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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일어난 환영철강의 청년노동자 용광로 산재사망에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15일 청계천 소라광장 앞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지 않으려면 산재사망 기업주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정혜경 부위원장은 “법이 정한 관리 감독만 제대로 했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재해”였다며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차장은 “사용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법리가 필요하다”며 생명을 앗아가는 산재사망에 사용자 책임이 쉽게 면책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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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안전보건·시민사회·진보정당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산재사망 예방을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 일과건강 이현정





영업이익 467억, 10만 원짜리 안전펜스도 없어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추락을 방지하는 펜스 하나에 10만원 한다며 노동자 안전에 10만 원도 쓰지 않고서 사고를 노동자 책임으로 모는 회사가 있는 한국사회의 국격은 무엇이냐며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환영철강은 한국철강그룹 계열사로 2009년 매출액이 4,771억원에 영업이익이 467억 원인 7년 연속 흑자경영 중인 중견기업. 매출규모와 영업이익만 보더라도 유해·위험한 작업에 안전조치 하나 없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재발방지 대책을 얘기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그렇게 돈 많이 버는 회사가 10만원이 없어서, 안전 펜스가 없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10만원이 비싸면 4만 원짜리 자일이라도 있다. 그거 하나 못 사서 (산재사망이 발생한) 이런 것이 바로 살인이다. 이런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노동부의 어떤 대책도 허구”라며 산재사망에 분명하게 책임을 지우는 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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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산재사망을 발생시킨 사업주 처벌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밝혔다. ⓒ 일과건강 이현정




기업살인법 제정으로 사용자 책임 강화해야


실제 우리나라는 산재사망과 관련된 사업주 처벌이 매우 가볍다.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는 4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라고 부르는 산재사망이었지만 시공사 대표와 법인에 각각 벌금 2천만 원, 책임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뿐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에게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주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다. 그렇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 대표에게 이 규정이 적용된 예는 거의 없는 죽은 규정이다.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이 “하루에 6명, 1년에 2천1백명이 죽어도 처벌되는 기업주가 없는데 어떤 기업주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진정 노력하겠느냐?”고 반문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노동·안전보건·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단은 이날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기업살인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만 되어도 힘없는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산재사망 기업주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살인법 제정 필요성을 분명하게 전했다. 



영국 기업살인법과 오바마의 ‘노동자 보호법’
▲ 노동부의 역할은 기업보호가 아니라 노동자 보호라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 ⓒ 일과건강 이현정

영국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한 노동자 사망사고를 단순 과실치사로 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해 사업주와 경영층을 구속함으로써 사업주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주요 내용을 보면 기업이 행한 행위, 기업경영상조직 및 활동에 관한 위법행위나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행위가 사람을 사상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법은 일반적인 기업 외에도 정부부처·왕실단체·군대·경찰·노조 및 경영자단체에도 적용된다. 일반 기업 외에도 사람을 고용해 업무를 행사는 기관이나 단체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한편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노동자 보호법안(PAWA)을 통해 산안법 규정을 강화하는 등 노동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PAWA에서 산안법 위반에 관한 벌칙을 대폭 강화했다. 고의적인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6개월의 징역형을 10년으로, 재차 위반했을 경우 1년의 징역형을 20년으로 늘렸다.

출처 : 2010년 1월 18일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