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1일. 서울에 첫 '폭염경보'가 오전11시부터 발효된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발암물질 국민행동)'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을 요구하는 51일차 1인 시위에 결합하는 날이었죠. 낮기온은 35도로 예보되었지만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지열, 사방에서 다니는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과 열기는 35도를 훌쩍 넘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오(12시)부터 13시까지, 폭염의 한 가운데서 참여한 1위 시위 현장입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발암물질 국민행동 참여단체로 51일차 1인시위에 함께 했는데요, 노동환경건강연구소로 실습을 나온 대학생 2명과 같이 일인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아래 사진과 실습생의 1인시위 참여소감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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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 중인 백유경(사진 오른쪽부터), 강민서 학생. 두 사람 모두 생애 첫 1인 시 위라네요. ⓒ이현정, 일과건강 |
1. 강민서(순천향대학교 환경보건학과 4학년) 학생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실습 나와 우연찮게 쉰한번째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촉구 광화문 일인시위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일인시위 장소인 광화문에서는 점심시간대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갔습니다. 일인시위는 처음이라서 혹시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대책 촉구 일인시위에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우리 말고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시위를 하시는 다른 일인시위자들도 볼 수 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뉴스는 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해결된 줄만 알고 있었는데, 실상 아무런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며 제품 용기에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허위 표시를 한 가해기업들은 보상은 커녕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번도 한 적이 없답니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도 책임을 회피할 뿐입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오로지 개인적인 소송과 1인 시위를 통해 그들의 입장을 알리고 있을 뿐입니다. 가뜩이나 가습기살균제 외에도 각종 생활화학가정용품들이 공산품으로 지정되어 관계당국의 사전규제가 없이 제조 판매되고 있다하니, 또 다른 피해가 없으려면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정부와 기업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배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2. 백유경(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보건학과 4학년) 학생
8월 1일 12시에서 1시. 광화문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짧은 점심시간 1시간, 1인 시위를 하는 나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이슈가 될 때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기사를 찾아보며 관심을 가지다가 어느새 관심 밖으로 잊어졌다. 1인시위를 함께 해보자는 권유를 받고 기사를 다시 찾아보았다. 일년이 지난 지금 피해대책은 얼마나 이루어 졌나? 정부는 어떤 대책을, 업체는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보상과 사과를 했을까? 이슈가 된 지 일년이 넘었지만 얼마 전에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허위광고를 한 업체에 과징금 징수를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피해가 일어난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업체에 과징금을 징수하는 처벌을 내놓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명확하고 피해사례도 여럿에 심지어 사망자까지 나왔는데 처벌은 왜? 이렇게 늦었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져서 그런가?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피해자까지 있는데 사람들에게서 너무 잊혀진거 같아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1인 시위를 하면서 피켓 앞을 지나가며 곁눈질로 보는 분들도 계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아직 제대로 된 피해대책이 나오지 않은 지금 피켓을 보고 가는 사람들의 작은 관심만으로도 날씨가 더운 날 내가 헛수고를 하는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작은 관심들도 고마웠다. 피해대책 마련을 위해 내가 이렇다 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을 지라도 1인시위에 참여하며 잊어진 관심을 다시 가짐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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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한 농부가 더위를 식히라고 부채 질을 해주네요. 8월6일 정부의 행정대집행을 앞둔 두물머리는 4대강 사업 마지막 공사 구간 으로 정부와 유기농사를 지키겠다는 농부들이 마주선 곳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2011년으로 거슬러갑니다. 그해 4월 독성물질에 의한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들이 연이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원인물질이 가습기살균제에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발생했고 원인도 규명되었지만 제조 판매사들의 사과나 피해보상,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국가기관인 질병관리본부가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34명(10명 사망)이고 시민단체에 접수된 피해인원은 170명(50명 사망)입니다.
관련보도
1. [취재파일] '잊혀지는 게 두렵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호소
SBS, 2012년 7월31일 바로가기
2. [취재파일] 가습기살균제② 관리사각의 유해물질이 최악의 사망사태를 낳다
SBS, 2011년 11월22일 바로가기
"올 들어 가장 더운 날 1인 시위에 함께 한 강민서, 백유경 학생, 고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