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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대형 이천화재 참사, 문제는 다단계 하청

by 일과건강 posted Mar 0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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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일과건강 2009년 1월호로 기획되었던 내용입니다. 뒤늦은 '1월호부터 휴간 결정'으로 종이매체로 발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중한 기사를 주신 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본 내용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이 기사 필자는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박종국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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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5일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불을 진화 중이다. 2008년 1월 이천화재가 발생한 지 1년도 안된 시점이었다. ⓒ 한겨레




일찌감치 용접공을 방화범으로 구속한 경찰


우리나라처럼 사업주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온정적인 나라도 드물 것이다. 2008년 1월 7일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주)코리아2000 화재 참사에 이어 또 다시 12월 5일 낮 12시9분께 경기도 서이천 GS물류센터 지하층 냉장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20대 청년들이라 그 유가족들과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1월 코리아2000 화재 참사의 안전관리 총괄책임 회사 대표는 지난 해 7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2천만원 선고를 받는데 그쳤다. 관련자들은 모두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 아마 지금도 항소 중이라면 훨씬 더 감경될 것이다. 이래서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소리를 하는 가 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서이천 GS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경찰은 일찍부터 용접작업 중 부주의로 불을 내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중과실치사상)로 용접공 노동자 강모(49)씨와 남모(22)씨를 구속했다.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1월 화재 사건하고는 경찰 대응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아마도, 1년도 채 안되어 동일한 화재가 발생하자 행정책임 추궁이 우려되어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도 무시한 채 용접공 노동자를 마치 방화범으로 몰아간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지을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자 건설노조 진상조사팀은 현지 조사에 착수했다. 정오에 발생한 화재가 밤 12시가 넘어가도 진화되지 않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샌드위치 판넬에서 나오는  시꺼먼 유독성 연기에 의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후 건설노조 경기건설지부에서 분향소 유가족 조문과 유치장에 구속된 용접공 노동자 면회를 위해 이천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경찰서 관계자는 조사를 받는  피의자를 함부로 면회시킬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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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중인 노동자. 비용절감을 위해 미숙련 노동자, 이주노동자가 안전교육도 받지않은 채 투입된다. ⓒ www.sbsafety.tistory.com




공사비 만회 위해 저임금 미경력자 투입

이날 화재로 사망한 사망자 4명은 물류회사 하청업체  남강로지스틱스 직원이고 3명은 일용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도 물류창고 책임을 두고 관리업체 하청업체들끼리 책임공방을 하고 있는 상태다. 역시 건설업처럼 창고관리도 다단계하청이 중층화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위험한 용접작업에 대비한 사업주의 사전 안전교육 및 선행조치를 기대하는 것조차 무리다. 건설공사 및 시설보수 공사비 자체가 당초 100% 예산에서 나중에 실행단계에서는 45%의 최저단가에 공사가 이루어지다보니 적정인원에 의한 안전시공은 뒤로 한 채 정해진 시간 내에 자신에게 주어진 물량 작업을 소화해 내기조차도 힘든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처럼 하도급을 받은 개인 사업주들은 저가의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저임금 미경력자를 현장에 투입하게 되고, 공사에 안전한 적정인원을 투입할 수 없는 구조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 공사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성토다. 물론 관리를 해야 하는 현장의 감독자들도 전문가가 없다보니 “하청업체에서 알아서 하겠지…” 하는 무신경이 관행화 된지 이미 오래다.  소규모 공사는 산재 적용조차도 되지 않은 현장이 아직도 많다.

수사과에 산안법 관련 조항 팩스 보내

산업안전기준에관한규칙 제 258조에서 폭발 또는 화재 등의 예방을 위해 “사업주는 인화성 물질의 증기, 가연성 가스 또는 가연성 분진이 존재하여 폭발 또는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당해 증기ㆍ가스 또는 분진에 의한 폭발 또는 화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통풍ㆍ환기 및 제진(除塵,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를 없앰)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 또, 제268조에서 통풍 등이 불충분한 장소에서 용접을 할 경우에 “사업주는 통풍이나 환기가 불충분한 장소에서 용접ㆍ용단 및 금속의 가열 등 화기를 사용하는 작업 또는 연삭숫돌에 의한 건식연마작업등 기타 불꽃이 튈 우려가 있는 작업등을 하는 때에는 통풍 또는 환기를 위하여 산소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였다. 경찰이 용접공 노동자를  구속했다는 소식을 듣고 산업안전을 담당하는 본인은 해당 경찰서 수사과에 건설현장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조항을 팩스로 발송했다.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행태에 유가족들의 심정은 오죽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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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사건에서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유일하게 산재처리가 되지 않았다. 사진은 2008년 4월 28일, 운수노동자의 산재인정을 촉구하는 운수산업노조의 기자회견이다. ⓒ 이현정



화물노동자는 개인사업자라 산재처리 제외

 이번 서이천 GS리테일 물류창고 화재사건에서는 총 12명 사상자 중 산재보상 처리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화물노동자 송○진(37) 씨가 있다.  지난 12월  8 일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피해자들의 근로자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며 “화물차량 지입차주인 송○진 씨를 제외하면 대부분 임금을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로 확인됨에 따라 산재보상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씨가 산재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할 경우에만 산재보상 혜택을 주고 있다. 예외적으로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한 특례(124조)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125조) 등을 두었지만 일반노동자와 달리 개인사업주인 화물노동자는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외면 받고 있다.

값싼 건축자재면 무조건 오케이

한편, 코리아 2000  화재참사와 이번 화재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샌드위치 판넬 건축물에 일정정도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이 비교적 간편하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창고 및 공장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샌드위치 판넬은 화재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뿜어낸다. 화재당시 현장을 지켜 본 본인도 10분 서 있었는데도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어지럽고 현기증이 나서 더 이상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젊은이들이 왜 삽시간에 유독성가스에 중독되어 집단 사망하였는지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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