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서울시민의 발, 서울시 지하철 안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지난 해 5월, 서울 한 복판 상왕십리역에서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237명과 기관사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더 큰 대형사고가 될 뻔 했지만 목숨을 걸고 제동을 잡았던 기관사의 헌신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당시 사고의 원인은 신호의 오작동 때문이다. 이 신호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곳은 도급사였다. 업그레이드 이후 도급사의 업무 결과에 대한 충분한 점검 없이 서울메트로 측에서 차량을 운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2호선 강남역의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러 현장에 들어갔던 노동자가 15초 만에 열차에 접촉하여 사망하였다. 그는 도급사 소속의 노동자였다.  

 

죽기위해 일하러 간 노동자?

 

서울메트로 측에서 작성한 이번 사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은 모두 도급업체 노동자의 규정 위반인 것으로 나타난다. ▲점검 시 2인1조(1명은 안전요원) 미 준수 장애물검지센서 등 선로 쪽 점검·보수는 열차 종료 후 시행사항 미 준수 승강장 안전문 점검 시 관제보고 미 이행 등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정도면 도급업체 노동자는 자살을 할 목적으로 스크린도어 안쪽으로 들어간 게 된다.

사고조사 보고서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렇다. 우선 선로에 들어가면 안 되는 시간에 도급업체로 고장접수가 이루어졌다. 고장 접수는 관제에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관제에서 컨트롤해야 한다. 즉, 서울메트로 측에서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또한 2인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요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자주 일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당일 업무방식은 일상의 반복이었을 뿐이다. 결국 이번 사고에는 도급사업주의 몰염치와 원청의 관리 부실이 함께 녹아있다. 이 노동자는 죽기위해 선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평소대로 일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기준 없는 외주화

 

서울메트로는 현재 기술, 역무, 승무, 차량 모든 분야에서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급을 준 분야가 전체인력의 약 26%에 이른다(2014년 「정부일자리 보고서」). 청소업무를 제외하면 차량 경정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시설분야에 가장 많은 외주화가 진행되어 왔다. 이는 일상적인 도급이고 이 외 특정한 공사기간을 잡아 유지보수를 하는 경우 또한 모두 도급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주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상왕십리 추돌사고의 원인이 신호오류인데 사실상 신호는 열차 안전 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도로에서도 신호가 오작동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런데 안전에 핵심적인 요소인 신호를 수정하는 작업이 외부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의 스크린도어 보수의 경우도 그렇다. 스크린도어 보수 업무는 강남역처럼 도급되어 있는 역사가 전체역사 120개 중 24개이다. 그럼 24개 역사는 숙련이 필요 없거나 위험하지 않은 업무라 도급한 것인가? 아니다. 예산부족 운운하며 투자 자금을 민간에게서 유치한 후 운영권(광고권 등을 포함한)을 주어 이윤을 보장해주는 이른바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으로 건설된 것이다. 노동자가 사망하는 위험 업무를 아무런 원칙도 없이 이런 방식으로 도급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사하는 도급업체 문제이다. 작업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명을 지른다. 도급업체를 관리해 현장의 시설물을 유지보수해야 하는데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도산을 하는 것이다. 제 때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라도 나면 노동자들은 엄청난 징계를 받게 된다. 그러니 비명을 지를 수밖에. 도급업체들이 도산하는 것은 ‘최저가 낙찰제’ 때문이다. ‘제 살 깎기’로 어렵게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운영비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게다. 이런 상황은 유지보수 재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얘기된다. 값 싼, 질 떨어지는 재료를 사용하다가 문제제기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이다. 이 또한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다.

 

소 잃고도 고치지 않는 외양간

 

이번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또 한 번 놀라움을 준다. 2013년 1월 성수역에서, 2014년 4월 독산역에서 노동자들이 스크린 도어를 점검하다가 열차와 철도장비차량에 치어 사망했던 사실이 있다(2015년 9월 7일 기자회견문). 이번과 똑같은 문제가 매년 1건씩 서울의 지하철 공간에서 발생한 것이다. 물론 모두 도급노동자들이다. 도시철도공사처럼 정규직 노동자가 스크린 도어를 점검하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데 점검·수리가 외주화되어 있는 곳에만 화가 닥친다. 이는 사업이 도급되는 순간 노동자들의 안전은 확보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가 입찰, 제대로 감독받지 않는 도급사업주의 무책임함이 진짜 원인인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반복되어도 반성하지 않는, 재발방지조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두고 두고 말썽인 스크린도어

 

서울시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는 설치과정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2002년부터 설계되기 시작한 스크린 도어는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호선별 설계, 시공, 시스템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관제에서 제어가 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경우 매년 3~5개씩 다른 시스템으로 발주하여 사실상 관제에서 관리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 때문에 위험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역무나 승무에서 관제에 따로 보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운행 중에 시공을 함으로써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역시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여 비용을 절감하였다. 이 결과 매년 스크린 도어의 장애·고장률은 높아만 가고 있다.


<표 >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장애·고장 현황

구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1~3월)

장애 접수건수

15,056

15,016

17,337

5,758

고장 정비건수

2,495

2,409

2,852

797

자료 : 서울메트로 제공.

 

이러한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도급노동자들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시스템이 더 나은 구조는 원청노동자가 직접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하고 더 힘들고 어려운 구조는 도급노동자가 해결하는 구조라는 게 어불성설이다. 뿐만 아니라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전동차에 탑승한 승객들이다. 혼잡시간대에는 10량의 전동차에 수 천 명이 이용자가 타고 내린다. 도급노동자가 구조적으로 불안전한 행위를 하게 되면 결국 이는 선로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출근 시간대 수천 명 이용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원청은 잘못이 없다?

 

연인원 15억 명이 탑승하는 서울메트로, 이용자도 공급자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하며 일할 수는 없는 것인가? 비용절감과 인력미충원으로 인해 누더기가 된 스크린 도어 사업은 이제 흉물처럼 위험을 뿜어내고 있다.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더욱 불안전한 도급으로 해결하고 있는 방식은 결코 맞지 않다. 서울메트로 측의 사고조사 보고서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고 있지 않은 원청의 책임은 사실상 모든 영역에 걸쳐져 있다. 만약 승객의 사고가 났더라면 서울메트로 측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도급사업시의 안전보건조치’에서는 원청에게 광범위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법 조항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사회적 통념으로 볼 때 원청은 사고의 핵심적인 책임자이다. 과거 서울시 행정책임자들의 실책이 오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제는 제자리를 찾도록 재설계되어야 한다.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업은 모두 원청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서울시의 책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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