. 우리 작업장도 한 번 주의 깊게 들여다보자. 유해화학물질을 제대로 배출시켜줄 수 있는 흄후드(국소배기장치)가 제대로 설비되어 있는지, 시약 및 폐약은 제대로 관리되는지, 안전 보호구는 적합한 것이 지급되는지, 그리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은 제대로 설비되었는지 등을 말이다. 

아래에는 소주제 중에서 눈여겨 볼만한 몇 가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다양한 내용을 조목조목 전달해주면 좋으련만 한정된 시간에 수많은 주제들을 모두 섭렵할 수가 없어 눈에 밟혀 들어온 몇 가지 주제에 한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핑계 삼아 양해를 구해본다. 지면 사정 또한 넉넉지 않음을 고려하자.) 

"대중 운송수단의 실내 공기 중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라는 주제를 다룬 발표에서 미세먼지(PM10)의 평균 오염 농도는 154.9ug/m3 정도로써 지하철>시내버스>열차>고속버스 순이고 이산화탄소 평균 오염 농도는 1,815ppm 으로 고속버스>지하철>시내버스>열차 순이었다고 한다. 특히, 지하철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 최고치인 5,526ppm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서울 지하철의 객차 내에 배기팬이 설비되었지만 효능이 없으며 대구, 부산, 그리고 인천 지하철에는 배기팬이 없다고 한다. 

석면 문제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지하철인데 공기 오염 수준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칼같이 시간보장을 해준다는 강위력한 대중 교통수단인데 안 탈수도 없고, 그렇다고 알고도 타야한다니 지상 7층에서 이 글을 쥐어짜고 있는 내 가슴이 갑자기 답답하고 텁텁하다.


2006년 7월부터는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와 증상조사를 다수 수행해야 하는 이른바 근골 2라운드가 시작되는 해이다. “근골격계질환 관련 법규 시행 3년에 대한 평가”에 의하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산업안전보건활동에 개입하는 사업장은 유해요인 조사와 기타 사업주 의무사항이 비교적 양호하게 시행되고 법규시행이 작업자들의 건강권 인식과 노사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였다. 반면 사업장 내 공상처리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노동부 통계와는 달리 근골환자는 줄어들지 않았으며 부담작업 범위 등 관련 법규 보완이 요청된다고 한다. 

현장에서 근골격계 관련 문제들이 부담 없이 현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 라운드까지 더 팔팔하게 뛰어야 할지 혹은 누구와 승리의 기쁨을 함께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조합의 건투를 바라마지 않는다.


산업위생학회 동계 학술대회 참가기를 시작하면서 학회명을 짧게 짚고 넘어 왔다는 사실을 이글을 여기까지 읽은 차분하고 점잖은 『일과 건강』애독자라면 기억할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를 때 그가 나에게 와서 내가 그 이름을 부른 이유에 답이 되던 꽃이 되던 해주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산업위생학이라고 부르던 노동위생학 혹은 노동보건학이라고 부르던, 어떤 이름으로 그것을 명하고 이름하더라도 현장의 부름에 답이 되고 현장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를 말하고 싶었다. 산업위생학이라는 학문은 그 자체가 산업현장 혹은 노동현장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현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어떤 이름이던지 지금의 산업위생학이 그 학문이 시작된 근간에서 고집스런 원칙을 지켜가는, 그래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꽃이 되는 학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위생학은 학문적인 수준에서 완결되는 공부가 될 수 없다. 현장에 적확하게 활용되고 적용되어야지만 그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특이한 체질을 갖고 있다. 작업환경 측정이던, 근골유해요인조사이던, 직업병과 관련된 역학조사의 형태이던 간에 현장에서 산업위생학과 마주칠 수 있는 경우는 많다. 어떤 형태이던, 현장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로 산업위생학이 찾아진다면 그래서 그 요구만큼 산업위생학이 절실히 노력한다면 그것은 현장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현장은 그렇게 시끄럽겠지만 현장에서 호명하는 산업위생학은 그래서 그 이름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현장에서 정말 꽃을 피울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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