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투쟁 1. 경북대병원 근골격계 집단산재신청 투쟁사례 인터뷰(2004)
 
경북대병원 근골격계 집단산재신청 투쟁사례 인터뷰(2004년)


김은기, 
꿈틀, 2004년 6월호

많은 노동자의 희생과 투쟁의 성과물로서 2002년 12월 30일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가 개정되면서 사업주에게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예방의무가 새롭게 부과되었고, 2003년 7월 1일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9장(근골격계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이 제정․시행되면서 노동부에서 고시한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에 속하는 작업을 하는 사업장은 04년 6월 30일까지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노동부에서 고시한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전면 개정하거나 또는 폐기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있어 왔으나 이것을 사실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근골격계질환 직업병으로 산재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달려가 보았다. 근골격계질환을 제조업 일부 직종으로 제한하려고 했던 정부와 자본의 음모가 드러난 역사적인 투쟁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북대 병원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은기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의 김은기입니다. 현재 요양중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미자 예. 현재 요양중이지만 멀리서 인터뷰하러 오신다고 하는데 당연히 만나야죠. 만나서 우리의 현실을 좀 더 많은 동지들과 공유해야지요.

김은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노동조합 사무실에 사람들이 너무 없군요?

김미자 예. 오늘이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쟁취와 관련하여 간부 및 대의원 결의대회가 서울에서 있어서 모두 서울로 올라가고 현재 사무국장님만 당직을 서고 있어서 그럽니다.

김은기 아! 예. 모두들 정말 바쁘시군요. 얘기를 들으니 김미자 동지께서 이번 요양투쟁과 관련하여 산재환자 대표를 맡았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지요?

김미자 예. 사실인데요. 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노동조합 간부는 대표를 맡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또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이때 사무국장님이 한마디 거드신다.

“어찌하다보니 대표가 된 것이 아니고요. 가장 투쟁력 있는 조합원이 대표를 맡기로 했는데 모두가 김미자 동지를 추천해서 그렇게 결정이 된 겁니다.”

김미자 (겸연쩍게 웃으시며) 이번 투쟁에서 제가 좀 나서긴 했는지 근로복지공단 본부장이 저하고는 면담하는 것이 두렵다고 투덜거렸다는 후문이 있죠. -웃음-

김은기 근골격계질환 직업병이 제조업에서는 많이들 알고 있지만 병원은 아직 홍보도 약하고 교육도 별로 없었을 텐데 어떻게 이 사업을 기획 하셨나요?

김미자 근골격계 질환인지는 몰랐지만 몸이 아프다는 조합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년 10월에 교육도 하고 477명에 대해서 증상 설문조사도 하다보니까 이상 소견자가 146명이나 나타났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선전물도 만들고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회의’도 만들고 해서 사업를 추진했지요.

사무국장님이 다시 한마디 거드신다.

“근골격계직업병 인정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세 속에서 적정인력 확보와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근거마련 차원에서 공세적으로 추진하자는 노동조합의 결의가 있었고, 목적의식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03년 9월 대의원회의 때 근골격계투쟁에 대한 사례교육을 했고 이어서 노동조합 상집회의에서 ‘근골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지요.”

김은기 그렇다면 이 사업은 단지 현장의 요구를 받아않는 차원을 넘어 노동조합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 같은데 추진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미자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민주노총, 민주노총 대구본부,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 건강한 노동세상, 그리고 우리 노동조합 이렇게 대책회의를 건설하고 그 속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지요. 아마 제7차 회의까지 진행을 한 것으로 알 고 있는데 회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검진 등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업무가 있구요, 둘째는 산재인정을 쟁취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인간공학적 평가를 한다든가 또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투쟁전술을 준비하는 등의 업무가 있구요, 마지막으로는 여기가 병원 사업장이다 보니 검진과 대체인력 확보 등 회사측을 상대로 한 업무가 있었지요.

김은기 말씀을 들으니 이 사업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을 대책위를 꾸려서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하신 것 같은데 특이한 것이 하나 있네요. 바로 검진과 관련한 부분인데, 바로 이곳 경북대 병원이 3차 의료기관으로서 지역에서는 상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검진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회사측과 협상이 있었을 텐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김미자 예. 당연히 회사측과 협상이 있었지요. 당연히 회사에서는 처음에는 병원에 무슨 근골 환자냐? 하며 어물쩡 넘어가려다가 노동조합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니까, 회사측에서는 ‘그러면 검진은 우리병원에서 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노동조합에서 거부를 했고 결국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은기 경북대 병원이 3차 의료기관인데 굳이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었나요?

김미자 예. 좀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병원이 검진은 참 잘 보는데요. 공정성의 문제로서 저희병원 의사들이 진단서 발행 같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해주지 않아 저희병원 직원들에게는 다른 일반인들보다 진단기간을 아주 적게 내어 주므로 직원들이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서는 4월 14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부서별 산재인원을 통보하고 대체인력을 준비하라고 요청을 했는데 4월 16일 교섭에서 사측에서는 ‘2차 진료기관의 검진결과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산재 처리를 하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 대체인력은 불가능하다’는 등 도저히 교섭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다른 병원에서 검진 받기로 했고 회사측의 교섭 태도도 문제점이 많아 결국 협상이 결렬되어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추진을 한 것입니다.

김은기 아. 예~ 또 그런 부분이 있군요. 집단 산재신청을 하고 이와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한 것이 4월 20일 이지요?

김미자 예. 20일 날 기자회견도하고, 산재신청도 하고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 본부장도 면담을 했지요.

김은기 요양신청을 하면 처리기간이 7일이고, 보통은 이날까지 요양승인에 대한 결정이 되지 않으면 집회 등의 투쟁을 배치하는데 여기의 투쟁은 좀 일찍 시작된 것 같더라고요. 제가 알기로는 4월 23일부터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 농성투쟁이 진행된 것으로 알 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김미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신청 다음날인 21일 연락이 왔어요. ‘창원병원 근골격계질환 특별 조사팀’인지에게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우리는 특별조사팀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고요. 하다보니까 그 실체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좀 조사를 하였는데 조사를 해보니 정확한 근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몇 가지를 알게 되었지요. 특별조사팀을 확인해 보니 지난해에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처리지침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1개 사업장에서 근골환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하면, 이 특별팀이 담당을 해서 처음부터 그러니까 인간공학 평가부터 검진까지 모두 새롭게 처리하는데 그 시간만도 약 2개월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이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리고 지금껏 저희 병원 의사들은 '병원에 무슨 근골격계환자가 있냐'며 부정적인 견해로 조합원들을 압박해왔으므로 아파도 산재는커녕 개인적으로 물리치료나 다른 치료들을 받아왔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실태와 상황들을 언론이나 외부에 알리기 위하여 전투적인 투쟁이 배치되었습니다. 그래서 23일부터 점거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김은기 그 투쟁과정도 좀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미자 23일 특별조사팀 의뢰 철회를 주장하며 농성을 시작하니 25일 근로복지공단 본부장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을 해서 농성을 해산했는데 26일 특별조사팀이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병원에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바로 현장조사 저지하고 다시 농성을 시작했지요. 그리고 27일 요양신청을 접수한 지 7일이 되었는데도 요양승인에 대한 결정이 되지 않아 기자회견과 더불어서 요양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기자회견과 요양을 시작하니 특별조사팀은 더 이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철수하게 되더라고요. 이후 4월 29일 ‘산재승인 지연 규탄 및 산재환자 탄압 중단촉구’집회를 개최하고 근로복지공단을 항의방문 하는데 전투경찰이 근로복지공단 출입을 저지하였고 이 투쟁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부상자가 발생을 했지만 농성을 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4월 30일 근로복지공단 본부장이 사과를 하였고 통상적 관례에 의한 처리를 약속 받고 농성을 해산했습니다. 이후 5월 3일 노동청 앞 피켓팅 등을 하였고, 5월 6일 자문의사 협의회를 개최하였고 7일 31명의 요양신청자 중 28명이 승인되었습니다. 우리는 즉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도 승인을 축구하며 근로복지공단 농성을 시작하였고 결국 5월 8일 나머지 3명도 산재승인을 쟁취함으로써 결국 31명 모두가 산재인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김은기 말씀을 들어보니 결코 쉬운 투쟁이 아니었네요. 그 중간에 일요일도 있었는데 그 날도 농성을 하고 정말 대단한 투쟁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이 투쟁을 하시면서 혹시 근로복지공단이나 회사측에서 직업병 판정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 방해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미자 예. 회사측에서는 우리들이 산재신청 하지 않고 고생고생하며 일을 할 때는 가족이라 부르다가, 결국 너무 힘들어서 산재처리 하겠다고 하니 무단결근으로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고 함께 일하는 의사는 ‘산재환자 모시고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심지어 폭언에 욕설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신속성과 공정성’을 운운하면서도 이제껏 어느 사업장에서도 있지 않았던 특별조사팀을 통해서 처리하겠다고 하면서 시간을 지연시키려 했습니다.

김은기 회사측 사정이야 잘 모르겠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그렇게 나온 것은 아마도 근골격계질환 직업병을 제조업으로 한정시키려 하려다 보니까 오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듭니다. 그러면 지금 요양중인 조합원이 31명인데 이 분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요?


김미자 31명이 모두 입원치료를 받지는 않구요. 통원치료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병원도 몇 개 병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을 전체 모임의 날로 잡았고요. 그 모임을 통해서 기본적인 사업지침과 업무를 공유하고 처리하고 있습니다.

김은기 그러면 현재 31명이 요양중인데 사측에서는 대체인력을 투입했나요?

김미자 아직 안 된 부서도 있는데 대부분은 충원이 되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대체인력은 모두가 비정규직입니다.

김은기 아! 대체인력이 비정규직이군요. 그러면 노동조합에 숙제가 남아있는 거네요.

김미자 예. 준비과정에서는 논의를 했는데 근로복지공단과의 투쟁이 어렵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전략이 구체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저희 사업장이 올해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하는 사업장이 되어서 필요한 적정인원에 대해서 현재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올 임․단협과 연계하여 정규직 인원충원 투쟁을 준비중이므로 이 투쟁을 통해서 처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은기 예. 그 투쟁 꼭 승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몸도 불편하실 텐데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미자 예 저희도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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