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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업무의 42.8%가 공짜노동

지난 9월 10일 (목) 오전 10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택배대책위)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 윤미향 의원과 함께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택배대책위는 지난 7월 28일 (화)  출범했다. 택배노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책위에는 일과건강, 참여연대와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6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택배과로사 토론회.jpg


이날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8월 3일~23일 택배 노동자 82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와 표적 집단 인터뷰 등으로 이뤄졌다. 설문에 응답한 이들의 평균연령은 44.9세, 평균근속기간은 7.2년이다.


택배노동자 주간 평균 노동시간 71.3시간
주당 최대 근로시간 보다 약 20시간 길어

조사 결과 택배노동자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으로 집계됐다. 법정근로시간에 연장근로를 더한 주당 최대근로시간(52시간)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1~6월 전국의 택배노동자 7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금요일은 일 평균 12.7시간, 월요일과 토요일은 10시간 내외였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과로로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정신질환이 발생할 경우,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0시간이 넘으면 업무와 질병 관련성이 강하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상습적인 장시간 노동이 강화되고 사망소식이 연이어 보도되는 와중에도 정부와 기업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데 있다. 지난 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을 통해 특수고용종사자에 대한 포괄적인 수준의 안전보건 의무조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업은 변하지 않고, 감독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또한 행정조치나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는 등 무방비 상태로 택배노동자를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로 노동시간 30% 늘어
‘공짜 노동’이라 불리는 분류작업이 42.8%차지

택배노동자들은 평소에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동시간이 30% 내외로 늘었다. 하루 기준 택배 분류 개수가 35.8%, 배송 개수가 26.8%로 늘었다. 택배 분류 작업은 이른바 ‘공짜 노동’이라 불린다. 허브터미널에서 간선차를 통해 서브터미널로 배송된 택배 물건을 택배노동자가 담당 구역별로 나눠 택배 차량에 싣는 작업을 말한다. 이 분류작업이 이들의 업무 중 4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노동자들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25.6%는 아예 식사를 못 한다고 답했으며 24.8%는 10분, 14.9%는 20분, 11.8%는 30분의 점심시간을 가진다고 답했다. 분류작업에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배달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식사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

조사 결과 주당 70시간을 일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은 월평균 458만7천 원을 받는다. 여기서 각종 수수료와 차량 관리비, 물품사고비 등 ‘지출’을 고려하면 234만6천 원 정도가 남는다. 한인임 사무처장은 “주 70시간을 일하는 점, 심야 노동을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74만 원은 순소득으로 남아야 한다”며 “주 40시간을 전제로 한 최저임금이 월 157만 원 남짓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고와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택배노동자

사고와 질병에도 자주 노출돼 있다. 응답자의 45.2%가 지난 한 해 동안 교통사고, 부딪침, 넘어짐, 찔림 등 업무로 인한 사고로 병원 또는 약국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83.6%는 허리 통증을 호소했으며 87.7%가 어깨, 목, 팔, 손목, 손가락 등 상지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다리, 무릎, 발 등 하지 통증은 85.2%였다. 두통이나 눈 피로 등을 호소하는 비율도 75%에 이르렀다.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었다는 응답자도 26%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건강보험 미가입률은 13%, 국민연금 미가입률은 40%, 산재보험 미가입률은 60%에 이르렀다. 고용보험은 거의 가입하지 않았다.  산재보험 가입율이 40퍼센트로 나타난 것은 응답자의 상당수가 노조 가입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통계로는 전체 택배 노동자 5만여 명 가운데 약 15퍼센트인 7400명 정도만 산재보험 가입자다. 

택배노동자 안전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해야

실태조사 결과는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시간은 모두 언제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추석 물량 급증이 발생하면 이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시적으로 추석 전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월 1일 (화) 오전 11시 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택배대책위는 택배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기적으로는 택배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과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 고용관계 안정, 휴식보장 및 안전 조치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택배대책위는 지난 17일 “전국 4천여명의 택배기사들이 21일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18일 방침을 철회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같은 날 추석 성수기 택배 분류 인력 등을 하루 평균 1만여명 추가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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